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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풍찬노숙 하겠습니까”…한국당, 패스트트랙 반대 철야농성

23일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 / 한국당, 3차례 의총 열어 강력 반발 /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15년 만에 철야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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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여야 4당의 선거제·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의원 100명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풍찬노숙까지 하겠습니까. 패스트트랙 지정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23일 국회 로텐더홀의 스티로폼 침상에 누운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국회 본회의장 확보하려고 회의장 밖에서 철야농성을 한 이후로 대규모 철야농성은 처음“이라며 “정치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제1야당을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정부는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하자 한국당은 의원총회만 3차례 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오후 6시 30분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이어 참석한 의원 전원이 국회로 복귀해 로텐더홀에서 단체로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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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23일 국회 로텐더홀에 대형 스티로폼 깔개를 바닥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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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과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후 9시 시작한 의총이 끝나자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재옥 의원은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성취한 민주화 시대인 ‘87년체제’ 이후 지켜진 교섭단체 간 선거제 룰 합의 관행마저 깨뜨린 여당은 오로지 정권 획득밖에 관심이 없다”며 “ 선거제가 개정되면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입법부마저 장악돼 좌파 장기독재의 토양이 완성된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도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겠냐”며 “과반이 뭉치니 사실 이렇게 강하게 대응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오후 11시가 넘어가자 한국당 당직자들이 대형 ‘스티로폼 깔개’를 바닥에 4줄로 깔았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여기서 취침하고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샤워 후 오전 8시 30분에 의총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의원들은 당직자들이 건네는 초록색 모포 한 장씩을 받아 누웠다. 일부 의원들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왔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한 대부분 의원은 양말과 셔츠를 그대로 입은 채 잠을 청했다. 김태흠 의원은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오늘은 제가 불침번을 서겠다. 편히 주무시라”며 당직 근무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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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잠자기 전 의원들을 만나며 격려하고 있다.

의원들이 모두 취침 준비를 하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응원을 부탁했다. 황 대표는 인사 후 대표실에서 잠을 청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님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반드시 패스트트랙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괜찮은데 나 원내대표가 더 고생”이라며 거들었다. 김재원 의원은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에게 “과거에 국회의장 공관을 점거하려고 시도하다가 철조망에 걸려 다치기도 했다”며 “숫자로만 투쟁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민의 여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강행되면 20대 국회는 없다”며 “저희가 이 자리에 서서 끝까지 한번 막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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