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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옷을 곱게 갈아입은 올림픽 조각공원. 예술로 통하는 ‘문’도 활짝 열렸다.

일상에서 찾은 조각, 조각에서 찾은 일상

미하엘 쉔홀츠의 ‘균형 유지를 위한 일곱 가지 시도’에서 영감을 받은 권재현의 ‘주변인’

매일 매일이 소풍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다.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파란 하늘 위로 조각구름이 유유히 지나간다. 누구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테마파크, 올림픽조각공원의 평범한 풍경이다. 미국의 뉴욕 스톰 킹 아트센터, 영국의 요크셔 조각공원, 노르웨이의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 일본의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과 함께 세계 5대 조각공원으로 꼽히는 올림픽조각공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개최된 ‘세계현대미술제’를 통해 조성되었다. 당시 헤수스 라파엘 소토, 루이스 부르주아, 조지 리키 등 세계 66개국의 대표 조각가 155명의 작품이 공원 곳곳을 채웠고, 1998년 서울올림픽 개최 10주년을 `기념해 야외조각 심포지엄이 열리면서 한국작가 12명의 작품까지 더해졌다.

(좌) 디에즈 크루즈의 ‘착시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강덕봉의 ‘조화’ (우) 어윈 뷔름의 ‘50년대와 60년대의 대항’에서 영감을 받은 주연의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 그리고 도구들’

“올림픽조각공원 자체가 거대한 미술관입니다.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 속에서 자연과 예술을 연결시키는 공간이죠. 현재 공원에는 220여 점의 조각이 있고, 2004년에 소마미술관이 개관해 예술로 통하는 또 다른 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로, 다시 예술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 문은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열 수 있어요.”

(좌) 소마미술관 전경. (우) 손성진 큐레이터

소마미술관이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예술 공간이길 바랍니다. 작품을 봐달라고 강요하기보다 가볍게 산책하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작품에 호기심을 갖길 원하는 것이죠.

공원을 거닐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미술관 속 미술관. 소마미술관은 시작부터 자연과 사람, 예술을 일상처럼 연결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조각이 모여 조각을 만들다

올 하반기 눈여겨봐야 할 전시는 <조각(PIECES)_조각 (SCULPTURE)>이다. 손종순, 김성완, 김주현, 민정수, 김은, 김병호, 이길래, 강영민, 강덕봉, 권재현, 박찬걸, 양수인, 육효진, 윤두진, 이종서, 주연 등 16명의 국내 작가가 참여해 50여 점의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데, 조각이라는 장르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덩어리, 민정수 作

“산을 오르다 돌탑을 정성스럽게 쌓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돌조각을 올리며 담는 간절한 염원이나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 때 쏟는 정성이나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죠. 작은 조각들이 모여 덩어리가 되고,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조각으로 완성되는 과정 속에서 예술적 교감이나 소통이 일어날 테니까요.”

(좌) 생명의 나무, 김주현 作. (우) 고양이, 김성완 作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한 손성진 큐레이터의 바람은 또 있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예술이다. 회화에 비해 조각 전시의 관람객이 적은 이유는 낯설기 때문. 손 큐레이터는 조각이라는 장르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어려움을 가볍게 풀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재료와 조각이 모여 새로운 공간과 형상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실내 전시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나무 조각들을 이어 만든 김주현의 ‘생명의 나무’, 조립식 블록 완구 레고 브릭으로 쌓은 김성완의 ‘평화의 문’, 장난감 인형의 팔다리를 붙인 민정수의 ‘덩어리’, 동파이프와 동선으로 완성한 이길래의 ‘소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장 내에서 이들 작품은 이미 완벽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작고 평범한 작은 조각이 모여 만들어졌음을 알게 된다.

소나무, 이길래 作 | 수평정원의 그림자, 김병호 作

두 번째는 존경의 오마주, 조화의 하모니, 협업의 컬래버레이션 등 3가지 제작 콘셉트를 담은 실외 설치 작업이다. 올림픽조각공원에 있는 기존 8개 작품을 8명의 국내 현대작가가 새롭게 재해석한 것으로 마티 쿠자살로의 ‘구조’와 양수인의 ‘상호지지프레임’, 미하엘 쉔홀츠의 ‘균형 유지를 위한 일곱 가지 시도’와 권재현의 ‘주변인’, 문신의 ‘올림픽.1988’과 이종서의 ‘균형’, 디에즈 크루즈의 ‘착시 현상’과 강덕봉의 ‘조화’ 등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작가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소재와 구조, 형태 등에 변화를 주었는데, 과거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을 거닐다 미술관으로

