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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사령탑 부활' 홍명보 "10년 주기설? 2032년엔 뭐하나…선수에게 감사"

스포츠서울

울산현대 선수들이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강원FC와 경기 승리 후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춘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울산 현대 비원의 K리그 통산 세 번째 우승 꿈을 17년 만에 달성하게 한 홍명보 감독은 마침내 웃었다.


홍 감독의 울산은 16일 강원도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강원FC와 원정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막판 터진 엄원상, 마틴 아담의 릴레이 포로 2-1 역전승했다. 승점 76(22승10무5패)를 확보한 울산은 오는 23일 시즌 최종전(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위 전북 현대 추격을 따돌리며 자력 우승을 확정했다.


올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 고지’를 지키며 우승을 달성한 홍 감독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붉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에서 ‘해냈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의 코치, 선수들이 멋진 일을 이뤘다”고 입을 연 홍 감독은 “챔피언 타이틀까지 17년의 긴 세월이었다. 선수들이 올 시즌 1위를 고수하며 우승한 건 대단한 일이다. 선수단이 좋을때나, 좋지 않을 때나 믿음을 갖고 기다려준 서포터에게 감사하다. 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김광국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선제 실점했지만 오늘 정말 (막판)20분. 우리가 1년 동안 해온 경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득점해서 승리를 거뒀다. 올 한해 우리 울산 현대 선수들이 좋은 축구를 표현했는데 감독으로 아주 기쁜 마음”이라고 감격해했다.


홍 감독은 마이크 앞에 있을 때 깜짝 ‘물벼락’도 맞았다. 설영우와 김민준 ‘두 영스타’가 갑자기 기자회견장을 들이닥쳐 홍 감독에게 물을 뿌려댄 것이다. 그는 “(물 맞는 게) 물 먹은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웃더니 “지난해 처음 (지도자로) K리그를 경험했고, 2년 차다. 난 첫번째 실수(지난해 준우승)에 대해서는 관대하나 두 번째는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마 올해도 같은 실수 반복했다면 힘들었다. 실수하지 않고 상위 스플릿에 와서 전략 등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며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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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 2012년 8월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동메달을 딴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단

2002 한·일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4강 신화를 이끄는 등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 리베로’로 활약한 홍 감독은 은퇴 이후 2005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연령별 대표 감독으로 경험치를 쌓았다. ‘스타 출신 지도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승승장구했다.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U-23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 축구에 사상 첫 동메달을 안겼다.


그러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자의반 타의반’ 다급하게 지휘봉을 잡았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 첫 실패를 경험했다. 월드컵 실패로만 귀결된 게 아니다. 선수 선발 논란부터 근거 없는 괴소문, 일부 누리꾼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접하며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이후 중국 리그에서 잠시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직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선수부터 지도자까지 축구 인생 내내 승부 세계에 놓이며 ‘한쪽’만 바라본 그의 시각은 한층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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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 이청용.

지난해 울산 지휘봉을 잡고 현장에 컴백한 홍 감독은 대표팀 시절 사제 인연을 맺은 이청용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내부 소통을 끌어냈다. 그리고 3년 연달아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한 내부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건 ‘팀에 대한 로열티’와 ‘책임감’이었다.


홍 감독은 핵심 외인 선수여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가차 없이 팀에서 배제했다. 또 A매치 기간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고 훈련에 충실한 선수를 다음 경기에 중용하는 등 주전과 비주전 요원의 간극을 좁히며 ‘원 팀’으로 거듭나는 데 애썼다. 그 결과 지난해 라이벌 전북과 전 대회 2승1무2패로 균형을 이루더니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0-1로 뒤지다가 후반 추가 시간 아담의 연속포로 2-1 역전극을 펼치는 등 강력한 뒷심을 뽐냈다. 울산이 홍 감독 체제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우승을 확정한 강원전도 막판 역전극으로 웃었다.


홍 감독은 “매 순간 쉽지 않았다. 올 시즌 시작하면서 몇몇 선수 이적으로 공백이 생긴 것에 어떤식으로 대처할지 고민했다. 새로운 대안(제로톱)이 나타나서 그 방법으로 했는데 상대에 읽히면서 또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매일매일 고민거리가 있었다. 다행히 우리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라며 한해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1위로) 앞에서 뛰니까 페이스 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앞을 보며 갈 수 있지만 선봉에서 바람을 맞으며 뛰는 건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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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승으로 ‘홍명보 10년 주기설’은 또다시 화젯거리가 됐다. 1992년이 시작이다. 홍 감독은 그해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우승은 물론, K리그 베스트11과 MVP를 석권했다. 10년 뒤인 2002년엔 한일월드컵 주장으로 4강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2년엔 런던올림픽 대표팀 수장으로 동메달 신화를 달성했다. 다시 시곗바늘이 10년을 지나 2022년이 됐고 10월16일 춘천 땅에서 울산의 챔피언을 이끌게 됐다. 이 얘기에 그는 “나도 고민해봤다. 2032년에 뭐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농담하며 웃더니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왔는데 2023년에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10년에 한 번씩 웃게 해줘서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MVP 후보로는 주장 이청용을 언급했다. 홍 감독은 “이청용에게 주장을 시키면서 팀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맞게 팀을 이끌어줬다. 울해 경기 출장 시간이 나이에 비해서 (많았고), 특히 어려운 경기에 들어가서 더더욱 빛을 내는 등 아주 훌륭한 한해를 보냈다. (우리 팀에서) MVP를 받는다면 당연히 이청용”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울산과 장기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라이벌 전북을 제치고 K리그1 독주 체제를 갖출지도 관심사. 그는 “징크스를 넘는 건 힘든 일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그것을 이겨내는 데엔 몇 배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울산이 어떤 팀으로 갈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지금 어렵지만, 모든 면에서 K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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