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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생아, 나 이 나이에 지금 가야 되냐"…유상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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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48) 수원 삼성 감독은 FA컵 우승과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뒤 남은 파이널 라운드 B그룹 두 경기를 2020시즌을 위한 시험 무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는 부상 선수를 제외한 주력 선수 전원이 동행한다. 만 36세의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까지 함께 간다. 강등권 싸움의 페어 플레이를 위해서,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유상철(48)을 위해서다.


이임생 수원 감독과 유상철 인천 감독은 1998년 FIFA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의 영웅이다. 수비수 이임생은 머리가 터지는 부상 속에도 온 몸을 던져 수비했다. 미드필더 유상철은 하석주의 프리킥 크로스를 온 몸을 던진 슬라이딩 슈팅으로 마무리해 1-1 무승부를 이끈 득점을 올렸다. 동갑내기인 둘은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 대표, 월드컵 대표를 함께 지낸 친구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유상철 인천 감독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인 지난 10월 27일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인천에서 열린 리그 35라운드 경기는 수원이 리드했으나 인천이 극적 동점골을 넣어 1-1로 비겼다. 강등 위기에 몰린 인천은 유 감독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시기를 전후로 중요한 승점을 쌓았다.


황달 증세로만 공식적으로 알려졌던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게 된 것이 본인의 발표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지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뒤인 20일 스포티비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달 맞대결 경기 다시 나눈 대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제가 사실은 그날, 왜냐면 언론에서 저한테 유감독에 대한 것을 물어봤기 때문에 언급 안 할 수는 없었어요. 유 감독을 경기 시작 전에 만났는데, 사실은, “임생아, 나 이 나이에 지금 가야 되냐” 이 말을 딱 듣는데. 아무 말도 없이… 여기서(가슴을 가리키며) 뭔가 이게 나오는 데. 안아 주고만 가만 있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취재진에서 이임생 수원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유상철 감독의 건강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 주장 염기훈과 먼저 논의한 뒤 수원 선수들이게 득점을 하더라도 격한 골 세리머니는 자제하자고 이야기했다.


"제가 인터뷰 끝나고 나서 양 팀이 최선을 다했다. 인천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서 마지막에 동점골을 넣었는데, 감독을 위해 최선 다했다는 표현도 했어요.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 얘기는 했습니다. 상대가 감독님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우리가 경기를 지고, 절대 이러면 안 된다. 스포츠인답게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해야 한다. 단, 혹시 주장이 허락한다면, 골을 넣고 상대 진영 가서 세리머니하고 이런 건 조금 상대 감독을 위해 어떨까. 했더니 선수들이 당연히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만 얘기를 했어요."


이임생 수원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병원에 언제 항암 치료를 가냐고 했더니, 1차 치료가 저희 경기 전날이었다고 했어요. 그때는 짧게 하고, 25일 경기 끝나고 다음 날 퇴원이더라고요"라며 당시 이미 항암 치료가 진행 중이었다고 했다.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의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절박할 때 쓰는 용어가 있잖아요. 희망이나, 아니면 기적. 이런 것들이 와서 우리 유 감독이 계속해서 많은 팬들에게 감독 생활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죠."


이임생 감독은 "3일 전인가? 한번 전화가 왔어요"라고 말했다가, 더 이상은 함구했다. "마음에 있는 것들이죠."


제주 유나이티드가 인천 유나이티드에 2-0 승리를 거두면서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둔 K리그1 잔류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인천이 승점 30점으로 10위, 경남이 29점으로 11위, 제주가 27점으로 12위다. 수원이 제주 원정에 후보 선수를 내세울 경우, 인천에겐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을 위해서라는 말보다, 공정한 잔류 경쟁이 되기 위해 제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스포츠가 페어해야 하잖아요. 이건 저희가 어떤 감정적으로 경기 퍼포먼스나 결과를 가는 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에, 제주전은 우리가 부상 선수 빼놓고는 주전들이 가서 최선을 다해서 저희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임생 감독은 2020시즌을 위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기는 최종전인 상주 상무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비뉴스=화성,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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