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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세계일보

최고의 호주와인산지는 왜 남호주에 몰려있을까

호주 와인 역사 1788년 시드니에서 시작

필록세라 피해 서늘한 남쪽으로 이동 남호주에 생산자 대거 정착

50살 넘은 올드바인 남호주에 즐비

최고의 쉬라즈·카베르네소비뇽·샤르도네·리슬링 생산

남호주정부 롯데마트 보틀벙커와 손잡고 6월말까지 29개 와이너리 135종 할인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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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주 와인 펜폴즈와 다렌버그를 소개하는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 최현태 기자

서부 퍼스에서 동부 시드니까지 4100㎞에 달하는 광활한 호주대륙에서 최고의 와인산지가 몰려있는 곳은 남호주입니다. 바로사밸리, 애들레이드 힐, 맥라렌베일, 쿠나와라, 이든밸리, 클래어밸리 등 호주를 대표하는 주요 와인산지들이 모두 남호주에 있습니다. 남호주는 어떻게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산지를 대거 품게 됐을까요. 레드 와인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리슬링, 비오니에 등 구대륙 와인 산지에 버금하는 최고 품질의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남호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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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립 쉬라즈. 최현태 기자

◆ 남호주와 보틀벙커가 만나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전체 호주 와인의 약 70%가 남호주 와인으로 한국은 남호주 와인의 수출액 기준 상위 13번째 국가입니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남호주 와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남호주 주정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동안 남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을 진행했고 2022년엔 남호주 와인을 활발하게 수입하는 국내 수입사들을 대상으로 남호주 와인 앰버서더 클럽 SAWAC(South Australian Wine Ambassadors Club)도 발족해 남호주 와인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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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명진 남호주정부 무역투자부 한국 대표,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 부문장, 안태환 롯데마트 그로서리 본부장,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샐리 다운센드 남호주정부 무역투자부 일본 한국 디렉터. 최현태 기자

남호주 주정부가 이번에는 롯데마트 보틀벙커와 손을 잡았습니다. 5월 30일~6월 30일 한 달동안 롯데마트 보틀벙커에서는 남호주 와인을 대거 선보이는 프로모션이 진행됩니다. 남호주 주정부가 처음으로 국내 리테일샵과 함께하는 대규모 이벤트로 소비자들은 총 18개 와인 수입사의 29개 와이너리 135종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보틀벙커 잠실점, 서울역점, 광주상무점, 창원중앙점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남호주 와인 보틀벙커 프로모션 와이너리는 ▲그랜트 버지(Grant Burge) ▲그랜트 버지 잉크(Grant Burge Ink) ▲다렌버그(d'Arenberg) ▲락베어(Rockbare) ▲락포드(Rockford) ▲랑메일(Langmeil) ▲롱뷰(Longview) ▲몰리두커(Mollydooker) ▲번 빈야즈(Byrne Vineyards) ▲세인트 할렛(St Hallett) ▲쏜 클락(Thorn Clarke) ▲얄룸바(Yalumba) ▲윈즈(Wynns) ▲존 듀발(John Duval) ▲카트눅(Katnook) ▲크리스 링랜드(Chris Ringland) ▲킬리카눈(Kilikanoon) ▲토브렉(Torpeck) ▲투 핸즈(Two Hands) ▲팀 아담스(Tim Adams) ▲파머스 립(Farmer's Leap) ▲파이크스(Pikes) ▲펜리 이스테이트(Penley Estate) ▲펜폴즈(Penfolds) ▲퓨지 베일(Pewsey Vale) ▲피터 르만(Peter Lehmann) ▲하디스(Hardys) ▲핸쉬케(Henschke) ▲히킨보탐(Hickinbotha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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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 홈페이지

