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해산물의 얼큰한 조화… 겨울 추위 녹인다
우림시장 ‘양미’
50년 넘은 우림시장 터줏대감 맛집
해물찜·해물탕 건강한 매운맛 일품
미나리·콩나물 푸짐하게 넣은 해물찜
아삭한 식감·걸쭉한 농도 입맛 잡아
서비스로 나오는 굴무침·석화 별미
오래된 시장엔 그 역사만큼 오래된 맛집들이 있다.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 우림시장에서 30년간 자리를 지킨 해물요리 전문점 ‘양미’는 그 맛집들 중에서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이다. 장을 본 후 먹는 양미의 해물찜은 추운 겨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 우림시장의 맛집
1970년 골목길에서 시작한 우림시장은 어느덧 50년이 넘는 세월을 자랑하는 동네에서 사랑받는 재래시장이 됐다. 꽤 멀리서도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우림시장은 동네 시장치고는 드물게 소 곱창 같은 특수재료나 산지 재료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어머니는 종종 버스를 타고 우림시장 내 정육점에 들러 소 곱창을 사 오셨다. 어떤 날은 맨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물건이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우림시장 근처에는 지금은 사진 찍는 공간으로 유명한 용마랜드가 있다. 현재는 을씨년스러운 폐공원이지만 한때는 중랑구 랜드마크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여름에 수영장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당시에 수영장은 취식이 가능해 엄마들이 요리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것저것 싸 들고 온 반찬과 고기 굽는 냄새, 찌개 끓이는 소리가 정다운 그런 곳이었다. 우림시장을 갈 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우림시장 옆엔 맛집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시장 근처 중간중간 포진해 있는 노포들의 매력은 두말할 것 없다. 그중 내가 자주 찾는 곳은 해물요리 전문점 양미이다. 우림시장 먹자골목에서 30년간 사랑받는 곳 양미는 어머니와 아들이 대를 이어 가며 운영하는 해물요리 전문점이다. 낮에는 동네 사람들의 모임 장소가 되고 저녁에는 주당들이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성소로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해물찜과 해물탕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여 계절마다 특색 있는 매력을 선보이는데 겨울철에 서비스로 주는 굴 무침과 석화도 별미다.
◆ 해물요리 전문점 양미
양미 해물탕 |
어머니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찾은 양미의 점심시간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우림시장에 자리를 잡은 지 30년이 되어 가는 양미는 잠깐 상봉 먹자골목을 거쳐 다시 우림시장으로 돌아왔다. 부엌을 맡고 있는 어머니와 홀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온다. 자리에 앉으니 곧 반찬이 나왔다.
따끈한 미역국과 양배추 샐러드, 연근조림, 겨울철에나 나오는 굴 무침과 절임 배추가 입맛을 돋워 준다. 만석인데도 불구하고 맛깔나는 색을 듬뿍 입은 해물찜이 나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귀와 새우, 게, 오징어와 낙지, 큰 대합이 매콤한 소스와 함께 콩나물 미나리에 버무려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해물찜 요리들의 소스는 녹말로 농도를 낸다. 잠깐 타이밍을 놓치면 소스와 육수가 분리되기 마련인데 이곳의 해물찜은 먹는 내내 걸쭉한 농도를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 해산물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매운맛은 맵기가 조절되기에 술안주로 먹을 때는 기본보다 조금 맵게 먹는 것도 좋을 듯했다.
해산물과 콩나물을 다 먹고 난 후, 꼭 밥을 볶아 먹는 걸 추천한다. 남은 소스를 가져가 냄비에 밥을 눌러 볶아 주는데 고소하게 올라오는 들기름의 향과 소스의 배합이 정말 환상적이다. 해산물을 먹고 부른 배에도 볶음밥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맛이 좋다. 으레 억지로 만든 매운맛은 배탈이 나기 마련인데 양미의 매운맛은 건강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 해물찜
양미 해물찜 |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늘 신선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어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가 많다. 해물찜은 그중 가장 대표적인 요리다. 경남 거제와 창원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새우, 오징어, 대합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매콤한 소스에 버무리듯 만든 요리로 같은 양념으로 아귀를 요리하면 아귀찜이 된다. 녹말과 고추장 양념을 더해 농도를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듬뿍 넣어 아삭한 식감까지 더한 해물찜은 방아잎이나 곤드레 같이 향이 좋은 재료를 추가해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프랑스에는 비슷한 메뉴로 해산물 스튜인 부야베스가 있다. 해산물을 넣고 함께 끓인 토마토 같은 야채를 갈아 걸쭉한 농도로 만들어 먹는데 대구 살과 랑구스틴, 양파와 감자 등 지중해의 다채로운 허브와 향신료를 넣고 매콤한 맛을 더하면 꽤 매력적인 음식이 된다.
해산물 부야베스 |
■ 해산물 부야베스 만들기
오징어 반 마리, 대구 살 100g, 새우 3마리, 주꾸미 2개, 홍합 5개, 양파 50g, 마늘 3톨, 당근 30g, 토마토소스 200g, 홍합 육수 500㎖,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바질 2장, 화이트 와인 50㎖, 버터 1큰술
① 해산물은 깨끗이 손질 후 버터에 볶는다.
② 해산물에서 향이 올라오면 야채를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추를 넣고 맛을 낸다.
③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여 해산물을 충분히 익힌다.
④ 다 익은 해산물은 건진 후 토마토소스와 홍합 육수를 넣고 10분가량 끓인 후 곱게 간다.
⑤ 곱게 간 수프에 해산물을 다시 넣어 살짝만 끓여 바질을 올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