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만 166만원? 94년만에 처음 문 열려서 줄 선다는 이곳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궁궐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중국 베이징의 중심에 있는 이른바 '금단의 도시'로 알려진 자금성인데요.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황궁이었던 이곳은 1925년 10월 고궁 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이에 885개의 국보급 유물을 소장한 중국 최고의 관광명소 중 하나가 되었죠.
고궁 박물관이 된 이후 자금성은 하루 8만 명의 입장객을 제한하며 한낮에만 공개됐는데요. 그동안 야간에는 관람이 허용되지 않았죠. 하지만 원소절을 맞아 건립 94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 개장을 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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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절은 중국의 전통 명절로, 1년 중 첫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밤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인 격이죠. 특히 이날은 중국 전역에서 화려한 등불축제가 열려 장관을 이루는데요. 달맞이 사자춤, 용춤 등의 민속행사로 한해의 시작을 같이 즐기는 날이기도 하죠.
자금성의 첫 야간 개장은 원소절을 맞아 이틀간 진행됐는데요. 첫날에는 일반인 500명 이외에 각계 인사 2,500명이 별도로 초청되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모범 노동자·택배 기사·환경 미화원·경찰관·군인 등도 있었죠. 둘째 날에는 3천 명의 일반 관람객에게도 야간 관람을 허용했는데요. 인터넷 예매를 통해 어렵게 표를 구한 사람들만이 자금성의 문을 넘었습니다.
인기 관광 명소답게 자금성 야간 입장권을 확보하려는 신청자 수도 어마어마했죠. 약 1만여 명이 몰려 사이트가 마비되고, 1분 만에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화 160만 원이 넘는 암표를 온라인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94년 만에 처음으로 야간 무료개장을 하다보니 매진을 기록할 만큼 열띤 호응을 얻었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금성에 발을 들인 시민들은 오색 찬란한 불빛의 향연 앞에 탄성을 쏟아냈습니다.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은 화려한 불빛을 쏟아냈고, 황제가 관료들을 접견하던 태화전은 레이저 쇼의 무대가 됐죠. 전각과 전각 사이에는 중국 원소절의 전통 풍습에 따라 홍등이 내걸렸고, 벽과 지붕은 한시와 중국의 옛 그림이 내걸리는 스크린으로 변신하는 등 800여 개의 조명이 자금성 곳곳을 비췄습니다.
자금성은 개방 구역의 면적을 30%에서 80%로 늘리는 등 관광객 친화적으로 변모해왔는데요. 이번 야간 개장도 개방 확대를 위한 시도라고 합니다. 고궁 박물관은 최근 커피를 파는 코너 타워 카페와 식당을 개장하고, 중국 현대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각종 문화상품을 내놓는 등 나날이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또, 미·중 무역전쟁 등 여파로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된 중국이 야간 소비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음식점이나 쇼핑몰 심야 영업을 독려하고 야간 교통망을 늘리는 등 야간소비 촉진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밤 시간까지 가능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는데요. 자금성 야간 개장이 성황을 이루면 다른 문화유산들도 야간 개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밀어붙여 성사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1천7백만 명으로 역대 최다 입장객 수를 기록한 자금성이 올해는 야간 개장이라는 특급 이벤트로 원소절 최고의 스타가 됐는데요. 100년 가까이 밤에는 허락하지 않았던 자금성의 문이 열리면서, 관광객과 시민들의 지갑 역시 열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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