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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의 꿈이 무르익는 갈매기의 천국 태안 궁시도

서해바다 외딴 섬 궁시도 괭이갈매기들의 천국 / 포화상태 난도 떠나 새 둥지 틀어 / 무리중 한마리의 ‘조나단’ 새로운 세상 찾아 도전했으리라 / 아름다운 비행이다 / 육쪽마늘의 고향 가의도 몽돌해변 빨간지붕 아름다운 전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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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리빙스턴. 어른이 돼서도 잊히지 않은 갈매기 이름이다. 그는 단지 먹이를 얻기 위해 날지 않았다. 무리에서 추방당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비행법을 연마하는 조나단. 결국 초현실적인 공간까지 날아오르는 모습에 벅찬 감동까지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함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의 꿈’이다. 충남 태안의 외딴섬 궁시도에 ‘조나단’이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먼 길을 날아오른 갈매기들은 이 작은 섬을 그들의 새로운 낙원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섬들이 겹치며 만든 몽환적인 바다 풍경

조나단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과 흥분이 교차한다.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하는 모습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기에. 하지만 길은 매우 험난하다. 출렁대는 작은 배를 타고 1시간을 넘게 가야 하니 말이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태안 모항항 선착장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을 먹을 때다. 빈속에 배를 타면 멀미가 심할 것 같아 일단 속을 채운다. 태안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하나 떠오른다. 바지락 칼국수. 인근에 주인장 손맛이 뛰어나다는 식당 ‘호호아줌마’를 찾았다. 바지락이 수북하게 쌓인 칼국수를 그릇째 들어 국물을 들이켜니 서해바다가 입속에 가득하며 행복감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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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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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안흥항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서해의 외딴섬 궁시도에 닿는다. ‘조나단’ 처럼 새로운 둥지를 찾아 정착한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푸른하늘과 바다를 무대로 자유롭게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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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걱정돼 멀미약까지 먹고 배에 오른다. 가의도를 거쳐 궁시도에 닿는 코스다. 물안개로 가득한 바다를 배는 미끄러지듯 헤엄쳐 가는데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저 멀리 흐릿흐릿한 섬들이 겹치고, 다가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무척 몽환적이다. 흔들리는 배에서 찍은 사진 초점이 제대로 맞을 리 없지만 덕분에 사진은 더 근사하다..


달리던 배가 잠시 속도를 늦춘 바다에는 사자 한 마리 웅크리고 앉아있다. 고개를 뒤로 돌리고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사자다. 꼬리쪽에는 작은 바위 여러 개가 줄을 잇고 있는데 마치 새끼 사자 같다. 배를 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진귀한 사자바위 풍경. 보통 안흥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많이 이용하는데, 가의도 가는 길에는 목개도, 정족도,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등 자연이 바다를 캔버스 삶아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꾸며놓은 모습을 감상하게 된다.

육쪽마늘이 맛있게 익어가는 아름다운 가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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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도 안내 표지판

사자바위를 뒤로하고 서쪽으로 더 나아가면 모항항을 출발한 지 30분 만에 가의도에 닿는다. 아름다운 몽돌해변을 끼고 기암절벽이 바다를 향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은 잊지 못할 장관이다. 섬은 동백나무와 떡갈나무 등 원시림이 가득하고 파랗고 빨간 지붕을 얹은 마을이 포근한 숲에 안겨 동화 같은 전원마을을 완성했다.


몽돌해변을 지나 마을로 오르는 길에 들어서면 ‘육쪽마늘의 원산지 가의도’라는 표지판이 손님을 맞는다. 자세히 보니 섬 전체가 마늘밭이다. 육쪽마늘은 맛과 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가의도가 고향이란다. 초록으로 가득한 마늘밭에는 마침 빨간 관상용 양귀비가 활짝 피어 아름다운 자태로 유혹한다. 푸른 바다는 배경으로 서 주니 그림이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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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육쪽마늘 원산지’ 가의도. 바다를 내려다보는 마늘밭에 고혹적인 자태의 양귀비까지 피어 아름다운 전원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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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도 남항 솔섬

