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新 마을버스 보고서①] 마을버스,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마을버스는 일반 시내버스가 다니기 어려운 구간을 운행한다. 즉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마을버스가 정류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모습. / 사진=김두완 기자 |
마을버스를 타본 적이 있는가. 마을버스는 중요한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지만 시내버스만큼 운행 범위가 넓지 않다. 목적도 다르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마을버스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다. 마을버스는 일반 시내버스가 다니기 어려운 구간을 운행한다. 즉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마을버스 이용객은 이용의 불편을, 마을버스 업계는 경영상 어려움을, 마을버스 종사자는 근로조건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있다. 2024년 현재, 마을버스는 어떤 상황일까.
마을버스, 기점에서 거점으로
마을버스의 시작은 시내버스의 보조연계 수단이었다. 시내버스가 운행하기 어려운 고지대마을, 벽지마을,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등에 마을버스가 다니며 승객을 마을에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마을버스 운송사업은 기존 시내버스 사업자가 시내버스 면허와 별개로 한정면허 형태로 발급받아 운영했다.
마을버스 운송사업은 2000년 8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이하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새로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한 종류로 신설되고 등록제로 전환됐다. 이전까지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상 노선여객자동차의 운송사업은 3종류로 구분했다. △시내버스운송사업 △농어촌버스운송사업 △시외버스운송사업 등이다.
노선(路線)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은 정기적으로 운행하려는 구간을 정해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을 말한다. 마을버스는 2000년도부터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의 한 축으로 인정됐고 등록제로 전환돼 일반인도 기존 사업자와 차별 없이 마을버스 운송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마을버스의 목적인, 대중교통 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역할은 변함없었다.
등록제로 전환된지 24년.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2023년 기준 전국 442개사다. 이들은 총 1,890개 노선을 담당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발간한 ‘2023 대중교통 현황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마을버스 노선수는 △2021년 1,645개 △2022년 1,813개 △2023년 1,890개로 지속 증가했다.
마을버스 노선수는 증가세지만 1개 업체당 평균 노선수를 다른 노선버스와 비교하면 영세한 규모에 해당한다. 시내버스의 경우, 1개 업체당 평균 노선수는 22개다. △농어촌버스는 평균 54개 △시외버스는 평균 45개 △고속버스 평균 35개인 반면, 마을버스는 평균 4개다. 다른 노선버스에 비해 업체수가 많고 노선수는 적어 상대적으로 1개 업체당 평균 노선수가 적게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체당 평균 담당 노선이 적어 규모 측면에서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노선버스는 고정된 노선에 따라 운행하는 버스를 말하며, 노선버스의 종류는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시외버스(고속형, 직행형, 일반형 등)로 구분한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 제1호)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수도권의 한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마을버스가 1일 100만명이 이용한다는 건 그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주로 오지 노선을 운행하기 때문에 필요성이 중요한 요소다. 다만, 시내버스에 비해 정책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재정지원도 열악한 상황이어서 운영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마을버스는 광역시 중심, 그 외 지역은 농촌형 모델로
2023년 마을버스를 이용한 수단통행량은 약 6억7,000건이다. ‘수단통행량’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발생하는 승하차 이용량을 의미한다. 마을버스는 전체 대중교통 수단통행량의 약 8.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을 최초 승차에서 최종 하차까지 이용을 1회로 보는 ‘목적통행량’을 기준으로 하면 마을버스 비중은 약 10.5%에 해당한다.
마을버스 통행량 데이터를 보면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광역시와 △그 외 시도로 구분된다. 교통카드빅데이터통합정보시스템에서 마을버스 통행량 데이터가 확인되는 곳은 17개 시도 중 13곳이다. 이 중 경기도,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의 마을버스 비중이 타 지역보다 높았다. 마을버스는 마을에서 시내버스 정류장 또는 지하철역 등으로, 기점에서 거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도심 교통이 발달한 곳에 주로 활성화됐다. 그 외 시도 지역은 마을버스보다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로 통합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에는 2014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이 추진됐다. 농촌형 교통모델은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소형버스나 택시를 활용해 기존의 버스노선을 보완하는 준대중교통 서비스를 말한다. 공공버스가 여기에 속한다. 공공버스는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마실버스, 누리버스, 마을버스 봄봄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운수업체와 자조조직(마을자조·농협활용·비영리법인 등), 그리고 지방공기업 등이 운영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마을버스는 도심 교통이 발달한 광역시를 중심으로 교통사각지대와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발달했다.
대중교통 통행량 중 마을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단통행량에서 마을버스 통행량이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 목적통행량 중 마을버스 통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했다. 마을버스 통행량 데이터가 존재하는 13곳 시도 중 '0%' 비중을 나타내는 6곳(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충청북도, 전북특별자치도, 경상북도, 제주특별자치도)을 제외한 7곳의 데이터를 그래프로 구성. / 그래픽=이주희 기자 |
마을버스는 광역시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의 한 축을 구성하며 그 가치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동수단으로 성장했지만 2024년 현재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추석연휴 가족과 나들이 나섰던 40대 가장 A씨는 “7살 아이에게 경험도 시켜줄 겸, 몇 정거장 안되는 거리를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했으나 너무 불편했다”며 “긴 배차간격은 말할 것도 없고 협소한 상태에서 승객이 계속 탑승해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관광명소로 이동하는 마을버스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탑승했는데 우리나라의 이런 대중교통 모습이 다소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을버스를 5년째 운행하고 있는 B 버스기사님은 “우리도 많이 답답하다. 승객은 불편하다고 화를 내시지만 월급쟁이인 우리들이 무슨 힘이 있겠냐”라며 “우리도 거의 쉬지지 못하고 일하는데 월급은 적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역 마을버스 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태”라며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감소한 것도 문제지만, 손실보전을 위한 지원금도 100% 되는 것이 아니어서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리 없는 소수, 마을버스가 말을 하지 못해 침묵하는 것이 아닌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