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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마동석, 마동석을 넘다?…'성난 황소' 냉탕과 온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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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마동석vs마동석


배우 마동석의 다작 행보에 예상치 못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비수기 극장가에 두 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동네사람들'은 지난 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고, '성난 황소'는 지난 22일 개봉했다. 불과 2주 간격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마동석과 마동석의 대결 구도는 싱겁게 끝날 모양새다.


앞서 개봉한 '동네사람들'이 2주 만에 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2일 '성난 황소', '뷰티풀 데이즈' 등의 신작 개봉과 함께 관이 대폭 줄어 현재 전국 28개의 스크린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21일 일일 관객 수는 194명에 그쳤다. 누적 관객 수는 45만 8,389명.


이 작품의 경우 마동석이 스케줄 탓에 언론 인터뷰 및 방송 등 홍보 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네사람들'이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주말에는 '성난 황소'가 대규모 유료 시사를 진행해 더 많은 관을 잡아 설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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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황소'는 마동석이 힘주고 있는 기대작이다. 투자배급 역시 국내 4대 배급사 중 가장 작품 선구안 좋고, 개봉 타이밍을 잘 맞추는 쇼박스가 맡았다. 이 작품은 마동석이 지난해 '범죄도시'의 700만 흥행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마동석과 주변 관계자들이 앞선 3편('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의 영화와 다르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았던 상황에서 결정했다면, '성난 황소'는 선구안을 발휘해 결정한 영화라는 것이다.


그 결과, '성난 황소'는 정식 개봉일인 22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부라더' 이후 약 1년 만에 밟은 정상의 자리다.


'성난 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이 아내 지수(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통쾌한 액션 영화. 신예 김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마동석, 김성오, 송지효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에는 마동석이 이끄는 창작집단 '팀 고릴라'도 참여했다.


마동석의 캐릭터는 앞선 영화들과 큰 차이는 없다. 가공할만한 힘을 내세워 불의를 소탕한다. 다만 이번에는 누가 봐도 비범치 않아 보이는 체구와 인상의 소유자가 받을 돈도 못 받고 전전 긍긍하는 소시민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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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반 이후의 캐릭터의 극적 변화를 주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느낌 오지? 잘못 건드린 거?", "너 실수한 거야" 등의 카피에서 엿볼 수 있듯 잠자는 황소의 코털을 건드렸을 때 생기는 파국이 영화의 카타르시스로 연결된다. 물론 그 파국은 권선징악적 스토리에 따른 긍정적 결과다.


'성난 황소'는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마동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결과물이다. 대중이 마동석에게 기대하는 건 통쾌한 한방으로 대표되는 강렬한 액션이다. '부산행', '범죄도시',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호흡을 맞췄던 허명행 무술 감독이 액션을 디자인했다.


마동석에 따르면 걸림돌을 뚫고 가는 느낌으로 액션을 짰다. 주먹으로 캐비닛을 찍어 누르고 천장을 뚫고, 성난 황소처럼 난관을 들이받아 격파하는 방식의 힘을 내세운 액션을 구사한다.


이야기는 빈약하다. '성난 마동석이 아내를 구하러 간다', 이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스토리인 만큼 예상한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개연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직 보스 기태(김성오)는 뚜렷한 동기 없이 분노 범죄의 일환으로 지수(송지효) 납치한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기만 하다. 동철(마동석)은 갑자기 초인적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대척점에 선 깡패들은 나약하게 나가떨어진다. 마동석의 괴력쇼가 통쾌하게 이어지기는 하지만 앞뒤 이야기가 생략된 듯 '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동석은 '동철'의 극단적 변신에 대해 "아내 지수(송지효)가 극 중에서 "당신이 착하게 살아서 좋아"라는 말을 하지 않나. 그것은 과거 동철이 안 좋은 일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암시한다. 엄밀히 말해 동철의 주먹은 정의의 주먹은 아니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쓰는 주먹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됐는데 그보다 더 확실한 동기가 있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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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해서 개연성 빈약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장르의 특성상 볼거리의 비중이 높을 뿐이다. 액션 역시 다른 장르 영화와 마찬가지로 뼈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성난 황소'는 최근 마동석이 출연한 어떤 영화보다 액션 비중이 높다. 액션 장면의 활력이 영화를 채우고 있는데도 영화는 중반 이후 늘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이야기의 뼈대가 약하고, 액션→유머→액션의 기계적 반복이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식상함을 안긴다. 무엇보다 영화를 빈틈을 메울 만한 디테일과 아이디어가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투박하고 헐겁다.


최근 마동석은 필살기 주력과 자기 복제의 경계 위에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액션 배우 마동석의 장기를 적극 활용한다.


마동석은 계속된 이미지 소비 지적에 대해 "귀담아듣지만 크게는 생각 안 한다. 물론 그런 지적들이 나를 발전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손에서 피가 난다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반창고 붙이고 달려야지."라고 반응했다.


더불어 "2013년에는 9편이나 개봉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이미지 소비 지적이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온다. 내 흥행 성적은 타율로 치면 5할이다. 높은 편이 아니다. 타율을 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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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마동석과 2018년의 마동석은 브랜드 가치가 다르다. 그때는 감초 조연 혹은 주목도가 떨어지는 영화의 주연이었다면 지금은 다수 관객의 사랑과 기대를 받고 있는 스타다. 지적과 비판은 그만큼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마동석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와 반복된 이미지 소비가 식상함으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대한 배우, 감독, 제작자의 고민이 요구된다.


앞으로도 마동석은 액션 영화 위주의 선택을 할 것이고, 관객들도 액션 배우 마동석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의 눈은 멈춰 있지 않고 올라간다. 더 재밌는 마동석, 더 멋진 마동석, 더 웃긴 마동석을 원한다. 이 기대감을 지지대 삼아 결과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은 배우 마동석의 무게다. 관객은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와 과정, 사정을 이해하지 않는다. 결과물을 보며 열광하거나, 외면할 것이다.


마동석은 내년에도 '악인전', '나쁜 녀석들:더 무비', '범죄도시2' 등 연이어 작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반복이 지루해지지 않으려면 '재미'밖에 없다. 디테일과 아이디어를 보강한 재미의 다양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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