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화랑대 폐역, 용마랜드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뫼비우스 띠 같은 일상의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듯싶지만 정신 없는 하루들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라는 단어가 절로 나온다. 바삐 달려가다 뒤를 돌아봤더니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간 있었던 소소한 추억들은 현실에 치여 일상에 밀려 가슴 한구석에 묻어졌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된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것들, 추억이란 단어는 오늘도 아련하게 내 주위를 맴돈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 폐역

서울 지하철 6호선 끝자락 화랑대 역 4번출구로 나가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보자. 춘천까지 이어지던 옛 철길이 쭉 놓여있다. 그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구)화랑대 역이 우리를 반긴다. 아파트 숲 사이에 놓여있는 철길이 약간 어색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녹이 슬어버린 나사들과 철길,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는 깨어진 신호등. 이름 모를 넝쿨식물들이 그를 위로하듯 감싸 안고 있었다. 지난 4월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파종된 코스모스들의 힘차게 하늘로 줄기를 뻗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바지런한 코스모스들은 꽃을 피웠다. 비록 버려진 철길이지만 철로 사이, 돌 틈 사이로 자라난 풀과 들꽃들이 이 곳의 시간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사람들에게는 잊혀졌지만 자연에게는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누군가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장소

카메라를 들고 먼지 날리는 화랑대 폐역 곳곳을 찍고 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아가씨 작가요?” 라고 말을 걸어왔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이 곳에 누군가가 왔다는 것이 반가운 것인지 관리인 아저씨는 가을에도 또 오라고 말해주었다. 가을이 되면 날씨도 시원하고 코스모스도 잔뜩 필 것이라고, 박물관도 만들 거야 라며 자랑하듯 웃음지으며 말하는 아저씨. 그에게 화랑대 폐역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간이역이 아닐까.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화랑대 폐역 (구)화랑대역
주소 서울 노원구 공릉2동 29
전화번호 1544-7788
가는법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4번출구에서 약 10분간 직진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Tip!

어릴적 희미한 기억, 면목동 용마랜드

면목역 2번출구로 나가 버스를 타고 5분정도 가면 용마공원 입구라는 방송이 나온다. 주택가를 넘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래되다 못 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멈춰버린 놀이동산인 용마랜드가 나온다. 무단침입 금지라는 문구 밑에 적혀있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 방문요청을 하면 관리실에서 아저씨 한 분이 나와 문을 열어주신다. 용마랜드를 느끼기 위한 비용은 5000원 한 장. 용마랜드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료가 마치 이제는 잃어버린 옛 동심을 찾아주는 비용인 듯싶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동심만은 녹슬지 않기를
현재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놀이동산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용마랜드의 규모. 그 안에 옹기종기 배치된 놀이기구들은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었다. 회전목마의 말들은 앞으로 나아갈 기운이 봉인된 듯 여전히 힘찬 모습으로 멈춰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힘차게 달렸을 꼬마기차도 망가진 철로 위에 가만히 서있다.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못하며 버려진 피아노는 아름다운 선율을 시간에게 뺏겨버렸다. 여기저기 깨지고 망가진 놀이동산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공원을 가득 메웠을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이 상상되면서 작게나마 미소가 지어졌다. 용마랜드를 이용했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이 곳이 녹슬었더라도 당시의 추억만은 녹슬지 않길 작게 바라본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오늘도 HAVE A NICE DAY
사진 동호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용마랜드는 쇼핑몰 의류화보를 찍거나 커플들이 스냅사진을 찍는 장소로 유명하다. 마치 정말 놀이공원에 온 듯 커플 머리띠까지 맞춰 쓰고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놀이공원 출구에 써져 있던 ‘have a nice day’ 놀이기구를 운영하던 예나, 멈춰버린 지금이나 모두에게 좋은 날을 선물해 주는 것은 여전하다.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용마랜드
주소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 70길 118
전화번호 010-9671-6104
가는법 지하철 7호선 면목역 2번출구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2227번, 242번 탑승 후 용마공원 하차
TIP! 용마랜드 유지비용 명목으로 받는 입장료 5000원은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오늘의 실시간
BEST
sjzine
채널명
에스제이 진
소개글
2030 여성들을 위한, 힐링여행의 보물창고이자 문화&라이프&여행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