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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강백호를 위한 변명

스포츠서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강백호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생각없는 멍청한 ‘본헤드(bonehead)플레이’의 원조로는 메이저리그 뉴욕 자이언츠 1루수 프레드 머클이 꼽힌다.


1908년 9월23일 뉴욕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내셔널리그 페넌트레이스를 놓고 1.0게임 차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날 시카고 컵스와 뉴욕이 폴로그라운드에서 선두 싸움을 펼쳤다.


9회말 1-1, 동점 상황. 뉴욕은 2사 1루에서 머클의 안타로 1,3루가 됐다. 다음 타자 알 브리드웰의 안타로 3루 주자 무스 맥코믹이 홈을 밟았다. 뉴욕 홈 관중들은 팀이 라이벌 시카고 컵스에 2-1 승리를 거두고 선두로 올라서자 그라운드로 몰려 들었다.


그러나 이 때, 당시로는 키가 큰(185㎝) 머클이 2루를 밟지 않고 기쁨에 들떠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이를 지켜본 컵스 2루수 조니 에버스는 볼을 잡아서 ‘베이스’를 터치하고 어필했다. 주심 행크 오데이(훗날 컵스 감독이 된다)는 에버스의 어필을 이를 받아들여 포스플레이로 머클을 아웃선언했다.


결국 뉴욕 자이언츠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미 수 천명의 관중이 그라운드를 점령했고, 날마저 컴컴해지면서 경기는 1-1 타이로 끝났다. 자이언츠와 컵스는 정규시즌 공동 선두가 돼 10월 8일 폴로그라운드에서 재경기를 벌였다. 컵스는 홈팀 자이언츠를 4-2로 누르고 내셔널리그 페넌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정상마저 밟았다. 컵스가 2016년 ‘염소의 저주’를 깨기 전 마지막 우승이 1908년, 이때였다.


멍청한 머클의 플레이로 그의 별명은 ‘본헤드’가 됐다. 이후 야구에서 생각없는 플레이는 본헤드 플레이로 회자됐다. 당시 머클의 나이는 19세였다. 그는 뼈아픈 본헤드 플레이 이후에도 1926년까지 활동했다. 시카고 컵스에서도 4시즌을 뛰었다. 시카고에는 프레드 머클의 이름을 따 ‘머클스 바’가 생겼다.


어처구니없는 플레이에 페넌트 우스을 놓친 자이언츠의 존 맥그로우 감독은 ‘단 한번도 머클을 비난하지도 실수를 거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맥그로우 감독은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통산 2763승(역대 3위)을 작성한 명장이다. 인품도 매우 뛰어난 지도자로 1937년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머클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국내 해설자들이 ‘실수(Blunder)’와 본헤드 플레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본헤드로 싸잡아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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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B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강백호가 태그아웃되고 있다. 2023.03.09.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2023년 3회 대회 연속 WBC 1라운드에서 탈락한 한국 대표팀의 대표적 희생양은 23세의 강백호(KT)다. 큰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둘 때마다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이번엔 강백호가 딱 걸린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호주전 패인이 강백호 때문인가. 그는 5회 4-5로 쫓기는 상황에서 2루타를 치고 순간 정신줄을 놓아 아웃됐다. 이후 마운드가 3점을 추가로 내줬다.


야구의 흐름을 강조하는 해설자, 팬들은 강백호의 플레이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당연히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호주전에서 패한 것은 부실한 마운드 때문이고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코칭스태프, 감독의 투수 운용에서 찾는게 더 합당하다. 강백호의 실수는 지적받아 마땅하지만 본헤드 플레이는 아니다. 더구나 머클처럼 9회에 벌어진 것도 아니다. 한국대표팀은 4회 공격을 더했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 때도 더그아웃에서 껌씹는 행동으로 크게 물의를 빚었다.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지적받았고 그때도 희생양은 필요했다. 이쯤되면 강백호는 국제대회 트라우마가 생길 법하다. 그러나 젊은 강백호에게 당부하고 싶다. 야구 선수는 숏메모리(Shot memory)가 필요하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 버려야 된다. 야구와 인생은 길다. 앞으로 더 나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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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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