조각소장품 상설전 <정신적인 몸>

소마미술관의 목표는 일상을 파고드는 예술적 끌림이다. 즉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올림픽 조각공원 곳곳을 자연스럽게 돌아보도록 유도한다. <조각 (PIECES)_조각(SCULPTURE)> 전시를 테마에 따라 실내와 실외 전시로 구분한 것도 관람객이 각각의 작품을 찾아가 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올림픽조각공원이라는 9만5940㎡ 규모의 공간 속에 수많은 조각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의미 있는 작품들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을 때 더 빛이 나죠. 저는 전시를 통해 사람 들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사람입니다. 공원을 거닐다 미술관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미술관에 왔다가 공원으로 나갈 수도 있도록 말이에요.”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끌림을 강조하는 손성진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또 다른 전시는 조각 소장품 상설전 <정신적인 몸>이다. 올림픽조각공원이 소장하고 있는 200여 점의 조각중 ‘신체’를 주제로 한 작품만을 재구성한 전시로 몸이 단순한 물리력의 동력이 아닌 정신을 담은 그릇이자 정신성을 구현하는 주체임을 표현한다. 실내 공간에는 리욜로 림베 음푸 앙가의 ‘무희’, 미구엘 오르티즈 베로칼의 ‘E.S’, 호세 클라라 아야츠의 ‘육상선수’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실외 공간에 설치된 총 24점의 작품 사진을 소개한다. 자, 이제 선택은 관람객의 몫.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 끝에 김찬식의 ‘사랑’이 있을지, 백남준의 ‘쿠베르탱’이 있을지, 프랑크 도른자이크의 ‘자화상’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울 송파구에서 놓치지 마세요 - 큐레이터’s PICK

한성백제박물관

2000년 역사의 도시 ‘서울’을 되새기는 한국 고대문화 전문 박물관. 풍납동 토성, 몽촌토성, 석촌동고분군, 방이동고분군 등 송파구 일대에 남아 있는 국가 사적을 중심으로 백제 왕도 역사와 관련 유적 등을 전시한다. 총 3개 상설전시실에 서는 서울의 선사문화를 시작으로 백제가 건국해 성장·발전한 한성도읍기, 한성 함락 이후의 역사까지 되돌아보는 전시가 열리고, 오는 12월 1일까지 가을특별전시회 <백제의 산성> 도 진행한다.

  1. 영업 : 9:00~18:00 월요일 휴무
  2. 가격 : 무료
  3. 위치 :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4. 문의 : 02-2152-5800

세계 평화의 문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올림픽 공원 입구에 세운 세계 평화의 문. 높이 24m, 지붕 길이 62m, 폭 37m 규모로 한국의 전통적인 문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고, 지붕 아래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가 그려져 있다. 세계 평화의문 중앙에는 평화의 성화가 불타오르고, 마당 앞쪽으로 귀면 조각을 얹은 줄기둥이 펼쳐진다.

 

더츠커피

거대한 핑크빛 플라밍고가 반기는 더츠커피 가르텐페스트점. 100% 국내산 단호박으로 만든 단호박 크림 라테와 달콤한 유기농 솜사탕을 곁들인 새콤달콤 에이드 등의 메뉴가 특별하다. 1층은 로스터리 숍, 2층은 브런치 카페 & 셀렉트 숍, 3층은 미팅 룸, 4층은 가든 하우스, 그리고 가든파티가 가능한 루프트톱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1층에는 반려견 입장도 가능하다.

  1. 영업 : 9:30~23:00
  2. 가격 : 음료 4000원~7000원
  3. 위치 :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 179
  4. 문의 : 02-562-7740

안동국시 소담

경북 안동지방 반가의 전통 국시를 맛볼 수 있는 식당. 최고급 한우양지 살코기로 담백하게 국물을 낸 안동국시가 메인 메뉴이고, 이 외 경상도식 국밥과 수육, 문어, 메밀묵 등을 내놓는다. 특히 안동국시는 매일 아침 직접 자연발효로 숙성된 면발을 사용해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을 자랑하고, 향긋한 깻잎 혹은 부추에 싸서 먹으면 더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널찍한 홀과 여러 개의 프라이빗룸을 갖춰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1. 영업 : 11:00~21:30
  2. 가격 : 안동국시 1만2000원
  3. 위치 :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48
  4. 문의 : 02-415-1855

글 김정원 사진 오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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