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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박수무당이 가수로…동자씨 "신도 뿌듯해하는 음악, 복 받아 가세요"

스포티비뉴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30년간 신을 모시던 박수무당 동자씨가 데뷔곡 '굿'을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어린 시절 음악을 꿈꾸던 소년은 신을 만나며 자신의 꿈을 잠시 내려놨다.


취미로 놓지 않던 음악의 꿈을 예쁘게 본 덕분인지 신은 그에게 음악을 허락했고, 쉰이 넘은 나이에서야 가슴 한 편에 묻어둔 음악의 꿈을 다시 펼쳤다. 자신과 함께하는 신 중 한 명인 '동자씨'를 따라 이름을 정했다는 동자씨는 마주앉아 온화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가수로 데뷔하기까지 굴곡진 자신의 인생사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신을 받기 전 동자씨는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진학을 희망하는 19살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19살의 여름, 밴드 연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던 동자씨는 이유도 없이 정신을 잃었고, 이후부터 이유 없이 아프고 자신도 모르게 방언이 터지듯 예언을 하게 되는 등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신병'을 앓게 됐다.


퇴마 의식도 행하고, 교회 안수 기도도 받고, 심지어는 유명한 무당들도 찾아다녔지만 신은 동자씨 곁을 떠나지 않았고, 이후부터 그는 학업, 음악을 모두 포기하고 신을 모시는 박수무당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무당으로 살면서도 음악을 멀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은 밴드 활동 등 음악에 뜻을 구하는 동자씨의 요청을 30년 동안 번번이 거절했다고 한다.


동자씨는 "30년간 무업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게 꿈이었다. 몇번이나 음악을 싶다고 하고, 밴드 생활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몸이 아프고 밴드 분들과 인간 관계가 틀어진다든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합주하기로 한 날 갑자기 점사를 보려는 손님들이 밀려들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우연히 연습실을 빌리는 과정에서 지평권 음악감독과 인연이 닿았고, 그제서야 음악의 길을 막았던 신들도 앞길을 열어줬다는 설명이다.


동자씨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한이 완전히 풀렸다. 정말 기분이 좋다"라며 "신들도 뿌듯해 하신다. 곡의 초안이 잡히고 나서 신당에 올려서 들려드렸는데 '동자씨'가 제일 좋아한다"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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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씨의 첫 싱글 제목은 '가내수공업(UP)'이다. 동자씨는 "뮤직비디오를 휴대전화를 촬영하는 등 가내수공업 형태로 음반을 제작,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곡을 띄워보자(업)'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데뷔곡 '굿'은 EDM 장르를 기반으로, 평안도 굿의 사설을 첨가하고 하드코어와 록적인 요소를 가미해 우리의 전통 굿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작곡, 편곡은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는 물론, '풀하우스', '구암 허준', '신들의 만찬', '쇼핑왕 루이', '부활' 등 수많은 인기 한류 드라마의 OST를 만들어온 지평권 음악감독이 맡고, 한때 가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동자씨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맑죠가 함께 공동 작곡, 편곡을 함께했다. 맑죠와 동자씨는 학창시절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굿'은 '좋다'는 의미의 '굿(Good)'과 동자씨가 박수무당으로서 행하는 의식인 '굿',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떠올리게 한다. 동자씨는 "이 노래는 한 마디로 소리부적"이라며 "이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이 행복과 복을 받고 삶이 풀려가는 부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이 곡은 평상시 아무때나 들어도 복을 받으실 수 있다"라며 "가사는 평안도 다리굿에서 가져왔는데, 그 가사가 신을 불러모으는 가사다. 녹음할 때 소리가 안 나오는 날도, 막히는 부분도 있었는데, 신이 들어오실 때마다 진행이 빠르게 잘 됐다. 신령님의 기운을 받아 노래를 완성했다"라고 신의 도움으로 기운이 가득찬 '복 송'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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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굿은 춤, 소리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이러한 굿과 음악을 접목시킨 음악을 시작한 동자씨는 자신이 하는 음악 장르를 '도깨비 장르'라고 명명했다.


이어 "공연을 한다면 비단 한 사람을 위한 굿이 아니라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복을 모두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어떨까 싶다. 굿을 재해석한 공연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교적인 색채를 모두 떠나 음악으로 인해 모든 분들이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라며 "음악은 제 본업인 무업을 하는데도 동력이 된다"라고 웃었다.


동자씨는 신의 힘까지 더한 음악으로 가요계를 접수하겠다는 큰 각오도 밝혔다. 그는 "가요계를 평정하고 싶다"라고 다부지게 말하며 "오지 오스본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반드시 그분이 살아계실 동안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 그분의 퍼포먼스나 그런 아우라 같은 것들이 굉장히 제게 크게 다가온다"라고 장르를 뛰어넘어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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