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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세계일보

오롯이 제주 느끼고 싶다면 머체왓숲길로 가라

50년동안 사람손길 닿지 않아/말 유유자적 목가적 풍경 가득/사색 즐기며 걷는 마흐니 숲길/곶자왈 온전히 즐기는 고살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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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 돌은 층층이 쌓이고 나뭇가지는 서로 얽히고설켰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폐 속 깊숙이 숨을 불어넣으면 청정자연이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가 폐 세포 알갱이 하나하나 씻어낸다. ‘위드 코로나19’ 시대. 사람과 접촉을 최대한 피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제주 서귀포의 언택트 여행지를 따라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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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숲 한남리 머체왓숲길


제주관광공사는 천천히 걸으면서 오롯이 제주의 바람과 숲의 향기를 느끼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비대면 안심 관광지 10곳을 선정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머체왓숲길이다. 제주어로 ‘머체’는 돌이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을 뜻하고 ‘왓’은 밭을 의미한다. 인근 머체(마체)오름이 말의 형태(馬本)여서 머체라는 지명이 태어났다는 얘기도 있다. 화산섬 제주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숲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의 머체왓숲길은 소롱콧길, 머체왓숲길, 서중천탐방로 3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현재 머체왓숲길은 1년간 자연휴식년제 기간이어서 올해는 소롱콧길과 서중천탐방로만 걸을 수 있다. 사계절 좋은 곳이다. 서중천계곡을 따라는 흐르는 물소리는 스트레스를 날리고 봄에는 참꽃나무, 가을에는 낙엽 밟는 소리가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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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롱콧길은 한남리 서중천과 소하천 가운데 형성된 지역으로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잡목 등이 빽빽하다. 지형이 마치 작은 용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먼 옛날 용 형제 두 마리가 이곳에 살았는데, 동생은 재잘재잘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형은 이를 들어주는 것을 즐겼다. 어느 날 한라산 화산이 폭발했지만 형제는 이를 모른 채 신나게 떠들고 들어주다가 용암에 덮여 그대로 돌이 됐고, 지금도 돌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끝없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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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km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방문객지원센터∼방사탑쉼터∼옛올레길∼머체왓움막쉼터∼머체왓편백낭쉼터∼소롱콧옛길∼중잣성∼편백낭치유의숲∼오글레기도궤∼서중천습지∼서중천전망대∼연제비도∼숲유치원을 거쳐 방문객지원센터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다. 50여 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미지의 숲이다. 코스 초입부터 여행자들은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초원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우뚝 버티고 섰고 그 옆에서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귀여운 의자 2개와 벤치가 놓여 잠깐 쉬면서 오래 기억에 남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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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있어 제주 중산간 지역의 다양한 산림을 엿보며 피톤치드로 샤워할 수 있다. 아주 멋진 숲이다. 특히 하늘을 향해 곧게 쭉쭉 뻗어 올라간 편백나무 숲 풍경이 압권이다. 소롱콧과 서중천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연못 올리튼물도 인기. 가뭄이 들어도 물이 풍부하고 원앙새, 오리 등이 둥지를 틀어 물 위에 한가롭게 떠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하천의 흐르는 물과 분리돼 습지 형태를 이루며 각종 식물이 자생한다. 이곳에서 원앙새를 보면 복이 찾아온다는 얘기가 전해지니 원앙을 잘 찾아보자. 소롱콧길 삼나무숲에서는 40∼50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거주했던 머쳇골 옛집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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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체왓숲길은 일부 구간이 소롱콧길과 겹친다. 방문객지원센터∼돌담쉼터∼느쟁이왓다리∼방애흑∼야생화길∼머체왓전망대∼산림욕숲길∼머체왓집터∼목장길∼서중천숲터널∼오리튼물∼참꽃나무숲길을 거쳐 방문객지원센터로 돌아온다. 6.7km로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목장을 중심으로 머체오름 등 다양한 오름이 펼쳐지며 원시적인 생동감이 넘치는 치유의 숲이다. 숲터널, 조록나무군락, 구지뽕나무숲, 동백나무숲, 야생화꽃길, 삼나무숲, 편백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진다. 서중천탐방로에서는 기암괴석과 다양한 식물들, 기러기, 청동오리, 원앙오리 등을 만나고 건천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봄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참꽃 군락지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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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즐기며 걷는 마흐니 숲길


남원읍 수망리 마흐니오름의 숲길은 사색을 즐기며 걷기 좋다. 탐방로 입구∼장구못∼삼나무숲길∼용암대지∼수직동굴∼정부인묘∼마흐니궤를 지나 오름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11km에 달하며 4∼5시간 정도 걸린다. 마흐니오름은 해발 552m, 비고 47m인 말굽형 분화구. 마안이오름, 마하니오름으로도 불린다. 1948년 제주 4·3사건 이전에는 이 오름의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했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 사냥도 했다고 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삼나무숲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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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니궤는 반원형으로 생긴 바위굴. 폭 약 10m, 높이 약 7∼8m, 깊이 4m 정도로 마흐니오름 남남서쪽 의귀천 상류 계곡에 있다. 궤는 휘석과 사장석 반정을 함유한 물장올조면현무암으로 이뤄진 암석으로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궤의 상부에 모여 낙수를 만든다. 덕분에 겨울철 노루 사냥이나 나무 벌채때 사람들이 이곳에서 며칠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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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온전히 즐기는 고살리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고살리숲길은 제주 곶자왈숲을 온전히 느끼는 숲길이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편도 2.1km이며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한라산 남쪽의 첫 마을인 하례2리에 ‘고살리’로 불리는 샘이 있다. 이곳에서 생태 하천 옆을 지나는 자연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한라산 쪽에서 내려오는 길이 조금 편하고 하례리 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름에 풀이 많아 입구를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여유로운 사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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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살던 집터가 남아있는 어웍도 인근에서 수백년 된 산귤나무를 만난다. 속괴는 비가 오면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폭포 위 네모난 바위 옆에서 온갖 풍파를 견디며 선 적송이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낸다. 제주관광공사는 감귤박물관 월라봉산책로, 이승이오름, 신흥리동백길·향나무, 영천악, 옥돔마을, 위미항, 남원항도 서귀포 언택트 여행지로 선정했다.


최현태 기자,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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