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北과 접촉' 인지→총살 '5시간'…군, 막을 수 없었나
▲ 실종 공무원 피격 사격 브리핑하고 있는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
군 당국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 A씨가 북측으로 넘어가 북측 인원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당시 조처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소연평도에서 어업지도 중 사라진 공무원 A(47)씨가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된 시점은 22일 오후 3시 30분쯤입니다.
아제 A씨가 어업지도 중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 약 28시간 만입니다.
군 당국은 북측이 구명조끼를 입고 '소형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상태의 A씨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군 당국은 당시엔 그를 실종자로 특정하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군이 오후 4시 40분쯤 북측이 A씨에게 표류 경위를 확인하고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입수한 뒤부터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때를 계기로 실종 당사자임을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A씨가 총살된 건 '월북 진술'이 이뤄진 지 약 5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쯤으로 파악됐습니다.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부의 지시를 받아 고속정에 탄 북한군이 A씨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30분쯤 뒤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북측 인원이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습니다.
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A씨가 북측에 최초 발견된 이후 총살되기까지 5∼6시간가량 생존해 있었다는 의미로, 군이 국제상선통신망 등을 이용해 북측에 즉각적인 연락을 취했다면 적어도 '참변'만은 막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건이) 북한 측 해역에서 발생했고, 처음에 위치를 몰랐다"면서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측 첩보 자산이 드러날까 봐 염려된 측면도 있었다"며 "우리가 바로 (첩보 내용을) 활용하면 앞으로 첩보를 얻지 못한다. 과거 전사를 보면 피해를 감수하고도 첩보 자산을 보호한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종자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조치가 이뤄질지 등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렇게까지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남측 민간인을 총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불에 태운 북한의 잔인한 행위를 군이 사실상 지켜보기만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A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만 하루가 지났고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벌어진 '특이 동향'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논란입니다.
22일 밤 A씨의 피격 및 시신을 불에 태운 정황이 확인된 직후인 어제(23일) 오전 1시쯤 서욱 국방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수장들이 청와대로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어제 오후에 군이 발표한 내용은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생사는 단정할 수 없다'는 '반쪽' 사실이었습니다.
당국이 북한에 '실종 사실 통보와 관련 답변'을 처음으로 공식 요구한 것도 어제 오후 4시 45분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북측이 실종자를 이미 잔인하게 총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운 다음 날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