행사기간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됩니다. 6월 1일 보틀벙커 잠실점 ‘남호주의 화이트 와인’, 6월 8일 보틀벙커 서울역점 ‘남호주의 아이콘 와인’, 6월 14일 보틀벙커 창원중앙점 ‘바로사 와인’, 6월 21일 보틀벙커 광주상무점 ‘남호주의 데일리 와인’이 마련됩니다. 모든 클래스는 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이 진행하며 자세한 일정과 참가 신청 방법은 보틀벙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6월 첫째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됩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보틀벙커의 테이스팅 탭을 통해 남호주 와인을 시음할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탭은 보틀벙커만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 여러 와인을 시음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형 공간입니다. 잠실점에서는 총 24종의 와인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음할 수 있고 서울역점과 창원중앙점은 총 16종의 와인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습니다. 광주상무점에서도 테이스팅 탭 공간에서 무료 시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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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주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특히 잠실점과 서울역점에서는 매주 목·금 오후 6~ 8시, 토 오후 3~7시 전문 소믈리에가 테이스팅 가이드로 상주합니다. 소믈리에들은 남호주 와인을 소개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취향에 맞는 남호주 와인을 추천하는 등 테이스팅 탭에 준비된 와인을 시음하는 것을 도울 예정입니다. 2016년 소펙사 한국 소믈리에 대회 최연소 여성 우승자인 양윤주 소믈리에와 CMS 어드밴스드 소믈리에인 홍광현 소믈리에, 2021년 소펙사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김형욱 소믈리에 등 실력파 소믈리에 10명이 6월 한 달간 테이스팅 가이드로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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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오른쪽)과 김명진 남호주정부 무역투자부 한국 대표. 최현태 기자

지난 28일 보틀벙커 잠실점에서 진행된 오프닝 기념식과 시음회에는 새로 부임한 제프 로빈슨(Jeff Robinson) 주한호주대사를 비롯해 남호주 주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모션 대표 와인 57종이 선보였습니다. 로빈슨 대사는 “남호주인들의 DNA에는 와인이 새겨져 있다”며 “남호주는 호주 와인의 역사적 심장부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들의 고향이자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들이 있는 곳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를 탐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프로모션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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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킨보탐 더 피크. 최현태 기자

◆ 두 천재 와인메이커의 ‘브로맨스’

맥라렌 베일 서쪽의 클라렌던(Clarendon)은 해발 315m로 고도가 높고 인근의 바다와 강 덕분에 서늘한 기후를 보이며 일교차가 커 밤에 포도는 산도를 잘 머금게 됩니다. 약 경사 40도 가량의 비탈에 자리 잡아 낮에는 햇볕을 잘 받고 배수도 잘 됩니다. 강의 상부로 돌과 암석이 많은 척박한 토양이라 포도나무는 물과 영양분을 찾아 뿌리를 깊이 내릴 수 밖에서 없답니다. 덕분에 토양의 미네랄을 잔뜩 움켜쥐고 천천히 숙성되면서 집중도 높은 포도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곳에서 자란 포도는 굉장히 뛰어난 산도와 신선함 지니고 숙성잠재력이 좋은 와인을 만들기 아주 적합하답니다.


클라렌던에 1971년 포도나무를 처음 심은 이는 알렌 로브 히킨보탐(Alan Robb Hickinbotham). 그는 1929년 호주 최고 와인교육기관으로 유명한 애들레이드 대학에 와인 교육학과를 설립한 장본인으로 호주 와인 발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히킨보탐은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그르나슈 등을 식재했는데 포도 품질이 뛰어나니 유명 와이너리들이 당연히 눈독을 들였겠죠. 호주 ‘국가대표 와이너리’ 펜폴즈(Penfold’s)의 그랜지(Grange)와 펜폴즈의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빈(Bin) 757, 하디(Hardy)의 엘린 하디(Eileen Hardy) 등 유명한 와인들이 이곳의 포도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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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카펜터(Chris Carpenter). 홈페이지

히킨보탐은 2012년 잭슨 패밀리에 인수됐고 현재 두 천재 와인메이커 크리스 카펜터(Chris Carpenter)와 피터 프레이저(Chris Carpenter)가 히킨보탐을 이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태어난 작품이 바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즈가 결합한 히킨보탐 더 피크(The Peake)입니다. 둘다 센 품종을 섞는 것은 굉장히 생소한 블렌딩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미 아주 오래전 프랑스 보르도에서 시작된 블렌딩 기법이랍니다. 1800년대 초 호주 식민지 개척자들이 프랑스에서 첫 포도나무를 구입할 때부터 보르도의 유명 와이너리에서는 론 지역의 에르미타주에서 생산된 시라를 카베르네 소비뇽에 소량 블렌딩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네요. 당시 호주로 건너온 보르도와 에르미타주의 포도 품종들은 필록세라 피해를 당하지 않아 아주 옛 모습 그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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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프레이저. 홈페이지

