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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일주일만 같이 살자 ‘강진’에서

여름은 일 년에 한 번뿐이고, 내 쉼은 누가 대신 누려줄 수 없으니. 올여름 휴가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아는 사람만 누리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정이다.

그늘 없이도 청량한 강진의 여름날

월출산 아래 강진다원

한양에서 강진으로 유배를 떠날 적에 정약용 선생의 발걸음은 차마 떨어지지 않았으리. 월출산은 까마득히 높고 숲은 깊었으리. 그러나 하루가 아득히 흐르고 일 년이 꿈결처럼 흘렀을 때 선생은 후손 대대로 물려줄 지식과 지혜를 강진에 머물며 남겼다. 어쩌면 강진이 이다지도 높아서, 깊어서 선생을 한없이 품어준 덕분이 아닐는지. 선생이 강진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른 아침 서울에서 차를 타고 강진에 도착한 것이 점심 무렵. 정약용 선생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천지가 개벽을 했다고 하시겠다.


월출산에 근사한 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한여름 무더위를 떠안은 강진다원은 그늘 한 점 없이 이다지도 청량하다. 찻잎에 코를 박아본다. 그저 여름의 냄새만 전해질 뿐인데도 허파에 강진 바람이 들어찼는지 웃음이 난다. 저기를 바라봐도 초록, 여기를 바라봐도 초록. 복날에 삼계탕을 안 먹어도 이런 초록을 본다면 뜨거운 여름을 이기는 힘이 되리. 강진다원 바로 인근에는 ‘강진 백운동 원림’(명승 제115호)이 자리해 있다. 동백꽃이 피었을 때 와본 백운동을 기억하는데, 벌써 계절이 두 번 달라졌구나. 정약용 선생이 못 잊어 아끼고 아낀 백운동 원림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짙디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계곡물은 그때보다 더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나무들은 한 뼘이나 자란 것만 같다. 백운동 원림은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가 짓고 은거했던 별서(한적한 곳에 따로 지은 집) 정원이다.


수많은 선비와 문인이 백운동의 경치에 관하여 예찬한 옛 시와 그림 중에 <백운첩>을 빼놓을 수 없다. 정약용 선생이 1812년 초의선사,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에 들러 하룻밤을 유숙한 후 백운동의 풍광을 잊지 못해 초의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서시와 발문, 백운동 12경 등을 시와 그림으로 남긴 시첩이다. 다만 하룻밤에 백운동을 잊지 못한 선생의 마음은 붉은 동백꽃에 묻어놨겠지. 굴뚝의 연기에 담겨 피어오르겠지. 나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고, 오랜 시간 하릴없이 탐해도 간섭할 사람이 없을 이곳을 선생만큼 아끼진 못하리.

당신의 휴가, 안녕하신가요

‘강진 일주일 살기’의 진수를 맛보는 달빛한옥체험마을

휴가를 마다하는 직장인이 어디 있을까?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는 상황이야 부지기수겠지만 모처럼 휴가가 주어졌다면 사양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제대로 쓰시길. 여름은 일 년에 한 번 뿐이고, 내 쉼은 누가 대신 누려줄 수 없으니. 올여름 제대로 휴가를 쓰는 방법을 소개해볼까. 이번 여름이 아니라도 가을, 겨울까지 잘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하고도 훌륭한 여정이다. 일주일간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푸소 농가에서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강진의 문화, 관광, 체험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무려 6박 7일간 강진에 머물며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받는 이 여정은 1인 15만 원(2인 이상 신청가능)의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푸소 농가에 머물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벌써 입소문이 자자해 1차 마감이 됐으니 2차 모집을 노려보자. 푸소(FUSO)란 ‘Feeling-Up, Stress-Off’의 줄임말로 농가와 함께 생활하며 훈훈한 정을 느끼고, 복잡한 도시에서 알게 모르게 쌓인 묵은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청정 강진에서 맘 확~ 푸소’라는 슬로건도 참 정겹다. 푸소 체험은 강진 전역에서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달빛한옥마을’이다. 약 30가구 이상의 한옥으로 이뤄진 마을은 보는 이들마다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아름답다.

다산 정약용이 아끼고 아낀 백운동 원림, 조선 중기 이담로가 짓고 은거했던 별서 정원. 전통 원림으로 명승 제115호다

누가 보더라도 내 집을 애정하는 마음이 꽃과 나무, 작은 돌멩이도 새록새록 묻어난다. 달빛한옥마을은 강진에서 손꼽히는 귀농·귀촌마을로도 통한다. 한편으로는 달빛한옥마을을 처음 방문한 이들이 ‘강진에서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니 선한 영향력이 집집마다 담겨 있는 탓이 아닐는지.

맛보기 찬스-! 강진군 병영면

비록 일주일은 아니지만 기자에게는 1박 2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배스킨라빈스의 맛보기 스푼처럼 ‘강진에서 살기 일주일’의 샘플을 받은 셈이다. 그러니 조금 더 천천히 걷자. 오래오래 바라보자. 강진군 병영면에는 전라병영성(사적 제397호)과 하멜기념관, 연탄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밀집해 여행객의 걸음을 붙든다. 전라병영성은 조선 1417년(태종 17)에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 장군이 축조하여 1895년(고종 32) 갑오경장까지 조선왕조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강진에 압송되어 8년을 이곳에서 억류 생활을 한 것이다. 인근에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자리한 연유다. 성곽에 올라 뜻하지 않게 고향과 가족을 잃고 조선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무수한 세월을 보냈을 이방인의 삶을 그려본다. 네덜란드 사람 하멜과 조선 사람 다산 정약용에게 강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좌)식당 앞을 지키고 있던 마스코트 고양이, (우)석쇠에 초벌되어 나오는 전라병영성 연탄불고기의 맛

남도 답사 일번지에서 먹는 즐거움을 여태 잊고 있었다. 전라병영성 주변에는 연탄불고기 전문 식당이 즐비하니 큰 고민 없이 문을 두드린다. 서울에서 온 손님이 낯설고 신기하여 사장님과 이모님은 자꾸 부족한 것이 없는지 묻는다. “밭에서 따온 고추인데 먹어봐요.” 매워서 못 먹는다고 하자 “고추를 매운맛으로 먹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먹냐?”는 호탕한 이모님 말이 돌아온다. 그래, 고추는 매운맛. 강진의 맛은 정이니 담뿍 담아 가야지. 석쇠에 초벌한 연탄불고기에 사장님이 직접 기른 대파를 넉넉히 올려 꼭꼭 씹어 먹는다. 고양이 사장님도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가우도출렁다리를 건너 청자타워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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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인심 안고 청자타워가 자리한 가우도를 향한다. 가우도에는 바다 위에 출렁거리지 않는 튼튼한 출렁다리가 있고, 산 정상에 자리한 청자타워 입을 통해 집라인도 타볼 수 있다. 가우도출렁다리는 대구면 쪽으로 연결된 출렁다리와 도암면 쪽으로 연결된 망호 출렁다리로 나뉜다. 차는 지나다닐 수 없고 걸어서만 통행할 수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에는 집라인을 타볼 수 없지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출렁다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꽤 근사하기에 많은 사람이 오늘도 가우도를 찾는다.


행운의 여신이 어딘가에서 지켜보는 듯 강진의 하루가 참 맑다. 이 시간이 그리울 때면 사진을 꺼내 보다가 정말 일주일을 살러 올 수도 있겠지. 일단 휴가를 받아보자!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1. 예약 및 문의 : 강진군문화관광재단
  2. 전화 : 061-434-7999
  3. 홈페이지 : www.fuso.kr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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