43가구 정도가 사는 섬 이름이 독특한데 옛날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이 섬으로 피신해 살면서 가의섬으로 불렸다고 한다.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장자리여서 가의섬이라는 얘기도 있다. 중국 산둥반도와 가깝기에 맑은 날 파도가 잔잔하면 중국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굿두말 마을 중앙에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수령 45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0m, 둘레 7m로 오랫동안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굿두말 옆 마을 큰말은 동쪽으로 이어지고 마을 아래는 큰말장벌해수욕장이다. 암벽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신장벌을 향해 동쪽으로 펼쳐지며 아름다운 해안선을 그린다. 신장벌 해변은 길이 300m 정도로 파도소리를 즐기며 고운 모래밭을 거닐 수 있다. 섬을 종단하면 반대편 가의도 남항에 닿는다. 역시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절벽으로 꾸며졌다. 소나무가 가득한 운치 있는 작은 섬, 솔섬이 부두 가깝게 떠서 여행자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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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모항항 선착장

궁시도에서 조나단의 꿈 무르익다

다시 배에 올라 최종 목적지 궁시도로 향한다. 40여분을 달리자 서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작은 섬이 저 멀리 보인다. 바위는 하얀색 물감으로 꾹꾹 눌러 놓은 듯 수많은 점들로 가득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하얀 점들은 온통 갈매기. 태어나 처음 보는 비현실적인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다. ( 영상 https://youtu.be/FV3NP3kEHhc )


손님이 반가운 것일까, 아니면 이방인들을 경계해서일까. 갈매기들은 한꺼번에 날아오르며 푸른 하늘을 무대로 군무를 춘다. 울음소리가 아주 독특한데 눈을 감고 들으면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양이들의 합창 같다. 그래서 이름도 ‘괭이갈매기’다. 몸 길이 46cm 정도의 중형 갈매기로 머리·가슴·배는 흰색, 날개와 등은 잿빛인데 꽁지에 검은 띠가 있어 다른 갈매기와 구분이 쉽다. 괭이갈매기는 어부들에게는 ‘어군탐지기’와 다름없다. 그들이 바다 위를 낮게 날고 있는 곳은 어김없이 물고기떼가 가득한 어장이다.


안흥항에서는 뱃길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옹도, 흑도, 난도를 지나면 궁시도에 닿는다. 하늘에서 보면 섬의 모습이 ‘활과 시위에 걸린 화살’ 처럼 생겼다. 수줍은 듯 뒤돌다가 웅장한 모습을 뽐내는 매력적인 섬이다. 살포시 속살을 드러내는 모래사장과 웅장하게 펼쳐지는 기암괴석, 그 위를 원추리꽃이 노란색으로 수놓는다. 여기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괭이갈매기들이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하늘을 맘껏 휘저으며 날아다니니 마치 조나단이 꿈꾸던 초월적인 공간으로 들어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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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도 갈매기

궁시도는 면적 0.15㎢, 해안선 길이 0.3㎞의 무인도다.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는 원래 이곳에서 약 2.85km 떨어진 난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류 번식지로 4월이면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난도는 이제 포화상태가 됐다. 이에 약 3년 전부터 일부 괭이갈매기들은 난도를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는 여행에 도전했고 그렇게 둥지를 튼 곳이 한적한 궁시도다. 아마 조나단 같은 괭이갈매기가 난도에 있었으리라. 비좁고 먹을 것도 없는 난도지만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던 괭이갈매기들. 그들 중에 ‘조나단’이 용기를 내 한 무리를 이끌고 먼 길을 떠났고 궁시도를 찾았으니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궁시도는 외딴섬이라 괭이갈매들이 둥지를 틀기 뛰어난 환경을 지녔다.


이들은 평생 한쌍으로 살고 ‘공동육아’를 하는데 암컷과 수컷이 25일씩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도 교대로 조달한다. 이미 4월 말에서 5월 초 궁시도를 찾은 괭이갈매기들은 산란을 했고 이제는 새끼가 부화해 바위를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새끼들이 비행법을 터득하는 여름이면 괭이갈매기들은 다시 먼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한계를 뛰어넘어 날아오를 수 있는 최대한 멀리까지 또 나아가겠지. 내년 봄이면 새로운 경험을 얻고 한층 성장한 조나단들이 다시 궁시도를 하얗게 물들이는 모습을 상상한다.


태안=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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