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한 아이폰, 중고로 팔면 불법일까?(a.k.a.블프 필독서)
최근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나 CPU,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을 한국보다 가격이 싼 해외에서 직구하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모델을 중고로 되팔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그런데 해외 직구로 산 전자제품들을 중고로 팔면 불법이라는 말 때문에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나 IT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어떤 경우에는 된다더라, 또 어떤 경우에는 안 된다더라’ 여러 설들이 난무합니다.
‘대체 뭐가 되고 뭐가 안 돼?’ 해외직구 전자제품 중고거래에 대해 싹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전자제품은 조금 다른데요.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일부 부품의 경우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살 때는 물론 유통업체가 판매 목적으로 수입할 때도 관세율이 0%입니다. 관세가 면제된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관세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이라는 무역협정 때문이죠. 주요국가들이 첨단산업 교역 활성화를 위해 컴퓨터·통신장비·반도체·반도체 제조장비·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제품에 대해 무관세 협정을 맺은 겁니다.
부가세의 경우 수입업자는 10%를 내게 돼 있죠. 반면 개인이 해외 직구로 살 경우 200달러 이하(미국 기준)는 면제되고, 200달러가 넘을 때는 부가세를 낸 뒤 국내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IT제품을 해외 직구로 샀을 때 관세는 내지 않아도 되고, 부가세 문제도 이미 해결됐으니 중고판매가 가능할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200달러 초과 제품은 부가세를 이미 냈기 때문에 상관이 없겠죠. 반면 200달러 이하는 개인이 직접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부가세를 면제받았기 때문에서 국내에서 다시 판매하면 조세 포탈이 되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전자제품은 전파인증을 받아야하는데요. 전파인증이란 기기 간의 전파 혼신을 막고 전자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전파 인증에 드는 비용은 기기 종류마다 다르지만 고가 스마트폰의 경우 약 3,300만원에 달합니다. 개인이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정부는 2011년부터 소비자가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수입한 기기만 1인 1대에 대해 전파인증을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사용하려고 사왔는데 이를 중고로 판다면 전파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전파인증을 받아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직구로 구매해 나중에 되판다면 괜찮을까요?
여기서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전파 인증의 주체’입니다.
만일 해당 제품의 제조사가 전파인증을 직접 받았다면 판매해도 가능하지만, 유통사가 전파인증을 한 물건이면 재인증을 받아야합니다.
다만 컴퓨터 부품 중 CPU, RAM, SSD는 전파인증 대상이 아니라서 부가세만 냈다면 중고매매에 자유롭다고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조건을 일일이 다 확인하는 것 자체가 복잡합니다. 정부도 법 적용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세금을 안 내려고 해외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수입하는 상습범은 처벌을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너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다가는 중고 휴대폰 하나 팔려는 선의의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불법 논란이 커지다보니 최근 국내 중고거래 커뮤니티를 비롯해 IT 커뮤니티 내에서도 중고거래 게시판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죠. 해외보다 비싼 가격이라는 근본 원인은 놔두고 소비자만 규제한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IT 시장에서 ‘호갱’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국내외 가격차가 심하다보니 G마켓이나 쿠팡, 용산전자상가 대신 아마존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죠.
다만 해외 직구가 간편하게 이뤄지는 만큼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