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됐어요" 퇴사 브이로그가 말하는 경제 민낯
<앵커>
코로나 때문에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청년 일자리가 50만 개 사라졌습니다.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사람 뽑는 곳도 없다 보니, 일자리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만큼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외환위기를 겪었던 세대를 조사해봤더니, 구직 기간이 1년만 늘어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임금 격차는 더 커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올 한 해로 끝날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이런 코로나 세대들의 이야기를 안서현 기자, 최재영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안서현 기자>
[류나영/26세 : 백수였을 때, 구직사이트 찾아보고 신경 쓰고 잠 못 자고 그랬던 거를 또 몇 개월 만에 다시 하니까 기분도 이상하고. 솔직히 너무 많이 힘든데 잘 버텨내야겠죠? 지원을 한 30군데 한 것 같은데…]
긴 백수 생활 끝에 취직했는데, 딱 7달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뭐 잘못해서 잘린 게 아니라 코로나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류나영/26세 : (대표님이) '자기가 버틸 만큼 버틴 것 같다,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약간 청천벽력 같은…]
코로나 세대들은 자칫 창피하지 않을까 싶은 백수 생활의 기록을 담담히 브이로그 영상으로 남깁니다.
이런 퇴사 브이로그가 같은 세대에서 공감을 얻으며 유행 중입니다.
[류나영/26세 : '나랑 똑같은 생각 하고 있네?', '나랑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라는 거 보면서 '이렇게 힘들 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공감이겠구나'하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솔직한 만큼 이 브이로그들은 코로나 세대의 경제적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최우현/30세 : 체육 수업을 지도하는 유아체육 강사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유치원) 등원을 안 하게 되면서 4월부터 계속 지금까지 수업을 못하고 있고요.]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지만 새벽시간 택배 배달 말고는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장수빈/26세 : 6시가 되면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6시 전까지 끝내야 하는데. 음…(택배가) 많긴 많네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까지 하게 되면서 지금은 아예 수입이 없습니다.
[장수빈/26세(자가격리중) : 모아둔 돈도 하나도 없고, 당장 생계가 고민이 돼요. '기약이 없다' 이런 불안감이 제일 답답해요.]
사회를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청춘들이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 앞에 주저앉고 있습니다.
[선혜령/22세 : 예전에는 '학교를 잘 졸업하고 그냥 구직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뭔가 길이 열리겠다' 약간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내 자리가 있을까?'에 대해서…]
취업 시즌이 왔지만 원서 넣을 기회조차, 낙방할 기회조차 없는 '코로나 세대'는 고용시장에서 소외돼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된다는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재영 기자>
[장재철/KB증권 수석연구원(2008년) :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회수와 심리적 요인에 의한 급등락을…]
[장재철/KB증권 수석연구원(2020년) : 그때는 금융 부분에서 온 거고, 이번에 충격은 락다운, 경제봉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런 경기침체 시기에 구직 활동을 했던 젊은이들이 향후에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는지를 장기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경기침체 시기에는 사람을 안 뽑으니까 구직기간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구직기간이 1년만 늘어나도, 경기침체가 없을 때 취업한 같은 나이대에 비해 임금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졌습니다.
대졸자 기준으로 사회진출 뒤 10년 동안 임금이 7.3% 낮았습니다.
전문대 졸업자 기준으로는 4.2%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임금을 줄이더라도 마음 급한 취업자들이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일단 취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경기침체 이전 취업자들보다 첫 일자리 임금이 10% 정도 낮으면 10년이 지난 뒤 전일제 일자리에서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25%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과 출산과 같은 삶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한요셉/KDI 연구위원 : 단순히 1~2년 문제가 아니고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10년 이상 굉장히 장기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지난 4월에만 42만 개, 재확산 여파가 덮친 9월에만 50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이근태/LG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코로나 충격까지 겹쳐지면서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좌절하고 포기하고, 이런 경향들이 확산될까봐 지금 상당히 우려되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젊은 세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시킬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박지인,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안서현, 최재영 기자(as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