크리스 카펜터는 카베르네 소비뇽, 피터 프레이저는 쉬라즈 마법사로 통합니다. 재즈를 사랑하고 트롬본 연주를 즐기는 생물 화학자이자이기도 한 크리스 카펜터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클래식한 보르도 품종 와인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 ‘마운틴맨’으로 불립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컬트와인 카디날(Cardinale), 로코야(Lokoya), 라 호타(La Jota), 마운틴 브레이브(Mt. Brave)가 바로 그의 손에서 빚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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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보탐 트루맨. 최현태 기자

반면 피터 프레이저는 맥라렌 베일의 양가라 에스테이트 빈야드(Yangarra Estate Vineyard)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쉬라즈와 그르나슈 마스터’로 불릴 정도로 두 품종을 다루는 능력이 매우 탁월합니다. 피터 프레이저는 친구이던 크리스 카펜터를 초빙해 2017년부터 히킨보탐의 포도밭 200ha에서 파트너 십으로 와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피터 프레이저는 굉장히 우아하면서도 산뜻한 스타일의 와인을 잘 만들고 디테일에 강한 크리스 카펜터는 1~2% 블렌딩이 와인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세분화해서 와인을 만듭니다. 히킨보탐은 하이트진로에서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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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두커 더 복서. 인스타그램

◆ 카니발처럼 신나게 즐기는 맥라렌 베일 몰리두커 쉬라즈

‘WHERE WINE GOES TO HAVE FUN’.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즐기는 와인을 강조하는 이 와이너리는 맥라렌배일을 대표하는 유명 생산자중 하나인 몰리두커(Mollydooker)랍니다. 더 복서 쉬라즈(The Boxer Shiraz)가 대표 와인으로 익살스런 만화 캐릭터같은 권투선수가 그려진 레이블을 한번쯤은 봤을 겁니다. 자세히보면 오른손에도 낀 글러브도 왼손 글러브랍니다. 몰리두커는 호주 원주민어로 ‘왼손잡이’란 뜻입니다. 와이너리 오너 부부가 왼손잡이여서 이런 와이너리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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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두커 오너 겸 와인메이커 사라 마르키스. 인스타그램

몰리두커는 혁신적인 포도재배와 양조방식을 도입해 호주 컬트와인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맥라렌 베일 와인 쇼(McLaren Vale Wine Show)에서 ‘맥라렌 베일 와인 킹 앤 퀸’에 해당하는 ‘부싱 모나크(Bushing Monarch)’에 세차례 선정됐고 올해의 호주 부티크 와인메이커와 올해의 호주 화이트 와인메이커로도 선정됐습니다. 또 로버트 파커가 99점을 부여하고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사회공헌도 활발합니다. 몰리두커는 구호단체 3곳을 통해 캄보디아 등 굶주린 아이들의 배를 채우고 옷을 입히며, 교육을 하는 구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와인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기부도 하는 셈이니 몰리두커를 즐겨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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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두커 블루 아이드 보이 쉬라즈. 최현태 기자

1991년 사라(Sarah)와 스파키 마르키스(Sparky Marquis)가 결혼하면서 시작된 몰리두커는 ‘마퀴스 프룻 웨이트(The Marquis Fruit Weight)’란 독특한 방식으로 포도의 품질을 정합니다. 포도의 벨벳같은 맛이 혀끝에서 얼마나 멀리 퍼져나가는지 측정해 혀 깊숙이 퍼질수록 높은 등급을 매깁니다. 최소 95%의 프루트 웨이트를 지닌 최상급 포도는 몰리두커의 플래그십 와인, 벨벳 글러브(Velvet Glove)를 만들고 러브 시리즈 와인은 85∼95%, 패밀리 시리즈 와인은 75∼85%, 레프티 시리즈 와인은 65∼75%, 펀 시리즈 와인은 55∼65%이며 55% 미만의 포도는 아예 포도양조에서 제외됩니다. 몰리두커는 씨에스알와인이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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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산지. 와인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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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주 주요 와인산지.

