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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원류(源流)를 찾아서 - 금오도 비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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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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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 섬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을 동경하고 또 그리워한다.

섬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리움이다. 두 발로 걸어서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 눈으로는 지척이지만 마음의 거리로는 멀 수밖에 없는 곳. 그 먼 곳에 섬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을 동경하고 또 그리워한다.


어딘가 가보고 싶고 바다가 그리운 사람들은 섬으로 가는 꿈을 꾼다. 그곳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 짐작하면서, 그렇게 현실에 떨어져 나온 다른 세상을 그린다. 그곳에는 단절이라는 외로움과 그 단절과 유폐의 의미 너머에 자리 잡은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은 오로지 홀로 존재한다는 해방감을 줄 거라, 그들은 짐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사람들은 '그 섬에 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섬을 그리워하다, 종내에는 짧은 결심과 함께 섬으로 가는 배에 기어이 몸을 싣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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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가는 길에 만난 바다는 아침 햇살을 가득 안고 있었다.

섬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밤을 새워 달린 버스는 아침에야 사람들을 작은 포구에 부려놓는다. 신기 선착장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선착장에서 첫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물보라는 허옇게 일어선 채로 끊임없이 배를 좇는다. 배가 섬에 닿을 때까지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꾸준하다. 배의 뒷발질에 화가 나서 죽어라 쫓아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사연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그들의 끈질긴 추격을 궁금해하던 찰나, 뱃고동 소리가 뿌우우~ 길다. 점점이 놓인 수많은 섬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저편, 섬의 선착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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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고즈넉하니 바다에 떠 있다.

배가 닿은 곳은 금오도(金鰲島). 금오도는 365개나 되는 여수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다. 남해안 끝자락, 기암괴석이 다채로운 작고 신비로운 섬이 금오도다. 금오도라는 이름에는 자라를 닮은 섬의 모양새와 관련이 있다. 자라도 보통 자라가 아닌 금(金)자라를 닮은 섬이 금오도다.

 

자라를 닮은 금오도에는 섬이 숨겨놓은 특별한 길이 있다. 이름하여 벼랑길, 여수 말로 '비렁길'이다. 주민들이 땔감이며 약초나 산에서 나는 온갖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길이었으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그 길이 지금은 전국의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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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총 5개 코스로, 전체 길이는 18.5km에 이른다

비렁길은 총 5개 코스로, 전체 길이는 18.5km에 이른다. 굳이 발이 빠르지 않더라도 하루면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아침부터 쉬멍놀멍 천천히 걸으면 해가 지기 전 종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만한 거리라는 말이다. 단, 길이 준비한 수려한 풍광에 마음을 너무 많이 빼앗기지는 말 일이다. 그럴 경우, 길 위에서 갑작스런 낙조와 맞닥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비렁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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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닷바람에 맞서온 마을의 굳건한 돌담들

길은 함구미 마을에서 시작된다. 고요한 어촌마을이 바닷가에 조용히 엎디어 있다. 앞으로는 끝없는 시퍼런 바다에 막혀 있고, 뒤로는 금오도에서 가장 높다는 대부산(381m)이 우뚝 솟아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바다를 터전 삼아 질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거친 바닷바람에 맞서온 마을의 굳건한 돌담들이 이들이 살아냈을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마을을 벗어난 길은 곧장 산 중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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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그 길이 금오도에 있었다.

길은 오래되었고, 오래되었으니 푸근하다. 원래 길의 소명이 그러했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그 길이 금오도에 있었다.


길은 나란히 걸을 수 없을 만큼 좁았지만, 깊었다.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풍성했고, 그 풍성함은 오랜 세월을 거쳐 온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었으며, 그랬기에 묵혀둔 오래된 장맛처럼 깊고도 진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금오도로 와서, 비렁길을 걷고, 또 이 길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걷지 않았지만 길에서 오래된 내음이, 인정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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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널방의 모습

길의 정취에 빠져 혼몽하던 차에, 별안간 길 앞에 깎아지른 벼랑이 아득하다. 미역널방이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지게에 미역을 잔뜩 짊어지고 와서 이 벼랑 위에서 미역을 말렸다고 한다. 사방이 툭 트였으니 햇살이 풍부하고, 벼랑 위에 있으니 먼바다를 건너온 해풍이 오죽 좋을 것인가. 머금었던 물기를 벼랑 아래 바다로 돌려보내며 고슬고슬 까맣게 말라갔을 미역들이 아스라하다.


