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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숨겨진 숲길···도심속 뱃길···금단의 물길···길에서 마주친 夏루

◆ 당일치기 여름여행지 3선

서울경제

여름이 예년보다 한발 앞서 찾아왔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전국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고 피서지 고민도 진작에 시작됐다. 당장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갈 수 없다면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숲길이나 수로 등을 따라 걸으며 이른 더위를 피해보는 것은 어떨까.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미리 떠나는 초여름 당일치기 여행지 3곳을 골라봤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 트렌드인 근거리·비대면 요소를 모두 충족하면서도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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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메타세쿼이아 숲길

한강변부터 900m 길따라 울창한 초록빛


하늘공원에 가려진 '비밀 화원'서 인생샷


◇공원과 공원 사이, 숨겨진 숲길을 걷다=서울에는 빼어난 경관에 비해 덜 알려진 곳들이 많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는 주변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서울 마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숲길’도 그중 하나다. 수많은 이들이 매일같이 주변을 오가지만 하늘공원에 가려져 이 숲길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진가를 아는 사람들에게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사시사철 품어주는 도심 속 산책 명소이자 ‘인생 사진’ 촬영지다.


월드컵공원 조성 당시 난지도의 쓰레기 언덕은 2개였다. 그중 한 곳은 한강의 노을을 바라볼 수 있어 노을공원, 다른 한 곳은 하늘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하늘공원으로 조성됐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한강 변에서부터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 샛길에 이어져 있다. 당시 900m에 달하는 이 길에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여름날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더욱 싱그럽고 울창한 초록빛을 뿜어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길로 들어서면 무더위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시원한 강바람만 불어온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무 향기와 초록빛이 진해져 낭만적인 우중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숲길은 평평하고 푹신한 흙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으며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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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라베니체···' 수변 산책로

伊 베네치아 와 있는듯 이국적 감성 물씬


보트 타고 수중 분수 감상···야경도 환상


◇베네치아보다 눈부신 수변 산책로, 김포에서 만나다=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Laveniche March Avenue)’는 인공으로 조성된 금빛수로를 따라 천변에 마련된 상가 거리다. 수로의 옛 이름은 김포대수로. 김포시 양촌읍에서부터 고촌읍 서부간선수로로 연결되는데 장기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난 2014년 금빛수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중 금빛수로 1교 인근에서부터 2교까지를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라고 부른다.


거리 풍경은 한눈에 봐도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올리게 한다. 대수로 도시인 베네치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변 거리에서 장점만 모아 조성됐다고 한다. 금빛수로를 따라 걷는 수변 산책은 마치 이국의 작은 도시 속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낮이면 흐르는 물 위로 햇살이 반짝이고 밤이면 상가의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반영돼 형형색색 빛이 일렁인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시간마다 뿜어내는 수중 분수를 바라보는 것도 산책을 즐기는 방법이다.


금빛수로에는 수상 레저 기구를 탈 수 있는 보트하우스도 있다.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를 왕복으로 오가는 코스로 이용 시간은 30분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운영을 안 하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주변에는 쇼핑몰과 음식점이 몰려 있어 산책하는 중간중간에 쇼핑을 즐기거나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버스킹 공연과 체험 행사, 프리마켓은 중단됐지만 오히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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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 7.6㎞ '장항습지'

재두루미 등 122종 조류에 391종 식물


남북한 분단돼 있어 '자연 그대로' 보존


◇여행에도 ‘환경’이 대세···물길 따라 생태계 탐방=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옆으로 흐르는 한강 하구에는 길이 7.6㎞, 폭 0.6㎞ 구간의 장항습지가 형성돼 있다. 오랜 시간 보존된 장항습지는 바다로 향하는 강줄기의 흐름이 시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자연을 지켜낸 결과물이다. 서해 바다로 향하는 물길에 숨겨진 장항습지는 수도권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습지이기도 하다.


장항습지가 더욱 특별한 것은 기수역 습지 생태계라는 점 때문이다. 바닷물과 민물의 중간 정도 염분을 함유한 구역을 기수역이라고 하는데 장항습지는 4대강 가운데 유일하게 하굿둑이 없는 자연 하구이자 기수역 생태계 습지로 보존되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돼 있어 자연 그대로 보존이 가능했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여름이면 장항습지에는 버드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 속에서 공생하는 재두루미와 저어새·개리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36과 122종에 이르는 2만 마리의 조류를 비롯, 391종의 식물과 포유류 11종, 육상 곤충 65종, 양서류와 파충류 17종 등 다양한 동식물 생태도 철마다 탐방할 수 있다.


장항습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자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출입에는 제한이 있다. 겨울 철새가 머무는 10월부터 3월까지는 출입이 전면 금지되며 그 외 기간에는 평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 신청과 허가 절차에는 최소 14일 정도가 필요다. 미리 전화로 탐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일정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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