◆ 호주 와인 역사

호주 와인 역사는 17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만든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에서 시작돼 인근 뉴사우스웨일즈의 헌터밸리(1825년)에서 본격적인 와인이 생산됩니다. 이곳은 열대 기후로 포도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생산자들은 서늘한 기후를 찾아 남쪽인 빅토로아주(1834년)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필록세라 피해로 와인 산업이 무너지면서 다시 서쪽인 남호주(1837년)로 이동해 호주 와인 산업이 꽃을 피웁니다. 덕분에 바로사 밸리(Varosa Valley),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클래어 밸리(Clare Valley), 이든 밸리(Eden Valley), 쿠나와라(Coonawarra) 등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산지들이 모두 남호주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남호주에는 필록세라를 피한 곳이 많아 50년은 물론 100년이 넘은 올드바인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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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레이드 힐.

◆ 신이 축복한 애들레이드힐

애들레이드힐은 호주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대표하는 산지로 맥라렌 베일, 호주 최남단 섬 타즈마니아(Tasmania), 서호주 마가렛 리버(Magarett River)와 함께 뛰어난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생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특히 부르고뉴 빌라쥐급 샤르도네 뺨칠 정도로 빼어난 샤르도네가 넘쳐 납니다. 그럼에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랍니다. 한국 수입사나 소비자들이 애들레이드 힐 샤르도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류의 영향보다는 고도가 높아 서늘한 기후를 띠고 일조량이 뛰어나면서 일교차가 커 당도와 산도 밸런스가 아주 좋은 샤르도네가 재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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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와 유칼립투스. 최현태 기자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처음부터 프렌치 오크통에서 발효하는 ‘배럴 퍼먼테이션(Barrel Fermentation)’ 양조기법을 사용하는 와이너리가 많은 것도 애들레이드를 비롯한 호주 샤르도네가 부르고뉴 샤르도네와 흡사한 이유입니다. 보통 발효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하는데 처음부터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과일 맛과 오크 향이 한몸처럼 잘 조화를 이뤄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 같은 매력이 증폭됩니다. 또 참깨 같은 고소한 향과 흰후추의 스파이시한 향등 아주 우아한 오크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호주 대륙 특유의 떼루아인 유칼립투스 향이 ‘한방울’ 섞어 호주만의 흥미로운 샤르도네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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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폴즈 샤르도네와 다렌버그 리슬링.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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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룸바 비오니에와 쉬라즈. 최현태 기자

애들레이드 시내에 차로 30분 거리인 애들레이드힐은 로프티 산맥(Mt. Lofty Ranges)에 형성된 길이 70km, 폭 30km의 좁은 협곡으로 해발고도가 400∼710m로 상당히 높습니다. 북쪽은 바로사밸리와 이든밸리, 남쪽은 맥라렌베일과 접해있고 높은 고도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낮에는 평균 섭씨 4도, 밤은 평균 섭씨 8도정도 낮습니다. 특히 포도밭은 가파른 경사지에 조성돼 낮에는 햇볕을 잘 받고 밤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포도가 산도를 잘 움켜쥔답니다. 이처럼 포도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지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피노누아와 샤르도네가 잘 자랍니다. 시원하고 건조한 여름과 가을의 충분한 일조량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익으면서 맛과 향의 집중도가 뛰어나고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좋은 이상적인 포도를 생산합니다. 덕분에 애들레이드힐은 호주에서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와인을 생산하는 쿨 클라이밋(Cool Climate) 지역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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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배일 올드바인. McLaren Vale Grape Wine Tourism Association

◆ 올드바인 자라는 맥라렌 베일

애들레이드에서 남쪽으로 차로 45분 거리인 맥라렌 배일(McLaren Vale)은 바로사 밸리나 애들레이드 힐보다는 신생 와인 생산지이지만 이미 1838년에 처음 포도를 심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어 바로사 밸리와 함께 남호주 와인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평가됩니다. 포도가 자라는데 아주 적합한 기후를 지녔는데 애들레이드보다 남쪽이고 바다를 끼고 있는 데다 고도가 높아 아주 서늘한 기후를 보입니다. 풍부한 일조량은 낮에 포도를 잘 익게 하고 큰 일교차는 밤에 포도가 신선한 산도를 잘 움켜쥐게 만듭니다. 덕분에 응집력이 뛰어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기 적합한 포도가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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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베일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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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베일 위치.

