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비즈니스석 끊어야지만 탈 수 있는 여행구간
비좁은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오죽하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누구나 한번 쯤은 장거리 여행 시 넓고 편안한 좌석에서 고급 서비스를 받으며 보내고 싶어하죠.
이런 승객들의 심리를 알아차린 것일까요? 비행기에 일반석을 없앤 항공 노선도 있습니다. 대신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의 중간쯤 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만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노선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선의 주인공은 바로 싱가포르항공인데요.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뉴욕까지 논스톱 항로를 취항했습니다. 현재 직항 노선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여행구간이죠. 비행시간만 무려 18시간 45분이고, 거리는 16,700km에 달합니다. 지구의 둘레가 4만 74km니까 대척점이 아니면 웬만한 도시는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싱가포르와 뉴욕 간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A350-900ULR 기종입니다. 이 기종은 연료 탱크의 용량을 2만 4천 리터로 늘리고, 연료의 효율도 높여 20시간 이상 논스톱 비행이 가능하죠. 최대 비행거리는 17,9000km에 달합니다.
세계 최장거리 노선인 만큼, 싱가포르항공은 좌석 수를 대폭 줄여 승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일반 A350-900S 기종의 좌석은 250석이지만, A350-900ULR은 161석밖에 되지 않습니다. 67석은 비즈니스석으로 배정했고, 나머지 94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죠. 대신 일반석은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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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아무래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3년 연료비 문제로 해당 직항 노선이 중단되기 전까지 운행됐던 비행기는 모두 비즈니스석으로 100명의 승객을 태웠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승객을 161명으로 늘리면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통해 항공권의 가격을 낮추고, 탑승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게 항공사 측의 계산이죠.
장시간 비행에 따른 승객들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실내인테리어도 변경했습니다. 기내에서 답답함을 덜 느낄 수 있게 천정을 높였고, 창문의 크기도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크게 만들었는데요. 실내조명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 노선의 가격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약 180만 원에서 시작하고, 비즈니스석은 이보다 최소 2배 정도 더 비쌉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장시간의 운항 시간으로도 첫 비행의 좌석 90%가 팔린 것으로 미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 싱가포르항공의 입장이죠.
이전까지 운행되고 있던 세계에서 가장 긴 직항 노선은 중동의 카타르 도하에서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의 항로였습니다. 실제 비행시간은 약 18시간 30분이었는데요. 이번에 싱가포르항공이 싱가포르~뉴욕 노선을 재개하게 되며 이 같은 기록을 깨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의 스콧 매카트니 여행 칼럼니스트가 실제로 이 노선을 이용해본 결과, 장시간 비행임에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이용할만하다고 평가했는데요. 만 하루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행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과감히 일반석을 없앤 싱가포르항공의 결정은 칭찬받아 마땅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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