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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익산역에 내리자 오래된 도시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 감돈다. 백제의 마지막 비밀이 숨겨진 곳, 익산을 내 고향인 양 누벼봤다.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나훈아의 골든베스트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노래 ‘고향 역’에는 당시 무명이던 임종수 작곡가가 황등역에서 이리역(현 익산역)을 통학하던 추억이 담겨 있다. 세월이 흘러 이리시는 익산시가 되고, 이리역은 익산역이 됐다.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이 경유하는 호남에서 가장 바쁜 역이지만 익산역 주변은 한산하기만 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붐볐건만, 택지개발로 공동화됐기 때문이다. 번듯한 도로와 빼곡한 상가로 옛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구도심 일대. 다행히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오랜 역사만큼 맛집도 즐비한 이곳에서 든든한 한 끼를 찾아 나선다.

 

익산역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1. 편의시설 : 맞이방, 수유실, 화장실, 전북여행센터
  2. 입점업소 : 달콤커피, 던킨도너츠, 서동, 스토리웨이, 파파이스, 팔달스낵, PNB 풍년제과 등

백제역사유적지구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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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익산에도 있다. 바로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 때 조성된 왕궁터로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국보 제 289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이 있다. 미륵사지는 역시 백제 무왕이 세운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국가사찰터로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 각각 왕궁리유적전시관과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갖춰 관련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1. 왕궁리유적전시관 : 전북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666
  2.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고려당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레트로한 파란 간판부터 기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곳은 50년 전통의 분식집! 메밀소바와 찐빵, 만두를 판다. 한산한 구도심이 무색하게 문 열기 30분 전부터 북적인다. 대표 메뉴인 메밀 소바 한 판과 만두, 찐빵을 반반 시켰다. 메밀소바도 평균 이상이지만, 만두는 예술이다. 손으로 반죽한 만두피 안에 만두소가 터질 듯 가득하다. 다진 무가 들어가 식감도 일품!

11:00~17:00 (재료 소진 시 마감)|전북 익산시 중앙로 52|메밀소바(한판) 4000원, 찐빵 6000원, 만두 6000원|063-856-8373

맹호만화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요즘 유행하는 만화카페가 아니다. 짜장면 시켜 먹으며 만화책 보는 진짜 ‘만화방’이다. 그것도 1973 년에 오픈한. 열 군데가 넘던 만화방 중 어느덧 남은 것은 맹호만화 하나뿐. 그러나 백발이 성성한 주인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65일 쉬지 않고 만화방을 연다. 직접 손으로 쓴 신간 리스트, ‘아주 옛날만화’ 코너, 여고생이 사랑하는 ‘순정만화’ 코너가 정겹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맹호만화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

08:30~24:00|전북 익산시 중앙로1길 30|063-855-6316

정순순대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1960~1970년대, 중앙극장은 익산의 핫플레이스였다.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이 몰려나와 인근 좌판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간단한 요기를 했다. 삶은 돼지 내장과 허드레 고기를 팔던 좌판이 50년 넘은 ‘정순순대’의 시작이다. 중앙극장은 없어졌지만 중앙시장 코앞에서 순도 100% 피순대와 순대국밥, 순대국수를 판다. 메뉴는 업그레이드됐고 푸짐한 양은 그대로다.

09:30~21:30|전북 익산시 중앙로1길 24-9|순대국밥 6000원, 국수 5000원|063-854-0922

태백칼국수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1980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태백칼국수. 손님으로 북적일까봐 오후 3시쯤 느른히 방문했건만 1층 테이블이 전부 만석이다. 계단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좌식 테이블이 우릴 반긴다. 아랫목에 찬바람 쐰 엉덩이를 지지며 소문의 칼국수를 기다렸다. 익숙한 비주얼에 뒷맛이 깔끔한 국물, 역시나 맛있는 김치의 조합이 따라왔다. 역시 기차 타기 전엔 칼국수다.

10:30~20:30(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전북 익산시 중앙로 15-5|칼국수 5500원|063-855-1529

엘베강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1982년 김칠선 할머니가 잃어버린 막내딸을 찾고자 역전에 차린 조그만 호프집은 특유의 감칠맛 나는 맥주 맛과 씹을수록 중독되는 오징어입 안주, 모르는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마시는 재미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하늘 아래 건물주라고, 2년 전 새 보금자리로 옮겨왔지만 자리만 넓어졌지 맥주 맛은 여전하다. 손때 묻은 맥주꼭지도 함께 옮겨와서일까? 할머니의 막내딸도 2009년에 찾으면서 해피엔딩이 됐다.

14:30~1:00(연중무휴)|전북 익산시 중앙로 5-16|생맥주(500cc) 3000원, 오징어입 4000원|063-855-7402

안단테: 오늘부터 스무 살

눈 감아도 떠오르는 익산

익산역 주변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는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게다가 캡슐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무인 카페라니, 익산이 아닌 전국에서 유일할지도 모른다. 평소 네스카페 캡슐커피를 너무 좋아하던 커피 애호가 주인장이 익산에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고자 과감히 오픈했다고. 직접 들여온 커피 캡슐 자판기와 여심 저격하는 핑크 인테리어가 인상적. 직원이 친절히 자판기 사용법을 안내해주니, 부담없이 방문해보자.

10:30~15:00(토・일요일 휴무)|전북 익산시 중앙로5길 19|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테 3000원|010-7501-6536

글 이현화 사진 임익순 협조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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