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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생, 최저 연봉 외국인…사연 있는 영웅이 이끈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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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의 아픔을 겪은 백업 외야수와 리그 최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 승리에는 사연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있습니다.


키움은 19일(어제) 수원 KT wiz파크에서 열린 KT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투타 우위 속에 9-2로 승리했습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나간 키움은 이제 1승을 더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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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일등 공신은 결승 3점 홈런 포함 4타점, 불방망이를 휘두른 야시엘 푸이그였습니다. 푸이그는 1회 투아웃 1, 2루 기회에서 KT 선발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정확히 받아쳐 왼쪽 담장을 까마득하게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초대형 선제 3점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4-0으로 앞선 3회 원아웃 3루 기회에서는 바뀐 투수 데스파이네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깨끗한 1타점 적시타를 날렸습니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 결승포가 된 푸이그는 경기 MVP를 받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승리의 숨은 주역은 또 있습니다.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한 김준완과 5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에 발판을 놓은 선발투수 타일러 애플러가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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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애플러는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6개를 허용했지만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고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애플러가 승리를 따내면서 키움 구단은 지난 2018년 플레이오프에서 한현희 이후 무려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수확했습니다. 구단 관계자조차도 "기록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선발승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애플러가 큰 역할을 해준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료의 실책으로 여러 차례 위기에 몰렸지만, 애플러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1회 원아웃 1루에서 알포드의 땅볼을 유격수 신준우가 놓치면서 실점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박병호를 삼진, 장성우를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3회에는 선두 타자 배정대를 이번에도 신준우의 실책에 출루를 허용한 뒤 강백호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줬습니다. 이어 알포드를 땅볼로 유도했는데, 여기서 또 신준우가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흔들릴 만도 했지만 애플러는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습니다.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원아웃 만루에서 김민혁을 병살타로 잡아냈습니다.


이날 최대의 위기를 넘긴 애플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위로'였습니다. 더그아웃에서 낙심하고 있는 신준우를 찾아가 등을 두들기며 위로했습니다. 팀워크가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홍원기 감독은 "애플러가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자기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5회까지 버텨주면서 마운드 운영이 한결 수월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애플러는 올 시즌 40만 달러를 받고 키움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올해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 중 최저 연봉입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제구 문제를 보인 이력 탓에 KBO리그에서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냉혹한 평가에도 애플러는 자리를 지켰고, 마침내 시즌을 완주했습니다. 그리고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며 '최고 가성비' 활약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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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애플러가 있었다면, 타석엔 김준완이 있었습니다. 김준완은 팀이 5대 1로 추격당한 4회 노아웃 만루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고, 5회 투아웃 1, 2루 기회에서도 1타점 적시타를 날려 자신의 손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출루가 주 역할인 리드오프였지만, 이날만큼은 4번 타자 못지않은 해결사 역할을 해냈습니다. 홍원기 감독은 "중요할 때, 필요한 순간 타점을 올려줬고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김준완의 활약을 반겼습니다.


사실 김준완은 지난해 이 시기 '방출'의 아픔을 겪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3년 NC 다이노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김준완은 지난해까지 NC에서만 백업 외야수로 뛰었는데, 시즌을 마친 뒤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홀로 구슬땀을 흘리던 중 키움 구단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새 출발의 기회를 얻은 김준완은 올 시즌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2, 28타점, 43득점을 올렸습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출루율 0.339를 앞세워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타율이 1할대에 그쳤고, 팀이 질 때마다 자신에게 향하는 비난에 남모르게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키움에서 처음 맞이한 포스트시즌. NC 시절 경험한 가을야구 DNA가 키움에서도 폭발했습니다. 김준완은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하더니 3차전에선 쐐기 3타점까지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올 시즌 만루에서 5할이 넘는 타율을 자랑했는데, 이날 4회에서도 만루에서 여지없이 적시타를 날렸습니다. 김준완은 "시즌 후반기 들어 만루에서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인지 만루 상황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포스트시즌이었지만 다르지 않았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준완은 "작년 이 시기에 방출되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였는데,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올 시즌을 마친 뒤 결혼을 하는데, 예비신부가 힘든 시절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예비신부에게 지금 이 자리를 통해 너무 고맙고 사랑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 "타점을 올리며 팀에 보탬이 됐지만, 내 최우선 역할은 출루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후를 비롯해 중심 타선에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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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유병민 기자(yuball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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