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분쟁’ 사실상 조원태가 승리
법원 ‘3자 연합’ 한진칼 가처분 신청 모두 기각…기각 소식에 주가 26.93% 곤두박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기세였던 ‘반(反)조원태’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실상 패배를 자인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서울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2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3자 연합은 주총이 아닌 법원에서 졌기 때문이다. ‘남매의 분쟁’으로 불렸던 이번 대결에서 사실상 남동생이 승리하면서 한진그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법원 발 소식은 한진칼 주가에도 곧장 반영됐다. 한진칼은 이날 장중 한때 9%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법원의 기각소식에 장 막판에 반전해 종가기준으로 전날보다 26.93% 빠진 4만2600원에 거래를 끝냈다. 고점 대비로는 35% 이상 하락했다.
법원은 이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반도건설 계열사 3곳이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명부 폐쇄일(지난해 12월31일) 전 가진 지분 8.2%의 온전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79%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반도건설 측은 지난해 12월16일 이후부터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려는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했다고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 측은 5%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재판부는 또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이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므로 조 회장이 해당 지분도 보고해야 하는데 안 했다”며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한 KCGI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조 회장과 3자 연합 간 지분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3자 연합이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31.98%에서 28.78%로 줄어들었다. 반면 조 회장은 유효 지분 기준으로 37.49%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세준·이도형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