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공룡 기업 아람코(ARAMCO)에 들썩이는 세계 주식 시장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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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의 기업공개는 실현될까?
2021년 주식시장 상장을 예고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 이어, 베일에 싸였던 국영 기업을 공개하려는 사우디 왕실의 의도를 짚어보자.
석유 부국의 재정적자 위기
사우디 정부 재정의 90%는 석유 수출에 의존한다. 그만큼 유가 변동에 따라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에 사우디 정부는 수차례 경제 다각화 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워낙 풍요로운 삶이었기에 해결 의지는 절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 상황은 심상치 않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기조는 사우디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 에너지 생산 증대,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사용제한 조치도 사우디에겐 큰 짐이 되고 있다. 신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석유 수요 감소 기조 때문에 앞으로 유가 상승의 동력도 크지 않아 보인다.
반면 사우디의 통 큰 씀씀이가 줄어들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아파 맹주이자 최대 앙숙인 이란과의 갈등 관계가 지속되는 한, 세계 무기 시장의 큰 손 사우디의 지갑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 2015년부터 이란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 내전에 투입되는 돈도 천문학적이다. 시아파계 예멘 반군을 격퇴하겠다며 수니파 대동단결을 외치며 다국적군을 구성했지만, 수니파 주요국인 터키와 이집트는 발을 뺐고 형제국과 다름없는 UAE의 일부 지원 속에 군사 비용 대부분은 사우디가 도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우디의 곳간도 동나고 말았다. 사우디의 외환 보유고는 급감했고 재정적자 폭도 급증하게 된다. IMF 추산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 경제 성장률은 0%에 가까웠다. 사우디 인구의 70%가 30세 이하인데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할 지경이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정적자를 메우고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는 부가세를 도입하고 공무원 등에 제공되던 각종 특권을 감소했다. 그보다 2년 전인 2016년엔 경제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의 핵심은 사막 한가운데 미래 도시를 짓겠다는 네옴 프로젝트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사우디판 실리콘 벨리를 조성하겠다는 건데 역시 문제는 돈이다. 네옴 프로젝트엔 5천억 달러(600조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아람코가 지분 5%를 매각하면 들어올 돈이 최소 1천억 달러(120조 원)로 예상되는데 사우디 정부의 미래 청사진을 위한 마중물로 쓰일 수 있다.
과연, 기업 공개는 실현될까?
사우디 경제를 이끌어 온 아람코는 사우디 왕가의 개인 금고 역할도 해왔다. 그만큼 기업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데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초 아람코는 2018년 해외 증시 상장 계획이 있었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급한 돈이 마련되자 상장계획을 2021년으로 연기한 바가 있다. 일부에선 아람코가 주식의 비공개 매각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의 초대형 에너지기업 '페트로 차이나'가 아람코 지분을 직접 인수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많은 것이 불투명한 아람코 입장에서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거대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국제유가의 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까지 아람코의 유일한 주주는 사우디 왕실이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