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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어렵다? '힙지로'에서 찾은 해법

친절한 경제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요즘 서울에서 가장 인기가 뜨거운 이른바 '핫한' 상권에 취재를 다녀왔다고요?


<기자>


네. 앵커는 혹시 '힙지로'라고 들어보셨어요?


<앵커>


가보지는 못했지만 들어는 봤습니다.


<기자>


저는 주변에 물어봤더니 처음 듣는 사람도 있었지만, 20대들일수록 바로 반응했습니다.


'힙지로' 정확히는 을지로 2가와 3가 일대 공구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뒷골목 쪽입니다. 변화를 거듭해 온 도심 신시가지가 바로 옆이지만, 뒷골목은 70년대 이후로 크게 바뀐 풍경이 없다고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일대가 역설적으로 최신, 지금 가장 인기 있고 세련된 것을 뜻하는 영어 속어인 '힙'이라는 말과 결합해서 '힙지로'라고 불립니다. 젊은이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저희가 그 일대를 지난주 목요일 오후부터 쭉 취재했는데, 저녁 6시 정도까지는 "여기가 정말 그렇게 사람이 몰릴까?" 보면서도 별로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6시쯤부터 일대의 공구 가게 분들이 퇴근하면 곳곳에 숨어 있는 호프집, 선술집들이 골목마다 간이 테이블을 깔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실내외 다 포함해서 일대에 8천 석 자리가 생깁니다. 이 자리들이 7시 반만 돼도 남김없이 들어차고 몇 번씩 테이블 회전이 일어납니다.


주중에 매일 이런 풍경이고, 특히 주말에는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도 일부러 많이 찾아와서 일요일까지 성업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특히 일부러 여기를 많이 찾아온다는 거죠?


<기자>


네. 한 5시 반쯤부터 딱 봐도 휴대폰 지도로 검색해서 물어물어 찾아온 게 보이는 젊은 분들이 이른바 '인증샷' 찍으면서 테이블 깔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 들어차면 어림잡아 봐도 절반 이상이 20대입니다.


[방주영/을지로 '노가리 골목' 호프집 운영 : 5년 전만 해도 여긴 주로 50~70대가 왔어요. 3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한 번 오면) 친구들을 많이 불러요.]


[천예린/경기 성남시 분당구 : 요즘 하도 을지로가 '힙지로'라고 해서요. 친구들이랑 부담 없이 오기 좋고, 가족이랑도 편하게 오기 좋고 이런 것(이 좋아요.)]


[심남희/경기 성남시 분당구 : (딸)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와보고 싶었거든요.]


나이대가 조금만 돼도 흔히 그런 얘기 하죠. "우린 이제 가면 못 앉아, 어린 사람들만 있대" 그러면서 세대별 분리가 되는 경향이 좀 있는데, '힙지로'는 방금 인터뷰 들으신 대로 젊은이들이 최근에 명소로 만들어 준 거리 맞지만, 전 세대가 여전히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다른 인기 거리들과 크게 다른 특징입니다.


이런 게 바로 한국의 분위기라면서 갓 부임했다는 외국인 사장을 안내해 와서 회식하고 있는 인근 직장인들도 보였고 말 그대로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동네 축제 분위기가 매일 펼쳐지는 모양새였습니다.


<앵커>


요즘 자영업 어렵다는 얘기 정말 많이 듣는데, 을지로의 일부 상점들은 말 그대로 활기가 가득 차겠네요.


<기자>


네. 요즘 실제로 자영업 어려운 거 맞고 또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앞으로는 이른바 '체험형', 찾아가야 누릴 수 있는 재미를 줘야 살아남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죠.


그런 걸 하려면 자본, 인력, 아이디어를 총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이 유리합니다. 그런데 '힙지로'에서 영세 상인들의 가능성이 좀 보입니다.


일단 영세 상인들은 상권이 형성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꼭 번화가, 비싼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을지로는 우리 근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격 경쟁력이나 맛을 잘 살려서 입소문을 자연스럽게 탄 오래된 가게들, 노포들도 최근에 SNS 통해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한편으로 힙지로 형성에는 젊은 사업가들도 있었습니다.


침체상권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해서 몇 년 전부터 이 거리에 어울리게 이른바 '뉴트로 콘셉트'로 조성한 카페들도 명소가 됐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이 일대가 장기적으로 공원 포함한 재개발 지역입니다.


워낙 오래 계셨던 분들이 많은 데다가 그런 면까지 있다 보니까 지금까지는 오히려 삼청동이나 가로수길이 그랬듯이 상권이 화제가 되니까 대자본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이 보이지 않고 특히 중구청이 아예 거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야간에는 과감하게 아까 보신 것 같은 간이 테이블들, 옥외영업을 허용해 주면서 '차 없는 거리'를 실시한 것도 축제 분위기 상권을 만든 요인입니다.


영세상인은 자체 경쟁력,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상권, 여기에 민관협력까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입니다. 을지로가 그런 요소를 다 갖춰서 힙지로가 됐는데, 다른 곳도 가능하다는 게 여기 상인들 얘기입니다.


[박용범/을지로 '뉴트로' 커피전문점 운영 : 을지로도 지금 그렇듯이 다른 공간들도 충분히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요즘은 자기 개성을 살리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아요.]


<앵커>


지역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서 스토리도 만들고 그래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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