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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氣 전망대에 오르니… 평창 눈꽃 트레킹과 월정사

눈꽃축제 2년 만에 소규모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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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기온이 너무 낮으면 외부 활동이 힘든 탓이다. 그래도 새해를 맞으며 눈이 내린 풍경을 즐기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가장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눈꽃 트레킹을 떠올렸다. 최근 눈이 내린 강원도 평창으로 길을 잡은 이유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 타고 최고 높이 하늘길에 닿다

2020년 여름 문을 연 국내 최고 높이의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로 가기 위해 모나파크 용평리조트 드래곤 프라자에서 케이블카에 올랐다. 용평리조트는 어머니(Mother)와 자연(Nature)의 머리말을 따 대자연을 의미하는 모나(MoNa)파크라는 이름을 덧붙였다.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의 드래곤 캐슬 하차장까지 왕복 7.4㎞이다. 국내 최장 케이블카 길이다. 정상까지 20분가량이나 걸린다. 발왕산의 겨울 풍경과 레인보우 코스 등 스키장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8인승 케이블카에서는 블루투스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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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레인보우 코스가 열리면서 이젠 스키·스노보드 이용객도 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눈이 적고 기온이 높아 스키장 슬로프가 열리는 시기가 자꾸 늦춰지고 폐장 날짜는 점점 당겨지고 있다.


발왕산 정상 드래곤 캐슬 하차장에 도착하니 밖에는 온통 눈밭이다. 눈꽃 가득한 길을 편하게 걷고 싶다면 눈이 오는 날도 좋지만 하루 이틀 뒤가 더 나을 수 있다. 통유리로 만든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정상에 닿으니 몇몇 가족이 발왕산의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방금 ‘하늘 길’을 즐기고 들어오는 여행객은 오돌오돌 떨면서 춥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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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리조트 윤상준 매니저는 “장애인과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산 정상 무장애 스카이워크”라고 소개했다. 계단을 최대한 없애고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길게 뽑아냈다. 발왕산 정상의 ‘평창 평화봉’이 해발 1458m이지만, 스카이워크는 해발 1474m로 국내 최고 높이라고 덧붙였다. 진도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스카이워크에 길이 64m의 탐방로 마지막 강화유리 바닥에 서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가 열린 레인보우 슬로프가 발아래에 아찔하게 펼쳐진다. 화창한 날에는 멀리 동해바다까지 시선이 닿는다. 서쪽으로 오대산과 계방산, 북쪽으로는 선자령과 황병산 등 백두대간의 고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람이 거세 5분 서 있기도 버겁지만 멋진 풍광에 미소가 번진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올 때에는 계단을 이용하는 게 좋다. 발왕산 주변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소개돼 있다. 건물의 창밖 풍경이 그냥 설산을 그린 그림이다. 바닥을 강화유리로 처리해 아찔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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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는 케이블카가 운영을 시작한 1시간 뒤부터 개방된다. 케이블카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나고, 바람이 심하면 운행하지 않는다. 날씨와 일몰 시간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지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눈꽃 구경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길 걷고

스카이워크를 즐기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눈 세상이 내 것이 된다. 발왕산 정상에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니 주목군락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서 눈꽃이 반짝인다. 용평리조트는 이곳을 서밋랜드 천년주목숲길이라 이름 붙였다.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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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이 모인 스카이가든을 기점으로 오른쪽 길을 택하면 마유목가든에 닿는다. 마유목(媽唯木)은 ‘세상에서 유일한 어머니 나무’라는 뜻이다. 야광나무의 품 속에 마가목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두 종류의 나무가 한 나무처럼 살아가는 나무라는 설명이 붙었다. 속이 빈 야광나무 속에서 싹을 틔운 지 50여년이 된 마가목은 야광나무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뿌리를 내려 야광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고 소개됐다. 재질이 단단해 가구 제작에 쓰이는 갈매나무가 땅을 향해 휘어져 머리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는 나무에 닿았다. 겸손나무라고 이름 붙었다.