하지만 미역널방은 이름이 주는 정겨움과는 달리 사뭇 까마득한 절벽이다. 절벽 위에서 바다를 굽어보다 어느새 뒷걸음치는 스스로의 고소공포증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책해도 될 만큼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퍼렇게 입을 벌리고 있는 바다는 으르릉대는 맹수의 아가리마냥 거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며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풍경도 있기 마련이다. 비렁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해식절벽들이 그러했다. 그곳에서 발길은 당연한 듯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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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에도 나무 덱으로 이어놓은 길도 적잖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기대하는 수많은 둘레길이 그러하듯 비렁길에도 나무 덱으로 이어놓은 길도 적잖다. 위험하지만 조망이 좋은 여러 곳에는 따로 전망대를 마련해 놓아 길이 품은 풍광을 드러내놓길 주저치 않는다. 게다가 시라니... 어느 전망대에서 시가 길을 노래하고 있었다.

너는 지나가는 바람이었고

머문 적 없는 비였고

잠든 적 없는 별이었으므로


바닷내 푸른 미역널방에서 미끄러지고

붉은 동백숲에서 길 잃는구나


앞서 떠난 파도가

되돌아오며 네 발목 잡는

숨찬 비렁길에 들어서면

(<붉은 비렁길>, 김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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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느끼고 깨달아야 할 무엇들이 바다 저 멀리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한 편의 시가 여행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나는 언제 한번 지나가는 바람처럼, 머문 적 없는 비처럼, 잠든 적 없는 별처럼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더러는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훌륭하진 않았더라도 휘적대며 부는 바람처럼, 오는 듯 마는 듯 비처럼, 어렵사리 두 눈을 깜박대는 별처럼... 그런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자연이라는 풍성한 선물 앞에서, 그 가르침 앞에서 얼마나 순수하였고, 또 겸손하였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그들 중에 나도 한 자리를 탐내어 고개라도 들이밀 수 있다면야 좋으련만, 어디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던가. 아직도 느끼고 깨달아야 할 무엇들이 바다 저 멀리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섬을 걸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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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가는 것은 단절을 통한 '자발적 고독'이라는 상징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도보여행을 위한 여느 길이 다 그렇듯, 길에서는 홀로 걸어도 충분하다. 특히나 비렁길은 더욱 그러하다. 서두름도, 여타의 소음조차 배제된 공간에서 낯선 새로움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풍채 좋게 걸어도 좋고, 어느 순간 뻥 하니 터지는 시야와 그 너머 시퍼런 바다의 압도적인 모습에 가만히 잠기어도 좋고, 귓전을 간지럽히는 해풍에 두 눈을 감고 바다가 전하는 소리를 멍하니 들어도 좋을 것이다. 마음은 저절로 평온하여지고 더러는 가슴이 뛴다.


사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다채롭다. 격리되어 있다는 고독감이 있는 반면, 그렇기에 혼자라는 자유로움과 비밀스러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몸과 마음을 풀어 헤쳐 놓는다. 익명에 기대어 다른 이의 관심과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순전히 '나'로 살 수 있는 공간 체험은 여행이 주는, 그 중에서도 도보여행이 주는 커다란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섬은 더욱 특별하다. 섬이라는 대상이 품고 있는 이미지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섬으로 가는 것은 단절을 통한 '자발적 고독'이라는 상징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섬'이라는 책을 쓴 장 그르니에의 섬 역시 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않는 적막한 무인도다. 섬에는 나만이 오롯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숨어 있는 것이다.


물론 섬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그러나 섬이라면 으레 고독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금오도가 그랬고, 금오도의 비렁길이 그러했다.

금오도가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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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나물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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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나물

비렁길에서 만날 수 있는 눈에 띄는 풍경 중 하나는 방풍나물이다. 한 뼘이라도 빈 땅이 있다면 그 땅에는 으레 방풍나물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금오도는 그야말로 방풍나물의 섬이었다.


방풍나물에는 나름 재밌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그것은 '방풍'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하는데, 방풍나물을 먹으면 풍(風, 뇌졸중)을 예방함은 물론, 남자의 바람기까지 막아낸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하는데... 속는 셈 치고 남자들에게 많이 권해볼 일이다. 처음 먹어보는 나물이었지만, 그 맛은 특별했고 또 맛있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손해는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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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의 할머니들

