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기장 임대·인건비 손실 막대… 예산·일정 모두 꼬여
도쿄올림픽 연기
아베 먼저 제안… 바흐 받아들여
전쟁 이외 연기한 최초 대회로
日 “중지 아냐… 남은 기간 최선”
본선 출전 선수 조정 등 과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24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들에게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결국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집어삼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사실상 이번 대회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오후 전화회담을 통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대회의 1년 정도 연기를 제안해 바흐 위원장의 전면 동의를 얻으면서 두 사람은 늦어도 내년 여름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개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은 전쟁 이외의 이유로 대회가 예정됐던 시기에 열리지 못하는 최초의 대회가 됐다.
아베 총리의 전화통화 자리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대회조직위원장,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배석했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의 통화 후 IOC는 긴급 집행위원회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 문제를 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시모토 담당상은 아베 총리의 발표 후 “올림픽은 중지(취소)가 아니라 연기라서 앞으로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IOC는 앞서 전날(23일) 긴급집행위원회 후 성명을 통해 도쿄올림픽의 연기 여부를 4주 내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도 이에 완전한 형태로 개최가 어려울 경우 대회 연기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IOC의 성명 발표 후 “언제로 연기할지 구체적인 날짜 등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사실상 연기를 전제로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론은 연내 연기론(10∼11월 개최), 1년 연기론(내년 개최), 2년 연기론(2022년 개최) 3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 중 1년 연기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됐으나 하계올림픽 기간인 내년 여름에 예정된 세계육상선수권(8월6∼15일·미국 오리건주), 세계수영선수권(7월16일∼8월1일·일본 후쿠오카)이 변수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육상연맹은 올림픽 개최에 대비해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세계수영선수권의 경우 일본 개최 대회라서 일정 조정이 용이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사실상 연기 결정되면서 대회경기장 임대비용과 인건비 등 눈덩이처럼 불어날 비용 문제, 본선 출전 선수 재조정 등 여러 과제가 발생했다. 자원봉사자 처리 문제도 있고, ‘2020’을 강조해온 대회 엠블럼이나 마스코트 등의 대거 교체도 예상된다. 26일부터 예정됐던 성화 봉송 릴레이의 전면 중단도 불가피해 보인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 경제적 손실도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NHK에 따르면 스포츠경제학 전문가인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대 명예교수가 연기를 상정해 추산한 결과, 6400억엔(약 7조355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됐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면 1조7000억엔(19조48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상승이 기대됐으나 올해 이후로 연기되면 이런 경제적 효과도 사라지게 됐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송용준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