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젊은 나이' 영면에 든 별…누가 김새론을 비극으로 몰았나
‘악플 폭탄’發 반복되는 비극
언론은 혐오·차별 확대 재생산
악성 댓글 처벌 강화와 함께
언론·플랫폼 책임 강화 필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씨의 발인이 19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25세라는 젊은 나이로 너무 일찍 영면에 든 고인. 그가 평소 악성 댓글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인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 문화와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행태에 대해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번 논란이 된 연예인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지나친 여론에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악플러 처벌은 물론 황색 언론과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배우 김새론씨의 빈소가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공동취재사진 |
2009년 9살의 어린 나이에 영화 ‘여행자’로 레드카펫을 밟은 후 영화 ‘아저씨’(2010)를 통해 촉망받는 여배우로 떠올랐던 김씨. 그의 발목을 잡은 건 2022년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였다.
김씨는 사고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수년간 자숙을 이어갔지만, 김씨의 SNS 게시물에는 악플 세례가 이어졌다.
김씨가 유니폼을 입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자 대중은 그의 SNS에 “자숙한다더니 제정신 아니네”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김씨가 취미로 낚시하는 사진을 올리면 어김없이 “SNS병 말기 환자”, “정신 연령이 너무 낮은 듯” 등의 악플이 쏟아졌다.
연예인을 향한 악플 문제는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19년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 지난해 배우 이선균에 이르기까지 악플러들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배우 김새론씨 생전 모습. 연합뉴스 |
나종호 예일대 교수는 SNS에서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이유로 비판과 관심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개인의 고통마저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악플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선 심리적 불만을 문자로 쉽게 표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에 “과도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익명성에 숨어 자신의 분노나 열등감, 낮은 자존감, 관심 등에 대한 심리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내가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 상대방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예인을 향한 악플 문제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
언론을 포함해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은 혐오와 차별 여론을 더 들끓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언론은 김씨의 근황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보도하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음주운전’ 김새론, 근황 공개…낚시 즐기며 미소”, “평화롭게 낚시하는 근황 공개”, “생활고 맞아?”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 수를 올렸다.
유튜버들도 김씨 비판에 공격적으로 가세했다. 구독자 62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이진호 연예뒤통령’은 “생활고 김새론의 두 얼굴”, “자숙에 대한 진정성, 유명 연예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다”며 김씨를 비난하는 영상을 수차례 게시했다. 관련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 악성 댓글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댓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언론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사용자 이름을 공개하는 온라인 실명제나 아이디·IP 주소를 공개하는 준실명제, 명예훼손 글의 신속 삭제 절차 간소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만, 악플 문제는 댓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언론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온라인 사이트가 현재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하는 식으로 구조화돼 있지만 법과 제도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회 수 경쟁과 상업주의 등에 치우친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 역시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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