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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 사는 이 가방, 원가 140만원짜리 되팔면 4400만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

손에 넣으려면 고객이 ‘을’이 되는 기현상

매장가 1580만원이 4400만원에 재판매

WSJ “실제 생산 비용은 1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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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실버 메탈릭 쉐브르 버킨 30’. 2023.6.1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의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핸드백인 ‘버킨백’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매장의 판매 직원 간의 역학관계가 일반적인 경제학의 상식을 뒤집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희소한 가방인 탓에 부유층 고객이라도 이 가방 앞에서는 ‘을’이 되고, 이처럼 손에 넣기 힘든 가방은 ‘리셀’(재판매) 시장에서 가격이 2배 이상 뛴다는 것이다.

부유한 고객이 ‘을’이 되는 ‘미친 경제학’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버킨백의 경제학은 고객과 판매 직원 사이의 정상적인 힘의 균형을 뒤집었다”면서 이를 “미친 경제학”이라고 전했다. 버킨백은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유명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켈리백과 함께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장 고가의 핸드백이다.


1984년 처음 출시된 버킨백은 영국의 패션 사업가 빅토리아 베컴, 미국의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애용한다. 보도에 따르면 버킨백의 기본 모델로 가로 길이가 25㎝인 검은색 ‘버킨 25’의 매장 가격이 세전 1만 1400달러(1584만원)에 달한다. 가죽의 재질에 따라 가격은 2억원까지도 뛴다. 부유한 여성들이 1000만원이 넘는 가방을 무심한 듯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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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245개와 18k 백금으로 장식된 히말라야 악어가죽 버킨백. 201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7만 9261달러(5억 2751만원)에 낙찰됐다. EPA 연합뉴스

버킨백이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다른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과 다른 점은 가방을 손에 넣기 위해 고객이 매장 직원에게 굽신거려야 한다는 점이다. 매장 직원으로부터 스카프와 시계, 신발 등 다른 제품을 꾸준히 구입해 구매 이력을 채워야 버킨백이나 캘리백을 구입할 수 있다. 한 고객은 8만 7500달러(1억 2000만원)짜리 에르메스 카누를 산 뒤에야 버킨백 희귀 모델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매장 직원과 친분을 쌓아야 함은 물론이다. WSJ은 “고객이 권력을 행사하는 매장 내 권력관계가 에르메스 매장에선 뒤집힌다”면서 “부유한 여성 고객들도 매장 직원에게 집에서 만든 쿠키를 선물하는가 하면, 가수 비욘세의 콘서트 티켓, 프랑스 칸 영화제로 가는 전용기 티켓, 심지어 현금으로 채워진 봉투까지 건넨다”고 보도했다.


‘갑’이 된 매장 직원은 부유층 고객들의 이름이 적힌 ‘대기 리스트’를 관리하고, 버킨백이 매장에 도착하면 이들 중 누가 버킨백을 손에 넣을 자격이 있는지를 매장 관리자에게 설명하고 승인을 받는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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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팝업전시가 개막했다. 장인이 안장을 제작하고 있다. 에르메스 제공. 뉴시스

원가 140만원짜리가 4400만원에 재판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탓에 버킨백은 리셀 시장에서 몸값이 두 배 이상 뛴다. 보도에 따르면 리셀러 업체들은 가방을 매입한 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3만 2000달러(4400만원)에 되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버킨백을 만드는 데에 불과 1000달러(139만원)밖에 들지 않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매장에 들어가 버킨백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버킨백과 같은 명품 핸드백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에르메스 역시 까다로운 판매 정책을 통해 “고객이 먼저 버킨백에 접근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같은 정책 탓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미 캘리포니아의 고객 2명은 에르메스가 소비자에게 끼워팔기를 강요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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