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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한 ‘몸통시신’ 범인, 돌려보낸 서울청

자수내용 답변 않자 “종로署 가라”

당직자 황당 대응에 범인 놓칠 뻔

서울청 “감찰 조사 뒤 엄중 조치”

20일 신상 공개 여부·범위 결정

세계일보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가 애초 서울경찰청에 방문해 자수 의사를 밝혔지만 서울청 안내실 당직 근무자가 이를 돌려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청 측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인근 경찰서로 자수하라고 안내한 탓에 자칫 범인을 놓칠 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모텔 종업원 A(39)씨가 지난 17일 처음 자수를 결심하고 찾아간 곳은 서울 종로경찰서가 아닌 서울청이었다. A씨는 당일 오전 1시1분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청 안내실을 찾아가 자수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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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가 18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정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내실 당직자가 자수 내용을 묻자 A씨는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질문에도 A씨가 답하지 않자 당직자는 A씨에게 인접한 종로서로 가라고 안내했다. 약 1분간 서울청 안내실에 머물던 A씨는 서울청을 나와 종로구 경운동의 종로서로 이동했다. A씨가 종로서 정문에 도착한 건 오전 1시3분 44∼50초 사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종로서는 오전 2시30분쯤 A씨를 관할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했다.


다행스럽게도 안내실을 나온 A씨가 곧장 종로서로 가 자수하긴 했지만, 만약 A씨가 마음을 바꿔 그대로 달아났다면 사건이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안내실에는 의경 2명과 일반 당직자 1명이 근무 중이었다. 일반 당직자는 경사급으로 수사 부서 소속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감찰 조사를 해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구속된 A씨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B(32)씨를 둔기로 살해한 뒤 모텔 방에 방치하다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 15분쯤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몸통 시신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오전 10시 48분에는 시신의 오른팔 부위가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한편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20일 오후 2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를 열어 A씨의 신상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의위원회는 외부전문가 4명과 경찰 내부 위원 3명 등 최소 7명으로 구성된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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