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이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 “내 가치와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월드컵·올림픽·유럽 무대 경험 구자철,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독일에서 활약할 때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비법? 더 땀 흘리는 방법밖에 없다”
-“프로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라운드 위에서 내 가치를 얼마만큼 보여주느냐가 중요”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구자철(사진=스포츠춘추 이근승 기자) |
구자철(34·제주 유나이티드).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구자철은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다. 2009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을 따냈다.
U-20 월드컵에 나서기 전인 2008년 2월 17일. 구자철은 2008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중국과의 대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구자철은 월드컵 2회(2014·2018), 아시안컵 3회(2011·2015·2019) 등을 경험했다. A매치 통산 기록은 76경기 출전 19골.
구자철은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 바로 아래 포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신에 성공한 것. 구자철은 이 대회 활약을 발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Vfl 볼푸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었다.
구자철은 “모든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뛴 건 특히 더 귀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마크엔 큰 자부심과 책임감이 따른다. 독일에서 활약할 때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제주에서 뛰고 있는 지금도 매 순간 온 힘을 다한다. 축구화를 벗는 날까지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구자철 “위기를 극복하는 비법? 더 땀 흘리는 방법밖에 없다”
구자철(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통산 231경기에서 뛰며 31골 19도움을 기록했다. 볼프스부르크를 시작으로 FC 아우크스부르크, FSV 마인츠 05 등에 몸담았다. 2018-2019시즌을 마친 뒤엔 카타르 프로축구 1부 리그 알 가라파 SC, 알 코르 SC 등에서 뛰었다.
2022년 2월. 구자철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제주는 구자철이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 구자철은 17살이었던 2007년 제주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구자철은 “독일 무대에 도전할 때 언젠가 제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며 “제주로 돌아오는 데 큰 고민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초반 축구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냈다. 그 시기를 남기일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가 똘똘 뭉쳐 이겨냈다. 팀 성적, 경기력, 프런트의 여러 노력이 더해지면서 많은 팬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주고 계신다. 책임감, 자부심 잃지 않겠다. 변함 없이 매 순간 온 힘을 다하겠다.” 구자철의 얘기다.
구자철은 2023시즌 K리그1 12경기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창민과 제주 중원 핵심이다. 탈압박, 패싱력 등은 여전히 한국 최고 미드필더란 평가다.
구자철의 진가는 제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더 드러난다. 제주는 4월 2일 울산 현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제주는 이날까지 K리그1에서 승리가 없었다. 5전 2무 3패였다.
구자철이 나섰다. 제주가 춘천, 창원, 수원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할 때였다. 구자철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으며 원정 3연전을 모두 이기는 데 앞장섰다.
구자철은 “울산전 완패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며 “여기서 더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다. 더 땀 흘리는 법뿐이다. 제주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소통도 늘었다. 그라운드에서 ‘더 강인한’ 경기력을 보이겠다.” 구자철의 얘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구자철(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구자철은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했다. 구자철을 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이가 많다.
크로아티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귀화 제안까지 받았던 정 운도 구자철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제주 수비수 정 운은 “(구)자철이 형은 마인드가 정말 다르다”며 “자철이 형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게 하나 있다”고 말했다. 정 운이 전한 구자철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잘하는 날이 있으면 못하는 날도 있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나 못하는 날엔 반드시 뻔뻔해져야 한다. 어떤 팀을 상대하든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어선 안 된다.”
구자철은 세계 최고 선수가 즐비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경쟁력을 발휘했던 미드필더다. K리그1에선 여전히 정상급 미드필더의 경기력을 보인다. 그런 구자철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프로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 젊음의 패기나 베테랑의 경험이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다. 중요한 건 지금 팀을 위해 얼마만큼 뛸 수 있느냐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다. 그라운드 위에서 내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구자철의 얘기다.
구자철은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한다. 구자철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선수, 프런트는 구자철을 ‘프로페셔널한 선수’라고 표현한다.
국가대표로, 프로선수로 수많은 걸 이룬 구자철. 구자철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구자철은 짧고 굵은 답을 내놨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다. 프로답게 그라운드 위 경기력으로 평가받는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