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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스포티비뉴스

포기를 모르는 '중꺾마' 소녀 이해인, 어떻게 4대륙 왕관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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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는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네 개 지역 국가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연장입니다. 유럽 선수권대회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륙간 대회로 자리 잡은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많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빠진 유럽선수권대회는 올해 경쟁력이 한풀 꺾였습니다. 특히 여자 싱글의 수준은 한층 낮아졌죠. 올해 이 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아나스타시아 구바노바(20, 조지아)는 총점 200점이 안 되는 199.91점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와 비교해 4대륙선수권대회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비록 일본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원투펀치'인 사카모토 가오리(23,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동메달)와 미하라 마이(24, 2022 ISU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가 빠졌지만 개최국 미국 1진 선수들의 출전은 이 대회 여자 싱글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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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어드벤티지를 등에 업은 미국 선수들이 큰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경우 한국 선수들의 우승은 어렵게 전망됐습니다. 그러나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이사보 레비토(16, 미국)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로 기권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고 또 한 명의 메달 후보인 앰버 글렌(23, 미국)은 연이은 실수로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한국 선수들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피겨 장군' 김예림(20, 단국대)이 4대륙 왕관을 거머쥘 분위기로 흐르는 듯 보였죠. 그러나 김예림은 프로그램 후반부에서 흔들리며 실수 없는 경기에 실패했습니다.


이날 히로인은 대회가 열린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고지대 하늘을 훨훨 날은 이해인(18, 세화여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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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중꺾마' 소녀, 마침내 시니어 메이저 대회 정상 올라

2019년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른 한 어린 선수가 인터뷰장에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당시 만 14살이었던 이해인은 한동안 이어져 온 유영(19, 수리고)-임은수(20, 고려대)-김예림 트로이카 체제를 허물며 종합선수권대회 3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이해인은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모두 뛰는 것은 물론 비 점프 요소도 탄탄했습니다. 2019~2020 시즌에 그는 본격적으로 가능성을 증명했죠.


그는 2019년에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3차 라트비아, 6차 크로아티아)에서 모두 우승했습니다.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연속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죠. 또한 김연아, 김예림에 이어 세 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기염도 토했습니다.


다음 시즌, 이해인은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2022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도 이 시즌에 진행됐죠. 단 2장이 걸린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이해인은 다시 한번 유영, 김예림과 경쟁했습니다. 그러나 트리플 악셀을 앞세우며 국내 여자 피겨의 간판으로 활약한 유영과 단단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김예림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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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에게 한창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7세에 올림픽 출전을 이루지 못한 상실감은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인은 올림픽 2차 선발전(2022 종합선수권대회)이 끝난 뒤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다음 올림픽 출전을 위해 4년 뒤를 기약해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집념은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이해인은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4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는 국제 대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틈틈이 트리플 악셀을 연습했습니다. 연습 때 성공률은 좋았지만 프로그램에 배치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랐습니다. 또한 다른 기술과 구성 요소의 완성도도 신경 써야 했죠.


이해인은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괜찮기는 했는데 이 점프만 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신경 써야 한다. 트리플 악셀이 없는 구성을 완벽하게 한 뒤 추가해야 할 거 같다"며 신중하게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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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이해인은 점프 구성을 바꾸며 가장 적합한 기술 구성을 짜는데 고민했습니다. 그랑프리 대회를 마친 뒤 자신과 잘 맞는 기술 구성을 완성한 그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회장배 전국랭킹전과 지난달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대회의 부담감은 국제 대회 못지않게 컸습니다. 올 시즌 어린 후배들이 무섭게 성장했기 때문이죠. 어느덧 어린 선수들의 도전을 받는 위치에 선 이해인은 국내 대회에서 선전하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즌 내내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놓친 '프로그램 클린'이 마침내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금메달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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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제네레이션 가운데 돋보이는 '올라운더' 마침내 클린 경기 성공

이해인은 선배인 김예림은 물론 일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기술 구성과 장점을 있습니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은 실로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프로토콜'을 받았습니다. 올 시즌 그랑프리 대회를 마친 이해인은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로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선택했습니다. 트리플 악셀 대신 이 기술로 안정감을 되찾은 그는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기본점수 7.5점에 수행점수 1.14점을 합친 8.64점을 받았습니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기본 점수 10.1점과 수행점수 1.35점을 합친 11.45점을 챙겼죠. 트리플 루프와 트리플 살코 그리고 후반부에 배치된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루프 + 더블 루프와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도 깨끗하게 뛰었습니다. 올 시즌 점프 회전수 부족으로 흔들릴 때가 많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롯이 자신의 점프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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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스텝시퀀스입니다. 탄탄한 스텝과 스트로킹은 그를 '올라운더'로 완성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해인은 스텝시퀀스는 물론 세 가지 스핀 요소(플라잉 카멜 스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상위권에 오른 선수 가운데 이해인은 유일하게 쿼터 랜딩(q로 표기 : 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부족한 경우)과 언더로테이티드(점프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란 경우)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올 레벨4'로 비 점프 요소를 꽉 채웠죠.


피겨 스케이팅 경쟁은 '클린 경쟁'으로 불립니다. 특히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은 절대 강자가 없어서 더욱 프로그램 클린이 중요했습니다. 그동안 시니어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이해인은 마침내 가장 화려한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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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첫 메달 도전

4대륙선수권대회 왕관을 쓴 이해인은 다음 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합니다. 2021년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는 10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7위를 차지했습니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이해인은 상위권 진입은 물론 메달에 도전합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사카모토와 미하라가 모두 출전합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기권한 레비토도 심기일전한 뒤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해인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시즌 최고 점수인 210.84점을 받았습니다. 만약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213.52점(2022 4대륙선수권대회)을 넘을 경우 기대 이상의 성적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차기 시즌 과연 트리플 악셀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추가할지의 여부도 관심사죠. 물론 고난도 점프를 완성해 프로그램에 넣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정 기술이 흔들릴 때 다른 기술까지 영향을 받을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섣부르게 들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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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 이는 와타나베 린카와 요시다 하나(이상 일본) 그리고 앰버 글렌(미국)이었습니다. 요시다와 글렌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지 못했고 와타나베는 쇼트프로그램의 실수로 최종 5위에 그쳤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이 빠진 현재, 4회전 점프나 트리플 악셀을 줄기차게 국제 대회에서 뛰는 여자 선수는 드뭅니다. 올 시즌 여자 싱글 시즌 최고 점수를 받은 상위 10명 가운데 고난도 점프 성공률이 높은 이는 '주니어 최강자'인 시마다 마오(일본) 밖에 없습니다.


일본 시니어 여자 싱글의 '투톱'인 사카모토와 미하라는 모두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 구성과 안정된 경기력으로 국제 대회를 휩쓸었습니다. 미국 피겨 스케이팅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레비토도 같은 케이스죠. 이들은 최상의 점수를 받을 전략적인 기술구성의 중요함을 증명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이해인은 자신의 장점을 더 살리고 현재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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