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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서울신문

뱅크시의 벽화 ‘눈 먹는 소년’ 눈길 끌자 훼손하려는 ‘반편이’가

뱅크시의 벽화 ‘눈 먹는 소년’ 눈길
뱅크시의 벽화 ‘눈 먹는 소년’ 눈길

영국 웨일스의 항구 도시 포트 탤벗의 허름한 차고 벽에 등장한 벽화 ‘눈 먹는 소년’은 기막힌 반전으로 화제가 됐다. 그림 속 소년이 천진난만하게 혀를 내밀어 눈송이를 맛보는 것처럼 보이는데 눈송이가 시작된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불쏘시개에서 나오는 잿가루를 먹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된다.


영국의 유명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포트 탤벗 의회는 차고 주변에 플라스틱 펜스를 세우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어느 만취한 ‘반편이’가 플라스틱 펜스를 뚫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처음에 뱅크시에게 작품을 의뢰했던 개리 오웬이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리고 범인을 아는 사람은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BBC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누군가 유명해지려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이 아닌가 의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뱅크시의 벽화 ‘눈 먹는 소년’ 눈길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작품 ‘눈 먹는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플라스틱 펜스 안에서 바로 그림 앞에 유리 덮개를 세우고 있다. 왼쪽 붉은 작업복 입은 이가 처음에 뱅크시에게 작품을 의뢰한 개리 오웬이다.

뱅크시는 지난 19일 인스타그램에 벽화를 직접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의 작품임을 밝혔다. 뱅크시는 지난 15~16일 포트 탤벗을 찾아 그림을 그렸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드론으로 촬영해 공개한 영상은 눈송이를 먹고 있는 아이와 옆 벽면의 화염을 차례로 보여준 뒤 상공으로 올라가 멀리 보이는 공장을 비춘다. 공장 굴뚝은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고, 동요 ‘작은 눈송이(Little Snowflake)’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뱅크시가 이곳에 벽화를 그린 것은 지난 8월 오웬이 보낸 메시지가 계기가 됐다. 그는 ‘포트 탤벗에 작품을 그려 달라. 이곳의 철강 공장은 매일 엄청난 양의 먼지를 뿜어내고, 주민들은 이로 인해 아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뱅크시는 메시지에 답하는 대신 포트 탤벗에 벽화를 그려 응답했다. 벽화가 그려진 차고의 주인은 철강 노동자 이안 루이스였다. 루이스는 당연히 낙서로 여기지 않았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혹시라도 작품이 훼손될까 두려워 밤을 새워 지켰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뱅크시가 영국 최대 철강공장인 ‘타타 철강’이 위치해 있는 점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포트탤벗을 영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로 선정했지만, 곧 “측정 수치가 잘못됐다”며 번복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타타 철강에서 날아오는 검은 먼지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꼬집은 뱅크시의 새로운 작품에 환호했다.


그리고 이틀 동안 2000명 이상이 이곳을 찾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을 모으는 이 대단한 ‘성탄 선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위를 순찰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있다. 또 새로 유리 덮개를 씌우는 데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신이 참여하고 다른 기업인이 한쪽 덮개 값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등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뱅크시의 작품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뱅크시는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거나 파괴하는 등의 기행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는 지난 10월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파운드(약 15억 4000만원)에 낙찰되자마자 갈기갈기 찢겼는데 나중에 뱅크시가 미리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해 작동시킨 사실이 밝혀져 유명해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사진·영상= Bootleg Banks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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