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사망 후 '한진칼' 주가 폭등…사람들 몰린 까닭
친절한 경제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자기 숨을 거두면서, 재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굉장히 많이 놀라셨어요.
기자
네, 관련 뉴스를 어제부터 많이 보고 계실 텐데요. 일단 고 조양호 회장은 한국의 물류업 성장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경영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처럼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사가 된 상태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세가 아닙니다.
60년대 말에, 적자상태였던 데다가, 가진 비행기라고는 낡은 프로펠러기 7대랑 제트기 한 대뿐이었던 국영항공사를 아버지 조중훈 회장이 인수한 지 5년 만에 입사해서, 사실상 같이 회사를 키웠습니다.
특히 90년대 말에 외환위기를 잘 넘겼던 게 유명하고요, 타보신 분들도 많을 텐데, 2층짜리 여객기, A380이란 대형 여객기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 세계적으로 항공사들의 불경기였는데요. 해외 유명 항공사들도, 너무 비싸고 신형이라고 사는 걸 주저했던 당시의 신형기, A380을 비롯해서 여객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 회장이 예상했던 대로 몇 년 만에 다시 항공 호황이 왔거든요. 그때 가서야 다른 항공사들은 신형기 주문을 많이 넣기 시작했는데, 비행기 제작은 붕어빵 찍어내듯이 빨리빨리 되지 않습니다.
그때, 대한항공이 신형기 선점했던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항공사들의 동맹체 중에서도 대표적인, 스카이팀 결성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들, 두 딸, 아내 온 가족이 차례로 갑질 파문을 일으켜서 세상 사람들을 격분시켰고요, 본인도 우리나라의 몇몇 재벌들에게서 나타난 전례가 있는, 주식회사와 가족의 재산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태도.
회사 운영이랑 본인 가족의 사익 챙기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았던 행적들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270억 규모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말년을 보냈습니다.
앵커
네, 우리 항공산업에 남긴 족적과 다르게, 말년이 참 순탄치 못했던 분이죠. 이제 관심은 한진그룹 경영권이 어떻게 될 것이냐 여기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기자
네, 고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게 어제 아침 9시 전이었습니다.
주식시장은 그 후에 열리죠. 한진칼이란 회사의 주가가 어제 6시간 남짓한 그 시간 동안, 무려 21%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느냐, 한진칼은, 한 마디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의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한항공, 진에어 이 계열사들의 꼭대기에 한진칼이 있습니다. 한진칼을 손에 넣으면, 대한항공이나 진에어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한진그룹의 오너 경영인 일가인 조양호 회장의 가족들 말고, 우리나라의 한 토종 펀드인 KCGI, 이 펀드를 지휘하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씨의 이름을 따서 이른바 '강성부 펀드'라고 유명한 펀드가, 한진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싶다고 작년에 천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거든요. 기존의 한진칼을 보면 고 조양호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긴 하지만, 조 회장 지분은 18%도 안 됩니다.
조현아, 현민, 원태 아들딸들이 가진 지분은 각각, 전체 2.3% 수준씩입니다. 그런데 강성부 펀드가 그동안 사모은 건 13.5%나 됩니다. 국민연금 지분을 합치면 거의 조양호 일가 지분과 맞먹기 직전이죠.
이런 상황이니까 어제 아침에 조 회장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 조 회장 일가와 강성부 펀드 사이에 지분 싸움이 곧 나겠구나. 그럼 한진칼 주식은 오를 테니까 나도 사야지" 했던 사람들이 몰려서 한진칼이 20% 넘게 폭등한 것입니다.
앵커
네, 그럴 가능성이 크겠네요. 어쨌거나 조 회장이 남긴 주식, 자식들도 굉장히 비싼 상속세를 내 가면서 물려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조 회장이 남긴 지분이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조 회장 일가가 가진 주식 대부분이 조 회장 명의고, 돈으로는 3천5백억 원 어치 정도 됩니다.
이걸 상속하려면 세금이 50%인데, 이 경우엔 그냥 소액 상속도 아니고 경영권이 걸린 대규모 주식이죠. 이런 경우에는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세율을 적용합니다.
그러니까 자식들이 법적으로 상속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내야 할 상속세가 1천8백억 원을 가뿐히 넘고요. 나눠 낸다 해도 5년 안에 해결해야 합니다.
조 씨 일가로서는, 갖고 있는 주식의 배당금을 늘리든지, 아니면 상속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든지, 또는 일가의 다른 재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든지 수를 내야 할 상황인데, 어떤 쪽으로 봐도 1천8백억 원이 넘는 큰 돈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건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조 씨 남매들 사이에 경쟁이 붙을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일가가 통일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 한진을 좌우할 최대주주가 바뀔지, 경영권은 어떻게 될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