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떨어져 머리 깨졌는데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병사'로 처리해 화장한 분당차병원
분당차여성병원(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를 떨어뜨려 몇 시간 뒤 숨진 사실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2016년 분당차병원에서 한 산모의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가 의료진 실수가 발생한 뒤 사망했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숨긴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경찰 "분당차병원 압수수색 통해 조직적 은폐정황 확인…진료기록 일부 삭제"
15일 경찰에 따르면 2016년 9월 분당차병원 의료진은 한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사가 받아 옮기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두개골이 골절됐습니다.
이 아이는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져 엑스레이 등을 촬영했고, 두개골 내 출혈이 확인돼 치료를 받았으나 몇 시간 뒤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적어 부검 없이 신생아를 화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이같은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나섰는데요.
이후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해 조직적 은폐 정황과 함께 아이의 진료 기록이 일부 삭제된 것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의사가 사인을 병사로 표기하면 부검 절차 없이 바로 화장이 가능하다"며 "신생아를 떨어뜨려 두개골이 깨지고 두개골 내에서 출혈이 발생했는데, 의료진끼리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병사로 처리해 신생아를 화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병원 운영을 총괄했던 부원장 장모씨와 산모·신생아 주치의 등 9명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분당차병원 측은 "경찰 수사 결과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분당차병원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주치의는 같은 산부인과 교수인 부원장에게 상의한 사실이 확인됐고, 상황을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부원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며 "수사 결과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병원의 정책을 어긴 책임을 물어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신 7개월의 1.13kg에 불과(신생아 평균체중의 3분의1)한 고위험 초미숙아 분만이다보니 레지던트가 신생아중환자실로 긴급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아기를 안고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의료 과실을 인정했는데요.
다만 "워낙 위중한 상황이다 보니 주치의는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고,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생아는 태반 조기박리와 태변흡입 상태로 호흡곤란증후군과 장기 내 출혈을 유발하는 혈관 내 응고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등 매우 중한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찰 수사과정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의료사고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도 낙상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원 "부모에게 사고 알리지 않은 건 잘못된 판단…재발방지 대책 수립할 것"
병원 측은 수술 중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사망했다고 표기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습니다.
병원은 "주치의는 레지던트가 아기를 안고 넘어진 것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닌,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로 판단해 부모에게 사고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모에게 사고를 알리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전했는데요.
분당차병원은 재발방지 대책기구를 구성해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고 프로세스 개선 등 재발방지책을 수립할 방침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