맥라렌 베일 와인 역사는 1838년 존 레이넬(John Reynell)과 토마스 하디(Thomas Hardy)가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으니 180년이 넘었습니다. 1850년 시뷰(Seaview)와 하디(Hardy’s) 와이너리가 설립돼 상업적인 와인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2023년 1월 현재 맥라랜배일 와이너리는 180곳으로 재배면적은 7308ha이며 이중 58%가 쉬라즈입니다.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19%), 그르나슈(5%), 샤르도네(5%), 메를로(3%)가 대표 품종이며 역시 필록세라를 피한 곳으로 올드바인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토양, 서늘한 해풍의 영향으로 비오니에, 마르산, 리슬링 등 산도와 집중력이 뛰어난 다양한 품종들이 재배됩니다. 이탈리아 화이트 품종 피아노(Fiano), 베르멘티노(Vermentino)와 레드품종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몬테풀치아, 네로 다볼라, 사그란티노와 스페인 레드 품종 템프라니요 등도 잘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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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 밸리 올드바인 쉬라즈. 펜폴즈 홈페이지

◆ 바로사밸리 쉬라즈 vs 맥라렌배일 쉬라즈

쉬라즈(Shiraz)는 호주 65개 생산지역 거의 모든 곳에서 재배될 정도로 호주 와인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레드 품종입니다. 호주 레드 품종 생산량중 46% 가량을 차지할 정도죠. 호주는 쉬라즈 생산량 전세계 1위라 ‘쉬라즈의 대륙’으로 불립니다.


남호주에서 쉬라즈가 가장 처음 식재된 곳은 바로사밸리(Barossa Valley)와 이든밸리(Eden Valley)입니다. 1860년대 전세계를 휩쓴 필록세라 공격에서 살아남으면서 이곳의 올드바인 쉬라즈들이 지금도 포도를 생산합니다. 두 곳을 합쳐서 바로사존(Barossa Zone)으로 부릅니다. 병에 그냥 ‘Barossa’라고만 적힌 쉬라즈 와인은 바로사 밸리 주변의 이든 밸리 등 ‘바로사존’의 쉬라즈 포도를 함께 사용한 와인입니다.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된 쉬라즈로만 만든 와인과는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따라서 좀 더 파워풀한 호주 쉬라즈를 먹고 싶다면 ‘Barossa Valley’라고 정확히 적힌 와인을 선택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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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버지 바로사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품종은 대부분의 호주 와인산지에서 생산되는데 왜 바로사 밸리가 가장 유명하게 됐을까요. 바로 포도나무 뿌리를 감염시켜 죽게 만드는 필록세라를 피한 곳이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지금도 수령 50년은 물론, 100년이 넘는 올드바인들이 무럭무럭 자라며 포도를 생산한답니다. 올드바인은 왜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요. 바로사 밸리는 날씨가 굉장히 덥고 건조한 지역입니다. 따라서 포도나무 뿌리는 영양분을 찾기 위해 땅속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죠. 이렇게 되면 다양한 토양층의 미네랄을 포도가 잔뜩 움켜쥐게 됩니다. 올드바인은 훨씬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적게 맺지만 덕분에 응축미와 복합미가 뛰어난 포도를 만들어 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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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스 틴타라 맥라렌베일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 최현태 기자

