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가, 민폐인가?"…보행흡연 '길빵' 논란 활활
황주홍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보행자가 통행하는 도로에서의 보행 중 흡연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중 법률로 정한 금연구역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금연구역 및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금연구역이나 금연거리로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흡연은 제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구역과 장소 중심으로 흡연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금연규제정책 하에서는 보행 중 흡연과 같은 구체적인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흡연자 "담배 끊기 어렵다구요? 그래도 보행 중 흡연만큼은 제발…"
보행 중 흡연과 같은 길거리 흡연을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데요.
이를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적지 않습니다. 2017년 9월부터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데, 청원 제목에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해달라'고 명시한 청원만 60여 개입니다.
서울시는 2017년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책 제안을 검토하기도 했는데요. 이 당시 보행 중 흡연금지 정책은 시민, 공무원, 전문가 등의 찬반 투표 결과, 88.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여론이 높아진 건 이른바 '길빵'(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서 비롯된 직접적 상해사건이나 흡연자·비흡연자 간 갈등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에서는 보행 중 흡연을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황 의원의 개정안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통행하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보행자길에서 보행 중 흡연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법률상 보행자길은 보도, 길가장자리구역, 횡단보도, 보행자전용도로, 공원 내 보행자 통행장소, 지하보도, 육교, 탐방로, 산책로, 등산로, 숲체험코스, 골목길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황 의원은 "보행 중 흡연행위로 인해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흡연예절을 지키고 있는 흡연자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길거리 흡연이 아닌 보행 중 흡연만큼은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이번 법 개정으로 올바른 흡연예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11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4500원 짜리 경우 세금이 3300원이다. 막대한 세금에 기여하고 있지만 흡연자를 위한 시설은 부족한 상태"라며 "이제 당연히 늘려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흡연행위를 공간과 구역 중심으로 규제 불허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흡연행위 자체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제한을 가할 최초 입법"이라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흡연자 "끽연공간 턱없이 부족…그간 정부가 뜯어간 세금이 얼만데?"
하지만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적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들은 흡연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충분한 흡연공간을 만들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그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시 금연구역은 26만 곳이 넘었지만, 흡연실은 약 1만 곳에 불과했습니다. 환풍기와 충분한 공간을 갖춘 곳의 숫자는 더 적었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도 이번 개정안의 규제 범위가 다소 광범위 해 신중한 검토를 주문한 만큼, 법안의 적용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서는 지자체 조례로 보행 중 흡연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홍콩, 싱가포르, 스페인 등 해외여행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일본 중심부인 도쿄에서도 지정된 금연 거리에서 길거리 흡연을 하다 적발될 경우 최고 2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다만 일본은 흡연구역 확대 등 사전에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흡연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데요.
한 흡연자는 "정부가 담배를 팔면서 걷어가는 세금이 얼만지 아냐"며 "이 어마어마한 세수로 흡연공간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차피 흡연자들이 담배를 필 수 밖에 없다면 특정 장소에서 피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층간 흡연' 갈등 여전…관리사무소 "입주민 세대 내 흡연 막을 방법 사실상 無"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면 관리자(관리사무소)가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층간 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층간 흡연 갈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58.7%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공동주택 세대 내) 금연을 강제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 피해를 신고하면,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개정법은 지난해 2월10일 시행돼 도입 1년이 지났습니다. 이 법은 간접흡연 피해를 준 입주자는 일정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라는 관리사무소의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 같은 법 조항은 강제성이 없는 것은 물론, 관리사무소 직원 조사 방법 및 권한 범위를 명확하게 담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자신의 오피스텔에 간접흡연 피해 호소 글을 붙인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계속 민원을 넣었지만, 방송을 틀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해서 글을 남긴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직원은 "흡연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세대 안까지 들어가서 흡연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입주민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의 세대 내 흡연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안내방송을 하고 안내문을 붙이거나 흡연 의심 세대에 자제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