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트로 투어로 즐기는 제천의 맛
1만9900원에 제천 5가지 맛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
57년 전통 덩실분식 찹쌀떡
내토전통시장 빨간오뎅
마당갈비 하얀민들레비빔밥
약이 되는 채소 약채락·제천맛집 31 등 입이 즐거워지는 여행
덩실분식 찹쌀떡 |
보는 순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참지 못하고 몽글몽글한 찹쌀떡 한입 베어 물자 눈처럼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식감. 여기에 고소한 팥까지 어우러지자 입안으로 행복이 밀려든다. 덩실분식. 이름 참 잘 지었다. 어깨춤이 덩실덩실 춰질 정도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왜 전국에서 소문난 떡집인지 먹어보니 잘 알겠다. 만 원짜리 두 장으로 즐기는 미식여행, 제천의 맛을 찾아 가스트로 투어를 떠난다.
덩실분식 외관 |
◆찹쌀떡 먹을까 한방떡 먹을까
오전 10시 충북 제천시 의림동 덩실분식. 한눈에도 오래된 간판에 적힌 ‘찹쌀떡·도나스’란 글자가 세월을 말한다. 좀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 밖으로 줄이 이어질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댄다. 가게를 나서는 손님마다 양쪽 손에 든 봉지에 찹쌀떡 상자가 여러 개씩 담겼다. 다들 마치 다시 오지 못할 것처럼 바리바리 싸간다. 얼마나 맛있기에 그럴까. 오랜 기다림 끝에 찹쌀떡 상자 하나 받아들고 맛을 본다. 잇몸에 달라붙지 않으면서도 쫄깃쫄깃한 찹쌀떡과 팥 앙금의 달콤한 맛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졸라 찹쌀떡을 사 먹던 추억으로 이끈다. 그래 이 맛이지.
덩실분식 |
덩실분식 수제 링도넛 |
덩실분식의 메뉴는 수제 찹쌀떡, 수제 찰도넛, 수제 링도넛. 1965년부터 찹쌀떡을 만들었으니 57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변치 않는 맛을 이어가고 있다. 도넛 역시 격이 다르다. 손에 기름이 잔뜩 묻어날 정도로 기름범벅인 도넛이 많은데 덩실분식 도넛은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며 담백하다. 당일 식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으려는 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밀려든단다.
덩실분식 찹쌀떡 |
덩실분식 카페 |
덩실분식은 제천 ‘가스트로 투어’에서 만난다. 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가스트로(gastro)와 여행을 의미하는 투어(tour)의 합성어로 1만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으로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해 제천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투어는 두 가지.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마당갈비)∼상동막국수∼샌드위치(샌드타임)∼빨간오뎅(내토전통시장)이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대장금식당)∼상동막국수∼승검초단자와 한방차(이연순 사랑식)∼빨간오뎅∼수제 맥주(솔티맥주).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A코스와 B코스 가격은 동일하며 예약은 필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이연순 사랑식) |
빨간오뎅(내토전통시장) |
승검초단자와 한방차는 대한민국식품명인 52호 이연순 명인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승검초단자는 찹쌀가루에 생당귀 잎을 찧어 넣고 반죽해 만든 한방떡. 잣가루 고물을 묻혀 나오는데 압권은 팥 껍질을 벗겨 꿀로 반죽한 소가 담겨 씹을 것도 없이 입에서 녹아 사라진다. 여기에 따뜻한 한방차 한잔 곁들이면 간단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한방차에는 소화를 돕는 백출이 들어간다.
내토전통시장에서 맛보는 빨간오뎅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제천의 음식 문화가 담겼다. 내륙인 제천은 겨울이 유난히 추워 맵고 칼칼한 음식으로 몸에 열을 내 추위를 이겼다. 사각형 어묵을 꼬치에 꿰 매운 양념에 익히는데 중독성이 워낙 강해 제천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입맛이 떨어질 때 떠올리는 소울푸드다. 하얀민들레비빔밥은 간과 위를 튼튼히 하는 토종 약초 흰민들레로 만든 영양밥.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이 고명으로 오른다. 제천을 대표하는 노포 상동막국수는 과일과 감초, 계피 등 약재를 넣어 만든다.
청풍황금떡갈비 울금떡갈비 |
◆약이 되는 채소, ‘약채락’ 먹어봤나요
청풍면 청풍황금떡갈비로 들어서자 ‘밥맛 좋은 집’과 ‘약채락’이라 적힌 문패가 출입구에 크게 붙었다. 맛집인가 보다. 대표 메뉴는 울금떡갈비 정식과 버섯불고기전골 정식. 울금의 주성분인 쿠르쿠민은 염증을 억제해 암예방에 좋고 혈액순환을 도와 생리통과 생리불순에 효과적인 슈퍼푸드로 알려져 있다. 또 담즙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체지방을 분해하며 아토피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이런 좋은 약재를 넣었으니 몸에 좋을 수밖에. 떡갈비 한입 베어 물자 ‘겉바속촉’ 식감에 부드러운 육즙이 입안을 적시며 울금의 향과 어우러져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느타리·팽이·목이·새송이버섯이 듬뿍 오른 버섯불고기 전골은 국물이 너무 달지 않고 칼칼해 수저를 멈출 수 없다.
제천 음식에 약재가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산이 많아 풍부한 한약재를 쉽게 얻을 수 있었기에 음식에 약초를 넣어 먹으면서 자연스레 약선 음식이 발달했다. 이런 약재를 활용한 제천 대표 먹거리가 ‘약채락’이다.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니 즐겁다는 뜻.
청풍황금떡갈비 버섯불고기전골 |
4대 약념(藥念)을 사용해 풍부하고 건강한 제천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황기를 넣어 24시간 숙성한 약간장, 제천 대표 약채인 당귀로 만든 약고추장, 양채를 활용한 약초페스토와 뽕잎으로 만든 약초소금이 4대 약념이다. 특히 약초고추장에는 뽕잎, 황기잎, 오가피잎, 황기, 당귀, 오가피 추출액을 넣어 특허까지 받았다. 이렇게 좋은 약재들이 가득 담겼으니 보약을 먹는 셈이다. 약초고추장으로 맛을 낸 약채락 비빔밥, 제철 채소와 약초를 다양하게 활용한 약채락 한정식, 한방약재로 진하게 우려낸 한방백숙, 건강한 약초 잎을 조리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즐기는 쌈밥정식이 인기메뉴. 바우본가, 예촌, 노다지맛집, 원뜰, 성현한정식 등에서 약채락을 맛볼 수 있다.
미식기행 ‘제천맛집 31’도 있다. 제천시는 1~3차 심사를 거쳐 제천맛집 브랜드를 엄정하게 선정했는데 고미(녹색), 풍미(푸른색), 육미(주황색), 별미(붉은색)로 분류해 입맛에 따라 고르면 된다. 고미는 제천 특산물과 대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풍미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추억이 담긴 제천 음식이다. 육미는 여행에 지친 몸을 활력으로 채워 줄 전통과 문화가 담긴 고기 맛집이며 별미는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감성 맛집으로 구성됐다. 등갈비찜으로 유명한 두꺼비식당, 가마솥약초밥상 맛집 열두달밥상, 제천의 풍미를 즐기는 느티나무횟집과 노송식당,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낭만짜장, 비갬 등에서 제천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제천=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