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고 떠나는 착한 여행
12월을 품고 떠나는 겨울여행은 6번국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양평을 따라 횡성으로 향하는 시골의 풍경은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국도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향의 맛.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귀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부모님 같은 분들을 보면 착한 여행자가 되고 싶어진다.
6번 국도의 파노라마
국도 옆 낮은 담장 뒤로 시골집이 보인다.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대여섯 마리들이 마당 이곳 저곳을 누비며 뒤뚱뒤뚱 걸어 다닌다. 그 모습은 지켜보고 있는 어미개는 강아지들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한다. 잠시 차를 멈춰 그 광경을 지켜보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참 사랑스럽지? 너무 귀엽다.” 아이와 나는 그 풍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 옛날 나의 유년시절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6번 국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들판에는 마시멜로우처럼 생긴 볏짚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요즘 시골의 이색풍경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보았던 그 풍경은 아니지만, 볏짚을 통해 힘든 농번기를 지나 이젠 휴식의 시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분들에게도 희망찬 2016년이 되었으면 하는 따뜻한 바람을 가져본다. 또 다른 집에서는 김장을 하느라 어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요즘은 예전처럼 김장을 많이 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골에는 여전히 김장 품앗이가 남아있다. 날씨는 춥지 않아서 마당에 넓게 펼쳐놓고 주거니 받거니 담소들이 이어지고, 어느새 김치가 한 가득 완성된다. 이런 정겨운 풍경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사람 사는 정이라는 것을.
100년의 역사를 품은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 풍수원성당
100년 시간을 이겨내고, 희망의 불씨를 품고 있는 풍수원 성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4층 구조로 된 첨탑으로 우리나라에서 4번째 지어진 성당이다. 1907년에 완성된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전북 완주의 고산성당, 서울 명동성당에 이어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라고 한다. 풍수원성당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경기도 용인에서 신태보(베드로)를 중심으로 40여명의 신자들이 8일 동안 피난처를 찾다가 이곳 풍수원성당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산간벽지로 산림도 울창하여 관헌들의 눈을 피하기에 알맞은 곳이라 신자들이 모여들어 촌락을 이루었고 화전을 일구며 토기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20년간을 지냈다고 한다. 1896년 2대 주임으로 정규하(아우구스띠노)신부가 부임하여 중국인 기술자 진베드로와 함께 현재의 성당을 짓게 되었다.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굽고 아름드리 나무를 해 오며, 그들의 신념과 피와 땀이 서려 풍수원성당이 지어진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마음을 품고 있는 곳
풍수원성당은 100년의 역사 앞에서도 가장 낮을 자세로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을 포옹하는 큰 마음이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찾게 되었는지 모른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새롭게 무언가가 생겨나고, 쉽게 잊혀지고. 그러면서 우린 정작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좀 더 느리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지혜와 물 흐르듯 흐르는 고요함 속에 하나 둘 다듬어진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오래됨은 시간이 흘러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더해진다는 참 의미를 되뇌어 본다.
풍수원성당은 유럽의 고딕 건축물로 외관은 수직적으로 높고, 실내는 창을 많이 내어 개방감이 높도록 건축된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예전 그대로 모습을 보전하고 있어 반드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지금과 미래를 위해 기도를 해 본다. 밖으로 나와 성당 뒤편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드라마 러브레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 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있고 강론광장과 유물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초겨울인데 아직도 겨울준비를 마치지 못한 채 피어있는 민들레 꽃을 보았다. 민들레 홀씨를 후욱 불어 바람에 날려 보내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본다. 경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강론광장은 산을 품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품을 듯 아늑해 보인다. 유물전시관에는 예전에 사용했던 농기구와 오래 전 물건들이 전시되어, 아이들에게는 학습의 장소로, 어른들에게는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진심의 소리를 따라 옮기는 발걸음
유물전시관에서 풍수원성당을 내려다 보니 화려하지도 번잡하지도 빠르지도 않은 느림의 교훈과 시간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우린 매일 매일 시계바늘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지낸다. 적어도 지금 만큼은 시계바늘이 아닌 나의 진심의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리하여 내가 하고자, 얻고자,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보는 시간을 보내보자. 적어도 풍수원에서의 시간에는 소중한 내가 있었고, 잊고 있었던 우리가 있었다.
