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초년생에게 물었다, 4억씩 하는 내 집 장만 어떻게 합니까?
"커피값, 술값 아껴 저축했더니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내 나이 589204821살에." 최근 SNS를 타고, 이런 종류의 글이 떠돕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청년들이 욕심내기에는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죠. 누군가는 "제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부럽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내뱉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우리, 혹시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서울 시내의 번듯한 아파트를 사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눈을 낮추고 지역을 확대하면 충분히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데 말이죠. 오늘은 청년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만한 현실적인 팁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축은 전략적으로
한가지 적금, 한가지 통장에만 모든 여유 자금을 투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편이 관리하기도 쉽고 목돈 마련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죠. 예를 들어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 마련"이 목적이라는 이유로 입출금이 불가능한 청약통장에 모든 금액을 투입하면 나중에 후회하기 쉽습니다. 당장 쓸 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청약통장 속 돈이 아쉽지만, 해지하는 순간 그간 납입한 기간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출처: SBS / 중부일보 |
이미 저축의 전부를 청약 통장에 붓고 있었는데 갑자기 쓸 돈이 필요해졌다면 청약통장 해지 후 재가입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만 19세~34세 사이의 무주택자인데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아닌 일반 청약통장 가입자였다면, 이 기회에 금리도 높고 소득공제 혜택도 있는 청년 우대형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죠. 지금까지 납입한 기간이 길다면 조금 아깝기도 하겠지만, 사실 청약 추첨에서 납입 기간(횟수)으로 인한 가점(최고 17점)은 부양가족 수(최고 35점)나 무주택 기간(최고 32점)에 비해 비중이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청약에 당첨되었다면?
로또보다 낫다는 청약에 당첨은 되었는데, 그 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선은 분양가 10%가량의 계약금을 치러야 하고, 분양가의 60%에 달하는 중도금에 이어 잔금을 내고 취등록세까지 납부해야 비로소 '내 집'이 되는 것이죠.
출처: 미주 중앙일보 / 뉴스 인사이드 |
계약금은 당첨 이후 1~2주 내로 계약일을 정하고 납부해야 하므로, 그 정도의 목돈은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통상 분양가의 10%를 계약 금액으로 책정하니, 4억 원대 아파트를 노리고 있다면 4천만 원가량을 가지고 있어야겠죠. 위에 언급한 전략적 저축, 목돈을 만들기 위한 저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출, 알고 가면 덜 두렵다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
계약금까지는 어떻게 해결을 했는데, 분양가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중도금은 도저히 저축으로 커버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죠. 위 4억 원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2억 4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20대~30대 중반의 청년들이 생활비를 쓰면서 그 정도 금액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출처: 뉴스 토마토 / 머니서핑 |
중도금이 모자라 청약을 포기하는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대출로 눈을 돌려봐야 합니다. 소득이 높지 않을수록 은행의 문턱은 높고, 담당자의 눈빛은 왠지 차가워 보이게 마련이죠. 하지만 소득이 낮더라도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면, 그 문턱을 조금은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은행마다 다양한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으니 미리 꼼꼼히 비교해보면 자신의 조건에 최적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각자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수준을 대략적으로 검색해 볼 수 있는 어플도 마련되어 있으니 이 또한 적극 활용해보면 좋겠죠.
또한 주택 담보대출은 나의 소득이 아닌 분양받은 아파트의 가치를 담보로 하는 대출이니, 소득이 적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꼼꼼히 알아보고 미리 계획을 짜는 것만이 중도금, 잔금을 안전히 치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각종 제도 적극 활용하기
출처: 한국일보 / 토지뉴스 |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우선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청년들이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한 '청년내일채움 공제'를 활용하면, 계약금을 준비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죠.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사업인 내일 채움 공제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신입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납입하면 정부·기업의 매칭으로 1600만 원을, 3년간 600만 원을 납입하면 300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제도인데요. 다만 각종 서류 작업이 복잡한 편인 데다 회사 납입금도 있으니, 재직하려는 회사에서 이 제도를 적용할 의지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월간 금융계 / 한국경제 |
주택금융공사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주는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을 신청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격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자, 대출 신청일 현재 세대주, 그리고 부부합산 연 소득 6천만 원 이하인 자로 제한되는데요. 연 2%~에서 3.15%의 대출금리를 적용하며, 청약저축 가입자의 경우 0.1%~0.3%의 추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이 가능한 대상 주택은 주거 전용면적이 85㎡ 이하 주택으로, 신청일 기준 평가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로 제한된다고 하니 이 점도 꼭 기억하셔야 하겠네요.
최근에는 계약 포기를 막기 위해 실수요자들의 중도금, 잔금 납입 부담을 덜어주는 단지들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연체이자 할인, 중도금 이자 후불제, 선납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죠. 각종 대출 제도와 함께 이러한 혜택들을 똑똑하게 이용한다면 중도금, 잔금이 없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