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딸에게 “큰일난다” 혼낸 재판부… 솜방망이 처벌 논란
홍모(18)양에 징역 2년6월에 집유 3년 선고
“어린 나이지만 마약량 상당해… 더는 마약 가까이하지 마라”
해외에서 변종 대마 등 마약을 투약하고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홍정욱(49)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 홍모(18·사진)양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홍양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과 함께 17만8500원 추징금도 명령했다.
이날 표극창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매수한 마악류는 환각성과 중독성이 심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크다”며 “피고인이 매수한 마약류 양이 많아 죄책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소년(범)인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표 부장판사는 선고 후 따로 홍양에게 “어린 나이지만 (취급한) 마약량이 상당히 많다”며 “앞으로 이런 일을 다시 저지르면 큰일 난다. 명심하고 더는 마약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훈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재벌가, 유명인 자제 마약 사건이 모두 집행유예의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 된 것에 대해 분개했다.
이날 온라인 상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마약을 투약한 것도 모자라 밀반입해도 집유라니… 마약이 합법화된 것 같네”, “우리나라가 마약 사건에 이렇게 관대한 줄 최근에야 알았다”, “금수저 솜방망이 처벌, 내 이럴 줄 알았지” 등 다수의 비난 댓글이 올라왔다.
올해는 특히 재벌가 2, 3세들의 마약 범죄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과 함께 마약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씨가 2심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29)씨도 지난달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된 지 48일 만에 석방됐다.
홍정욱 전 의원(왼쪽)과 그의 장녀 홍모(18)양. 연합뉴스 |
검찰은 지난달 12일 홍양에게 장기 징역 5년에 단기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홍양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3년간 복역 뒤 반성 등 여부에 따라 추가로 5년의 복역기간이 필요한지 평가하겠다는 취지의 구형이다.
검찰은 “홍양이 투약하거나 반입한 마약이 LSD, 대마 카트리지, 암페타민 등 종류가 다양했다”며 “홍양이 미성년자에 초범이긴 하지만 죄질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양 측은 어렸을 적부터 우울증 등을 앓고 있던 점, 홀로 외롭게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점 등을 설명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홍양의 변호인은 “홍양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홍양이 반성 차원에서 소변과 모발 검사 당시 발견되지 않은 투약 및 흡연 사실까지 숨김 없이 진술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또 홍양이 마약을 밀반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급히 여행가방을 싸는 과정에서 20개월 전 썼던 LSD가 담긴 도장 케이스를 미처 꺼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양도 최후진술에서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겪어왔지만, 그것만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양은 지난 9월27일 오후 5시40분쯤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6개와 LSD 등을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 등지에서 LSD 2장, 대마 카트리지 6개, 각성제 등 마약류를 3차례 매수해 9차례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일 인천공항 세관으로부터 홍양을 인계받고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주거가 일정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없고, 초범이며 소년(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홍 전 의원의 장녀인 홍양은 올해 여름 미국의 기숙형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한 대학교에 진학했다. 홍 전 의원은 원로 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의 장남으로 2008년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