바로사밸리와 함께 맥라렌배일(McLaren Vale), 애들레이드힐(Adelaide Hillis)도 남호주의 대표 쉬라즈 생산지입니다. 같은 쉬라즈 품종이지만 조금씩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주 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지닌 바로사밸리는 백후추향과 밀크초콜릿이 두드러지는 가장 파워풀한 쉬라즈를 생산합니다. 세인트빈센트만과 근접해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맥라렌배일은 흑후추향과 다크초콜릿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애들레이드힐은 일교차가 커 산도가 더 생기발랄하며 당도와의 밸런스가 좋은 쉬라즈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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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베어 맥라렌베일 그르나슈. 최현태 기자

재미있는 것은 고품질 쉬라즈 와인일수록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도드라진다는 점입니다. 호주에서 오랜 연구 끝에 1999년 쉬라즈를 비롯한 포도의 스파이시한 아로마는 ‘로툰돈(Rotundone)’ 성분으로 밝혀졌습니다. 인도와 중국에서 약용으로 사용하던 성분으로 일반 식물에서도 발견되는데 백후추와 흑후추에서 가장 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에서도 발견되고 포도에도 로툰돈 성분이 있지만 후추에 비해서는 아주 미량으로 16나노그램 정도입니다. 하지만 로툰돈 한 방울로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전체에 후추 냄새를 풍기게 할 수 있다는 군요. 따라서 미량의 로툰돈이지만 와인의 아로마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맛과 향을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도 즐겨 마실 수 있는 거죠.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포도일수록 로툰돈이 더 많이 발현돼 서호주 마가렛리버(Margaret River) 쉬라즈가 더 스파이시한 풍미가 많답니다. 생산자들이 좀 더 서늘한 곳을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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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베어 클래어밸리 리슬링. 최현태 기자

◆ 클래어 밸리 리슬링 VS 이든 밸리 리슬링

바로사 밸리 바로 북쪽의 클래어 밸리(Clare Valley)와 바로사 밸리 동쪽에 딱 붙어있는 이든 밸리(Eden Valley)도 요즘 샤르도네와 함께 리슬링 등 화이트 품종으로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리슬링이 뛰어납니다. 보통 리슬링은 독일이나 프랑스 알자스 등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죠. 그런 리슬링이 어떻게 호주에서 성공했을까요. 대부분의 신대륙 화이트 생산지는 한류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서늘합니다. 미국 소노마나 까르네로스, 칠레 카사블랑카의 레이다 등 유명한 화이트 생산지는 대부분 바닷가에 있답니다. 그런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는 한류가 아니라 고도의 영향을 받아 쿨클라이밋 기후를 보입니다. 포도밭 해발고도가 거의 500m까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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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스 클래어밸리 리슬링. 최현태 기자

여기에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의 리슬링이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또 하나 있답니다. 와인 전문가들은 보통 미네랄이 느껴지면 유럽 와인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독일과 알자스 등의 석회질 토양에서 만든 와인에서만 미네랄이 느껴진다고 믿었죠. 소믈리에들도 보통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때 미네랄 캐릭터로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 리슬링이 이런 선입관을 깼답니다. 그냥 평범한 미네랄이 아니라 돌맛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미네랄이 돋보여 와인 전문가들은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 리슬링을 극찬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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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나와라 테라로사 토양. 펜폴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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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나와라에서 생산되는 윈즈 와인들.

◆ 남호주 최고의 카베르네소비뇽을 찾는다면 쿠나와라

남호주에는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되는 쿠나와라(Coonawarra)도 있습니다. 남호주에서도 마운트 감비에르(Mount Gambier)와 함께 가장 남쪽에 있는 산지랍니다. 주요 산지에서 혼자 뚝 떨어져 있으며 날씨가 무지 더운 곳입니다. 나머지 산지들은 주로 쉬라즈를 키우는데 이곳은 왜 카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할까요. 토양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황토와 좀 비슷한 아주 새빨간 테라로사 토양입니다. 다만, 황토는 진흙성분인 반면 테라로사는 커다란 돌들이 풍화되면서 깨져서 만들어진 풍화토입니다. 기본 성분이 자갈로 배수가 굉장히 잘 됩니다. 특히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확연하게 티가 나는데 파워풀한 유칼립투스 향이 도드라져 프리미엄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귀여운 동물 코알라가 주로 유칼립투스를 먹고 사는데 유칼립투스가 잘 자라는 호주의 토양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네요.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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