한 두 시간 이상 이곳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이 장소에 머무는 이 그 누구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느린 걸음이 주는 여유, 쉼 없이 질문을 하는 아이들의 물음에도 차근차근 대답해 주는 마음의 여유까지.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풍수원성당
주소 :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경강로유현1길 30
전화번호 :033-343-4597
홈페이지 : http://www.pungsuwon.org/
드라마촬영지 ‘러브레터’ ‘유리화’, ‘패션70s’, ‘조강지처클럽, ‘애정의 조건’, ‘그녀는 짱’, ‘인생이여 고마와요’, ‘상두야 학교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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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만족하는 숲체원 힐링투어
숲체원은 한국산림복지문화재단에서 산림환경기능을 증진시키고 녹색문화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며함께 공유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숲 체험은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청소년과 일반시민의 숲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다양한 체험장을 제공해 일반인, 소외계층에 대한 숲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국내 최초 숲 전문 상설교육기관으로 각종 세미나, 전시회, 시민단체의 교류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숲 오감 체험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깨우다
숲은 피톤치드 같은 화학물질만 내뿜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를 긍정적으로 자극한다. 숲에서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힐링여행. 오감을 만족하는 여행이라면 최고의 시간이 아니겠는가? 숲과 계곡을 따라 설치된 완만한 기울기의 데크로드길은 산정상까지 누구나 숲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데크로드 중간중간에 휴식 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숲 해설가가 전해주는 숲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숲이 내 뿜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가족 안에 있던 작은 불만의 불씨도 날려버리고, 서먹했던 아빠와 아들의 사이도 가깝게 만들어 주고 타인과 함께 소통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이 이어진다. 숲체원 전시실에는 나무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과 숲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여행은 준비하는 자에게 더 많은 추억을 선물한다
숲체원의 숙박동은 목조로 되어 있고 실내에는 취사시설이나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대화의 시간은 늘어난다.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과 내가 오해했던 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숲체원의 소통하는 시간은 반 강제든 자연스러운 프로그램이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날 밤 우린 숙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리 준비한 타임캡슐에 앞으로의 1,2,3년의 계획을 세웠고 내일을 기약하며 편안한 숲 속 밤을 보냈다.
숲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그랬듯 상쾌하다. 매일 늦잠을 자는 사람들도 숲에서는 새벽과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숲이 가진 놀라운 치유의 능력인가? 꿀잠을 자고 나니 머리도 맑아지고 이른 아침의 찬 공기가 청량음료의 짜릿한 맛으로 느껴진다.
식당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어제 밤 만들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가지고 등산길에 오른다. 누구나 가볍게 등산을 즐길 수 있는 788m의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산의 기운을 받아본다. 아직 겨울준비를 하지 못해 푸른 이끼를 보며, 나는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었는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초 겨울 산행,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멍했던 귀가 열리고 상쾌한 공기는 가슴속까지 정화시켜준다. 이윽고 우린 타임캡슐을 묻을만한 장소를 찾아 땅을 파기 시작한다. 언제 이런 일을 해 보았던가? 드라마 속 주인공만이 이런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주인공인 우리가 직접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어 보았다. 타임캡슐을 잘 묻고 주변의 산새를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우린 이야기를 나눴다. 매년 이곳을 오면 좋겠다. 내 꿈도 이루어지면 좋겠다. 열심히 해야지. 등등의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산을 내려온다. 좋은 여행은 스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복잡한 고속도로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듯한 2015년을 보냈다면, 2016년은 매일 같은 고속도로를 달리기 보다는 국도가 주는 여유로움과, 시간의 소중함, 숲이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더 밝은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숲체원
주소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전화번호 : 033) 340-6300
편집장 심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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