용평리조트는 산림청과 함께 총 연장 2.3㎞의 순환 숲길을 조성하고 있지만 일부 구간이 완성되지 않았다. 길이 끊겨 왔던 길로 되돌아와 발왕수가든으로 향했다. 발왕수는 국내 최고 높은 곳에서 솟아나는 천연 암반수로 바나듐과 규소 성분이 있고, 나트륨 성분이 거의 없는 맑고 깨끗한 청정수라고 한다. 4곳에서 발왕수가 흘러나온다. 각각 재물, 장수, 지혜, 사랑이라고 이름 붙었다. 어떤 물맛을 먼저 볼까 고민하다 장수를 택했다. 한겨울인데도 생각보다 차갑지 않다. 신비한 8도의 물이라고 소개돼 있다. 이 물로 발왕산 막걸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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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수가든에서 잠시 쉬다 언덕을 조금 오르니 서울대 나무가 나타난다. 서울대 정문 형상을 한 신갈나무다. 이곳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주목치유숲길은 총 1.1㎞로 왕복 30여분이 걸린다. 발왕수주목, 둘레 4.5m의 아버지왕주목을 거쳐 왕수리부엉이 가든에 닿고, 고해주목을 마주하게 된다. 발왕수이끼 가든을 지나 승리주목과 성인 3명이 안아야 감쌀 수 있는 어머니왕주목 등 1000년 이상 수령의 주목들이 즐비하다.


평균 해발이 700m인 평창은 가장 행복한 고도라면서 ‘HAPPY700평창’을 내걸었다. 피톤치드 발생량을 군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안내할 정도로 숲과 트레킹 코스가 많다. 대관령 자락의 오래전 대관령휴게소 인근에 조성된 국민의 숲 트레킹 코스도 그중 하나다. 산 허리를 감싸는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일본잎갈나무, 전나무, 독일가문비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숲과 마주하게 된다. 약 3.95㎞로 대략 왕복 2시간이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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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편하게 겨울 트레킹을 즐기려면 평창에 널린 목장들을 찾으면 된다. 양떼목장, 하늘목장, 삼양목장 등은 각각 입장료나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다. 날이 너무 추우면 양떼몰이나 동물 먹이주기 체험 등이 중단될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어느 목장이든 대관령의 겨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평창의 겨울 트레킹에서 오대산 월정사를 빼놓을 순 없다. 월정사는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 속에 있다. 만월산을 배경으로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있다. 절 앞으로 열목어가 헤엄치는 금강연이 있다. 오대산 중심 사찰로 하늘로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인기다. 초록의 계절에도 좋지만 눈내린 풍경에 겨울 여행객도 제법 많다. 500년 수령의 전나무숲길은 월정사 주차장 근처 금강교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가량의 부드러운 흙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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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고려·조선시대까지 자리를 지킨 월정사는 6·25전쟁 때 대부분 사라졌다. 돌로 만든 팔각구층석탑(국보), 석조보살좌상(보물)만 온전히 남았다. 팔각구층석탑은 올해 7월까지 보수계획이 잡혀 있다. 고려시대 접어들어 북쪽지방에서 4각형 평면에서 벗어난 다각형의 다층(多層)석탑이 유행했다고 한다. 팔각구층석탑도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8㎞ 정도 떨어져 있다. 역시 자장율사가 세웠고 1946년에 불타 이듬해 새로 지었다. 상원사에는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든 높이 167㎝, 지름 91㎝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이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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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축제는 2년 만에 소규모로

대표적인 겨울 축제인 대관령 눈꽃축제는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열리지 않았다. 2020년 1월 축제가 끝난 직후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한 때문이다. 백두대간을 넘는 큰 관문이 있던 대관령(大關嶺)은 눈이 많이 내리고, 특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1월, 대관령면의 청년들이 대관령의 겨울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것을 계기로 국내 대표 겨울축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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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9회인 축제의 슬로건은 ‘대관령이즈백’이다.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위드 코로나’가 언급될 때까지만 해도 ‘499명 동시 입장’으로 올해 축제를 준비했지만,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대관령면 송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299명 동시 입장’으로 축소됐다.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연령대를 제외하고, 코로나19 백신 최소 2차 접종을 마친 인원만 입장할 수 있다.


최지환 축제 감독은 “코로나 탓에 먹거리나 공연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하고, 썰매장과 눈 조각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행사장 안에서 마스크를 잠시라도 내리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 개인 음식물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멧돼지 얼음땡, 눈마을, 눈터널, 양떼목장 등도 진행된다. 행사를 즐기다 외부에서 식사하고 오더라도 재입장이 보장되진 않는다. 오는 10일쯤부터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고, 현장에서는 예매 취소분에 대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평창=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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