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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시사위크

[2024 新 마을버스 보고서②] 마을버스의 ‘특별한 가치’

마을버스는 대중교통망의 모세혈관으로 일컬어진다. 시내버스가 오가기 어려운 고지대나 좁은 주택가, 외지마을을 오가며 주민의 이동 편익을 돕는 교통수단이다. / 이미정 기자 

마을버스는 대중교통망의 모세혈관으로 일컬어진다. 시내버스가 오가기 어려운 고지대나 좁은 주택가, 외지마을을 오가며 주민의 이동 편익을 돕는 교통수단이다. / 이미정 기자 

마을버스 위기론이 대두된 지 오래다. 마을버스가 운행에 어려움이 많고 긴 배차간격으로 승객 이용 편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는 마을버스 살리기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렇다면, 마을버스를 ‘왜’ 살려야 할까. 이러한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선 대중교통의 순기능과 함께 마을버스가 가진 ‘특별한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체계 개선… ‘사회·경제·환경적 가치’ 높여

대중교통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도시철도와 버스는 ‘시민의 발’로 대표되는 교통망이다. 대중교통망은 시민의 이동 편익과 교통 효율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창출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중교통 인프라는 산업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민의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UC버클리 대학의 다니엘 챗먼 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Transit Service, Physical Agglomeration and Productivity in US Metropolitan Areas)을 통해 “대중교통 체계가 도시의 집적경제를 만들어 내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적인 경제 가치가 도시 규모에 따라 매년 작게는 150만달러(20억원)~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까지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적경제란 경제주체들이 특정 공간에 밀집해 얻게 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뜻한다.


대중교통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온실가스 저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따르면 등록된 국내 등록된 자가용 승용차 운행을 10%만 줄여도 연간 이산화탄소 51만5,767톤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경제적 가치로 127억원에 해당한다. 하루 30km를 이용하는 1대의 승용차 이용자가 버스를 대신 이용할 시, 연간 약 285.4kg 정도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탄녹위 측은 밝혔다.

마을버스는 교통소외지역 곳곳을 오가가면서 사회, 경제, 환경, 공동체 가치를 창출하는 대중교통망의 출발점이다. / 이미정 기자

마을버스는 교통소외지역 곳곳을 오가면서 사회, 경제, 환경, 공동체 가치를 창출하는 대중교통망의 출발점이다. / 이미정 기자

여기에 대중교통은 보편적 이동권을 실현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저소득층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아이, 노인,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돕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메디 레만 인터내셔널 콘텐츠 에디터는 지난해 9월 ‘대중교통이 기후정의의 핵심인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중교통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기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사회적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 교통 체계의 최종수단이자 최초수단”

마을버스는 대중교통망 체계에서 ‘모세혈관’으로 비유된다. 시내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운 언덕, 고지대, 좁은 골목길을 오가면서 시내정류장과 지하철 등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붙여진 별칭이다. 다만 마을버스의 가치는 이러한 주요 교통망의 보조적 연계수단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을버스가 교통소외지역 곳곳을 오가가면서 사회, 경제, 환경, 공동체 가치를 창출하는 대중교통망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을버스는 기본적인 생활권인 마을권역을 오가는 교통수단으로 주거지에 가장 밀착돼 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교통의 출발점은 대부분 주거지에서 시작을 한다”며 “대중교통은 주거지에서 주요 교통수단과 연결돼야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랬을 때 마을버스는 최종 수단이자 최초 수단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의 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소위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와 같은 골간(骨幹) 교통망 체계의 효율성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버스는 운행 특성상, 외진 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의존하는 필수적 교통수단이다. 인근에 대체 대중교통수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예 없는 마을도 많다. 시내버스가 오가기 어려운 고지대나 좁은 주택가, 외지마을이 대표적이다. 대체 대중교통수단이 없다면 결국엔 자동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교통약자’ 이동의 최후 보루 “누군가에겐 생존과 직결”

문제는 마을버스의 주 이용계층인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여성, 노인 등이 자가용 교통수단을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에 마을버스는 저소득층이나 여성, 어린이,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가장 가까이서 보장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공적 가치가 높다.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마을버스는 누군가에겐 ‘생존권’과 직결되는 교통수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마을버스는 주로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고지대나 오지를 왕복하는 수단이다. 그러다 보니, 거동이 좀 불편하신 분들은 마을버스가 없어지는 순간 이동이 힘들어진다.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큰 길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마을버스는 단순한 이동 문제를 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내 한 고지대 마을의 상황을 이러한 사례로 언급했다.

 

실제로 마을버스는 교통소외지역의 주민들에겐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을버스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울 화곡동 고지대 일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주민. / 이미정 기자 

서울 화곡동 고지대 일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주민. / 이미정 기자 

화곡동 일대는 구릉지에 조성된 저층 주거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이날 오후 강서 01과 02번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주택 골목길과 비탈진 고지대를 오가면서 승객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희진(가명·29) 씨는 “집이 역이랑 떨어져 있고 언덕길에 있다 보니 마을버스를 타고 자주 이동하는 편”이라며 “배차간격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일주일 동안 10회 가량 마을버스를 탄다는 박자연(38·여) 씨에게도 마을버스는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박자연 씨는 “현재 거주지는 등촌동인데, 아이를 화곡동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다”며 “차가 없다보니 아이와 마을버스를 타고 어린이집에 오고 있다. 택시를 탔다면 비용 부담이 있는데 마을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고지대 주택에 살고 있는 임영택(77·여) 씨도 “마을버스가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종교나 봉사활동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영택 씨. 그는 일주일 동안 3~5일은 마을버스를 탄다고 한다. 임영택 씨는 “운동 삼아 걸어서 전철역이나 시장을 갈 때도 있지만 꽤 힘이 든다”며 “특히 언덕길을 걸어 올라오는 것은 힘들어서 마을버스를 자주 탄다”고 말했다. 


마을버스는 교통소외지역을 오가면서 적잖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마을버스가 ‘마을공동체 유지’에 있어서도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특별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움직이는 마을회관 역할”… 주민공동체 지키는 ‘마을버스’ 

김훈배 위원은 “마을버스는 그저 작은 버스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누구든 이웃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마치 움직이는 마을회관과 같다”고 말했다. 마을버스는 지하철, 버스 등 먼 거리를 오가는 교통시설과 달리, 자치구 내에서 짧은 노선을 오간다. 이용 승객들이 인근 주민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을버스 내에서 주민들 교류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날 만난 박자연 씨도 아이의 등·하원을 위해 마을버스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근 주민이나 운전기사들과 인사를 나누게 됐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마을버스는 자치구 내 관내 이동을 돕는 교통수단이다. 주 이용객이 주민인 만큼 다른 도시교통수단과 달리, 주민 간 교류가 이뤄지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 이미정 기자

마을버스는 자치구 내 관내 이동을 돕는 교통수단이다. 주 이용객이 주민인 만큼 다른 도시교통수단과 달리, 주민 간 교류가 이뤄지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 이미정 기자

마을버스는 공동체 간의 사회적 유대 강화에도 보이지 않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정책에서 소외돼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장은 “대중교통이지만 대중교통 취급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자체들이 마을버스에 대한 재정보조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마을버스 운영 체계 및 재정지원 방식에 보다 심도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버스는 골목 곳곳을 누비며 민생경제와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축이다.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 사라진 그 마을은 어떻게 될까. 어쩌면 인구 이탈과 지역 쇠퇴,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미정·김두완·박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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