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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쉬세요" 했더니 손님 몰렸다…온라인 누른 매장의 비결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눕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손가락 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들이 그렇다고 손 놓고 당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변화가 좀 있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전체 소비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제 30% 가까이 왔습니다. 이런 흐름은 점점 더 빨라질 거고, 집 밖에 나오게 하는 것 자체가 유통업체에게는 큰 도전입니다. 그래서 최근 고민 끝에 나오고 있는 특이한 매장들을 먼저 같이 보시겠습니다.


언뜻 보면 어디 넓은 카페나 바의 테라스 자리 같습니다. 게임기도 갖다 놓았죠. 하지만 카페가 아니고 서울 이태원에 지난달 말에 문을 연 한 남성복 매장입니다.


옷을 전시할 자리를 대폭 줄여서 저런 테라스 공간을 크게 조성하고 공짜로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공간을 제공합니다. 커피도 공짜로 준다고 합니다. 그냥 와봐서 빈 자리가 있으면 쉬었다 가거나 잠깐 모임도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근처에 용건이 있어서 왔는데 시간이 좀 뜨는 사람들이나, 주변 직장인들 중에 아시는 분들이 꽤 이용해서 하루에 10팀에서 20팀 정도가 옷을 사려는 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왔다 간다고 합니다.


앵커


저렇게 넓으면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수익이 나나 보죠?


기자


그런데 이익이 있었습니다. 저렇게 그냥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서 결국 65%가 저기서 뭐라도 샀고요, 두 번 이상 찾아와서 또 뭔가를 산 사람이 그중에서 다시 35% 수준이었습니다.


구매전환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보통 이런 신사숙녀복 매장 중에서 "아, 여기 장사 잘되는 편이네"하는 수준보다 더 높습니다.


[이석원/'휴식공간 제공 의류업체' 기획팀장 : 오프라인 매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단) 찾아오게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좀 더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가진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오면 왔다 갔다 하면서 옷을 좀 보고, 친숙해지고, 커피 받으면서 얘기도 좀 하고 그러다 보면 옷을 집어 들게 된다는 거죠.


이런 식의 영업전략은 이미 수도권이나 서울 외곽 지역에 들어선 복합쇼핑몰에서 효과가 입증이 됐습니다. 안 사도 되니까, 일단 와서 오래 머물러라, 체험하라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길이 된 겁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이런 복합쇼핑몰 규모의 매장이 아니어도 어떻게 쇼핑에 집중시키겠다는 목적을 벗어난 공간을 조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문을 연 경기도의 한 마트는 아예 온라인 배송으로 바로 나갈 물건들을 두는 공간도 크게 조성해야 했기 때문에 매장 규모를 줄여야 했는데, 거기다가 600㎡, 과거 단위로 200평 정도 규모를 또 따로 빼서 책이 4만 권 정도 있는 50석 규모의 북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마트에서 해산물이나 고기를 사면 바로 옆에서 조리해 주는 매장 들어보셨죠. 또 게임기를 팔면서 조성하는 오락실 공간 같은 거, 이런 것은 몇 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이 정도 휴식공간을 크게 잡는 것은 전에는 별로 볼 수 없었던 경우죠.


앵커


결국에는 온라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체험할 수 없는 어떤 직접 체험, 경험 같을 걸 해줄 수 있는 게 핵심이군요.


기자


네, 바로 그겁니다. 일단 가격 면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을 따라가기 힘들고 볼펜 하나를 사도 온라인에서 세상의 모든 볼펜을 다 찾아볼 수 있죠. 가게를 가면 거기 있는 볼펜밖에는 못 보잖아요.


그럼 결국 오프라인에 남는 건 경험, 체험입니다. 내가 몸을 움직여야만 즐길 수 있는 뭔가가 제공돼야 오프라인 매장에 기꺼이 찾아가는 겁니다.


실제로 해외 보고서들이 내놓은 설문 조사를 봐도 맘에 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가고, 좀 더 비싸더라도 거기서 쇼핑을 할 용의가 있다는 답이 오히려 가장 온라인에 친숙한 2000년 이후 출생 세대들에게서 많이 나옵니다.


사실 이런 오프라인 생존전략은 경제 전체 문제이기도 한 게,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에 낸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쇼핑이 확대되면서 최근 8년 동안 우리나라의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연평균 1만 6천 명씩 감소했습니다.


결국 온라인의 저렴한 가격은 무엇보다 인건비가 빠진 거잖아요, 어느 정도 오프라인 매장이 유지가 돼야 유지될 수 있는 일자리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체험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아무래도 돈이 많은 대기업 위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느낌도 있기는 합니다. 작은 가게들이 불리합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분들도 물건을 파는 데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뭔가 아이디어를 내서 오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색다른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 같은 것을 궁리해 보시면 영업에도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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