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입국하기 가장 까다로운 나라는 어디일까요? '까다롭다'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지겠지만, 많은 분들은 입국심사 과정이 만만치 않은 국가로 미국을 꼽습니다. 자국 입국자를 선별하는 미국의 특별한 방식은 비행기에 타기도 전부터 시작되는데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체크인 후 받아든 비행기 티켓에 'SSSS'가 찍혀있다면 탑승부터 입국까지 남들보다 조금 더 번거로운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랜덤으로 선정된다는 SSSS 티켓 소지자는 2차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입국 심사대에서도 더 집요한 질문을 받을 수 있죠.
일반 승객들이 이럴진대, 미국과의 악연이 있는 경우라면 미 입국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겁니다. 배우 안내상 씨는 대학생 때 있었던 일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에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데요. 대체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운동권 출신의 배우
안내상 씨는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해 '쉽게 잘 포기하는 성격 덕분에 스트레스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는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은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애초에 못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없어요"라고 덧붙였죠.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안내상 씨의 학력을 찾아본 시청자들은 '배신감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안내상 씨의 모교가 연세대학교였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 출신이니 대다수 국민의 기준에서 그는 '공부를 잘한' 학생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썰전>에 출연한 우상호 의원은 배우 우현 씨, 안내상 씨와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일화를 털어놓았죠. 우 의원은 자신과 우현 씨는 학생회 집행부로서 집회를 주도했고, 안내상 씨는 지하에서 더욱 과격한 활동을 했다고 밝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미 문화원에 폭탄 설치
우상호 의원이 말한 '더 과격한 활동' 중 하나는 무려 '미국 문화원 도서관에 사제 폭탄 설치'였습니다. 안내상 씨는 군사 독재 및 5.18 등에 대한 미국의 방관적인 태도에 책임을 묻기 위해 '최소 무기징역을 각오하고' 시한폭탄을 설치했다는데요. 다행히 폭탄은 터지지 않았지만, 안내상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총포 도검 화약류 단속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8개월간 교도소에서 복역합니다.
사회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미국 문화원을 공격하는 일은 종종 일어났지만, 폭탄까지 던진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신문, 방송할 것 없이 대다수의 언론이 "국가 전복을 위한 폭도들의 폭력 준동"이라는 논지로 안내상 씨 사건을 다뤘습니다.
미국 출입 가능 여부는 확실치 않아
<썰전>에서 안내상 씨의 미 문화원 폭탄 사건을 이야기한 우상호 의원은 "안내상 씨는 아마 지금도 미국에 못 갈 것"이라며 "미국 측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요.
이에 대해 안내상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못 갈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고 밝힙니다. 한 번 미국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스케줄 때문에 취소되어 확인을 못했다고요. 또한 그는 "별로 (미국에) 가보고 싶지 않아서 실제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쉽지 않을 듯하다"는 말을 덧붙였죠.
안 터져서 다행이에요
안내상 씨는 이 폭탄 사건을 빗대는 듯한 내용의 한 광고에도 출연합니다. 2009년 5월 1일부터 방송된 폭발 방지 부탄가스 '맥스 CRV'의 광고 모델로 나섰는데요.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다 풍선 터지는 소리를 가스 터지는 소리로 착각해 깜짝 놀라는 모습을 연기했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안내상 씨는 본래 '무엇에든 잘 빠지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는 신앙에 미쳤고, 나중에는 마르크시즘과 학생운동에 미쳐 "이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지금의 소탈하고 편안한 얼굴을 보면 이런 과격함이 조금 놀랍게 느껴지는데요. 미국 문화원 폭탄 사건에 대해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며 "안 터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