마침 동구나무 아래에서 방풍나물을 다듬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살짝 사진으로 담았더니, 차라리 제대로 찍어달라고 하신다. 사진값은 방풍나물이라며 한 아름 담아주시고, 그것도 부족하다 여기셨는지 또 두 손 가득 집어주신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중에 문자서비스를 통해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짧은 답장을 보내주셨는데, 즐거워하시는 그 마음이 내게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 있더라도, 그곳에 사람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사람 사는 마을이 미술관 그림과 다를 것이 뭐겠는가. 결국은 사람이다. 그러니 조금은 용기를 내어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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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길은 벼랑과 숲을 번갈아 가로지른다. 숲은 깊고 아늑하다. 제주도에서 곶자왈이라고 부르는 나무숲 터널이 비렁길에도 흔하다. 금오도도 화산섬이었던 걸까? 문외한이라 다른 이유를 알지 못하니 그저 그럴 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숲이 깊은 이유 중 하나로 추정하는 것은 과거에 금오도가 사람이 거주하는 것이 금지된 봉산(封山)으로 관리된 섬이었다는 사실이다. 봉산이라 함은 나라에서 필요한 재목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베는 행위인 벌채를 아예 금지한 곳을 일컫는데, 금오도가 바로 그 봉산의 섬이었던 것이다. 경복궁을 재건할 때에도 금오도의 소나무를 베어다 썼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사람의 거주가 제한되다가 1885년부터 출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숲은 깊고 또 아늑하다. 햇살이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숲에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그냥 이대로 머무르고픈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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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섬은 실루엣으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오동나무 꽃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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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꽃

숲을 벗어나자 저 멀리 바다가 아득하다. 바다 건너 저 멀리 섬이었던가. 가물가물 보이는 저편 희뿌연 실루엣으로만 섬이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길이 다시 바닷가로 이어질 즈음 처음 보는 꽃이 나무 가득이다. 저 꽃은 또 무어란 말인가. 오동나무 꽃이란다. 오동나무에도 꽃이 피는구나. 오동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이에게 이게 웬 횡재라는 말인가. 정신없이 찍고 또 찍었다.


가끔 길 위에서 만나는 이러한 느닷없는 선물은 여행자를 행복하게 한다. 아! 내가 이 꽃을 보려고 이 먼 길을 걸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낯선 새로움이란 이런 것이다. 또 어쩌면 행복 역시 이런 것이 아닐까. 무얼 더 바랄 것인가.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들이 무심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걸어야 한다. 걸을 때라야 보물들은 우리에게 자신을 더 자주 더 오롯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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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어부가 해초를 말리고 있다.

오동나무 꽃이 멀지 않은 방파제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못내 아까운 부지런한 어부는 애써 채취한 해초를 말리신다. 모자반이었을까. 톳이었을까? 아니면 우뭇가사리였을까? 혹여 하시는 일에 방해가 될까 차마 물을 수 없었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바다 향기를 흠씬 흩뿌려놓는 와중에, 말라가며 최후의 향을 내뿜는 해초들의 향기에서 사뭇 특별한 바다를 깨닫는다. 그 바다는 깊었고, 또 아득했다. 눈물겨운 삶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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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비렁(벼랑) 위에 있으니 비렁길이다.

작은 포구를 지난 길은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벼랑길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래 내가 걷고 이 길은 비렁길, 절벽 위를 떠가는 길이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카뮈는 '짐승은 즐기다가 죽고 인간은 경이에 넘치다가 죽는다'고 했었다. 코발트색의 망망대해의 바다가 있고, 그 바다 위를 떠가는 섬들, 그리고 섬과 바다를 경계 짓은 깎아지른 듯한 벼랑들... 경이와 탄성은 자동이다. 어찌 소리쳐 환호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듯 오늘도 비렁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이와 탄성 속에서 특별한 길로 태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순간 금오도 최고의 특산품은 방풍나물과 더불어 비렁길이 아닐는지... 길은 섬의 대표 상품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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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은 섬의 대표 상품이 되어 가고 있었다.

5코스 전체를 마저 걷지는 못했다. 길은 4코스 앞에서 끝이 났다. 남은 4, 5코스와는 언제쯤 대면할 수 있을는지... 머지않은 때에 다시금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장 그르니에는 여행을 한들 무엇이 특별하겠냐고 묻는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오고,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 나온다면서... 아마도 그 말이 함의하는 바는 여행이란 끝이 없다는 말일 게다. 어쩌면 삶 자체가 여행일진대 여행이 끝나는 날은 시인 천상병의 표현대로 '하늘로 돌아가는 그날'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바로 '그날'까지 또 어딘가를 가야하고, 또 걸어야 할 것이다. 그냥 가보는 것이다. 다음은 어디가 될지... 다음 여행지를 향해 또 걸어가 보는 것이다. 뭐가 있든 그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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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이 해풍에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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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또 어딘가로 흘러갈 것이다.

금오도 비렁길 코스 (전체 거리 : 18.5 km)

  1. 1코스 : 함구미 → 미역널방 → 송광사 절터 → 신선대 → 두포 (5km / 2시간)
  2. 2코스 :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 (3.5km / 1시간 30분)
  3. 3코스 : 직포 → 갈바람통전망대 → 매봉 전망대 → 학동 (3.5km / 2시간)
  4. 4코스 : 학동 → 사다리통전망대 → 온금동 전망대 → 심포 (3.2km / 1시간 30분)
  5. 5코스 : 심포 → 막포전망대 → 숲구지전망대 → 장지 (3.3km / 1시간 30분)

박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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