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대신 남희석 택한 ‘전국노래자랑’, ‘제작진 패싱’에 ‘언론조작 시도’까지…
김신영.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KBS1 장수 예능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 진행자 김신영에 대한 ‘무례한’ 하차 통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지난 달 29일, 김신영에게 MC를 교체하겠다고 통보했다. 제작진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일방적 통보였다. 후임 MC로는 방송인 남희석이 낙점됐다.
김신영의 마지막 녹화는 오는 9일이다. 그는 이날 인천광역시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는 ‘인천 서구 편’을 마지막 녹화로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
방송가도, 누리꾼들도 KBS의 이같은 결정에 분개하는 모양새다. 특히 KBS 사측이 제작진을 건너뛰고 김신영에게 직접 하차를 통보했다는 점에서 ‘제작진 패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 KBS는 이날 오전 이같은 사실이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를 통해 알려지자 소속사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는 전언이다.
이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BS가 김신영 소속사에 ‘제작진과 협의 끝에 아름답게 결별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통보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차 통보를 할 때는 인정사정 없더니 여론이 불리해지자 다시 태세를 바꿨다.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방송인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국노래자랑’의 김신영 하차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눈앞에 둔 KBS의 비상경영 상태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후임MC가 김신영보다 몸값이 비싼 남희석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KBS는 최근 비상경영으로 인해 장기근속자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신영의 교체가 전임 조현아 센터장의 흔적지우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KBS 내부에서는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조 센터장 시절 만들어진 인기 프로그램 폐지안이 ‘지라시’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신영 역시 조센터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MC로 발탁됐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부터 44년간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故 송해가 약 34년간 이끌며 중장년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신영은 송해 타계 후 지난 2022년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돼 프로그램의 ‘막내딸’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역대 최연소, 최초의 여성 진행자 김신영를 통해 세대교체를 노렸던 ‘전국노래자랑’은 스스로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퇴행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