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 예고에 트럼프 "김정은, 사실상 모든 것 잃는다""
트럼프, 北 태도변화 압박에 사실상 거부의사
다만 '김정은 리더십' 등 대화의 창은 열어둔듯
美 백악관 당국자 "탄핵문제해결 후 북핵문제 유연"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미사일(ICBM) 도발을 예고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북한이 전날 ICBM개발과 관련이 있는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면서 대미압박 수위를 높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으로 맞대응하면서 한반도의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면서 김 위원장이 잃을 것에 대해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이는 ICBM도발로 레드라인을 넘길 경우 재선 가도에도 걸림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내년) 11월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김 위원장)는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리더십 하에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약속대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사안에 통일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사실상 북한의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최고 존엄에 대한 직설적인 압박이 가해진 만큼 북한도 무력 도발로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도 최고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영리하다’ ‘김정은의 리더십’이라는 우호적 표현도 쓴 만큼 북미가 파국 직전에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익명을 요청한 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에게 탄핵 문제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을 묻자 “분명해 보인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에게 자신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북한의 현재 행위는 우리(북미) 관계에 새로운 위치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백악관 고위당국자도 “그들(북한)은 테이블에 나오거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데 정말이지 ICBM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의 외교 트랙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고 정말로 기도한다”고 말했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큰 것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 꽤 빨리 그럴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미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미 조야에서는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비핵화 협상론이 재차 제기됐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트윗에서 “지금 문제는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하기로 선택하느냐는 것”이라며 “그는 채찍을 위해 당근을 한쪽으로 밀어내는 2018년 이전 정책으로 돌아가거나, 훨씬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외교를 계속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안전보장 등을 제시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 제한 등의 양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조금 더 시간을 끌면서 가능한 한 고통 없이 새해를 맞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