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남편,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 아냐”… 빵 터진 국감장
남편 미국행 논란에 국감서 “송구” 되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7일 국정감사에서 “매우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외교부 국감에서 강 장관은 시작부터 ‘선제 사과’를 하는가 하면, 남편 이 교수에 대해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감에 출석한 강 장관은 업무보고를 하기 전 “국민께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해외여행과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제 남편이 해외 출국을 했다”며 “경위를 떠나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감에서 해당 논란을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사과한 것이다. 앞서 강 장관은 추석 연휴 직후 남편의 미국행이 논란이 되자 지난 4일과 5일 각각 “송구하다”,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날 외교부 국감의 화두 역시 강 장관 남편 논란이었다.
강 장관의 남편 이 교수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외교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고가의 요트를 구입하고 여행을 하기 위해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 교수는 수 개월 전부터 블로그에 요트로 미국 연안과 카리브해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 교수의 블로그는 닫혀 있다.
이날 국감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강) 장관께서 ‘K-방역’을 (국제사회에) 정당화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듯한 위험천만한 발언까지 하며 우리 국민의 협조를 요청했는데, 장관 배우자는 벗어나지 않았느냐”며 “배우자의 해외여행이 오래전부터 계획됐다면 (코로나19) 상황이 이러니 미리 만류했어야지 않느냐, 만류했는데 실패한 것이냐”고 따지자 강 장관은 “개인사라 말씀드리기 참 뭐하지만 (남편은) 제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고요…”라고 답해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질의를 한 이 의원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외교부가 (미국 전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때 까딱하면 닫힐 뻔한 미국 여행길을 열어놓으려 노력했고, 여행객이 90% 줄었지만 여전히 1만5000명의 국민이 미국을 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강 장관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고 집행되는 데서 나온다”며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다고 하니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보다는 훨씬 낫다”고 칭찬했다. 이날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강 장관에게 “배우자께서 다분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며 “솔직히 이 문제로 장관을 코너로 몰고 싶지 않고 측은지심도 들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에 몸을 낮추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대통령이나 총리께 사의를 표명 한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는데, 강 장관은 답변을 피했다.
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한편, 강 장관은 이날 “국감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업무에 대해 평가를 받고 의원들의 지적과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향후 우리 외교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유용한 지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외교부는 국감 업무보고 자료에서 최근 북한의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등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미 외교에 대해서는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 미군기지 반환 등 동맹 현안 관리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