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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미스터트롯' 영탁 "2등 생각 못 해…'탁걸리' 별명 최고"

단독 인터뷰

SBS funE

[SBS funE | 김지혜 기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경연 프로그램에서 입증해준 이가 있다. 바로 TV조선 '미스터 트롯'에서 최종 선(善)에 오른 영탁(본명 박영탁)이다.


3개월간 진행된 '미스터 트롯' 우승자는 임영웅으로 결정됐지만, 순위에 관계없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를 꼽는다면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영탁을 꼽을 것이다.


데뷔 15년 차 현역 가수의 다부진 내공을 폭발시켰고 실력과 매력으로 매 방송 시선을 집중시켰다. 경연 자리임에도 매 순간 웃음을 잃지 않은 쾌남의 면모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또한 경연에서 선보인 노래 '막걸리 한잔'과 결승전에서 선물 받은 신곡 '찐이야'는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며 실속까지 챙겼다.


마지막 경연도 남달랐다. 1라운드 작곡가 미션과 2라운드 인생곡 미션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첫 번째 곡이 내재된 끼를 한껏 발산한 신나는 댄스곡이었다면, 두 번째 곡은 음악에 자신의 인생을 녹여낸 한 편의 서사시 같은 대곡이었다. 결승전 무대에서 새롭게 추가한 별명 '탁마에'다운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그의 무대에 웃고 울었던 3개월이었다. 진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됐지만 영탁은 그의 노래 속 외침대로 '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미스터 트롯'을 아름답게 마무리 한 영탁을 전화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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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종 선(2위)이 됐다.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지 않나?


A. 전혀 아쉽지 않다. (임)영웅이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 너무 아끼는 동생이라 축하하는 마음뿐이다. 순위를 기대하고 참여한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지금의 성적도 너무나 감사하다.


Q. 항상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A.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활동의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여드리자'는 각오로 임했다. 우승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 신나게, 재밌게, 놀다 가자는 마음으로 매 무대를 즐겼다.


Q. 가장 기억에 남고 만족도가 높았던 무대를 꼽는다면?


A. '막걸리 한잔'이다. 아버지가 막걸리를 참 좋아하셨는데 몇 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이제는 술 한 잔 나누기도 어렵게 됐다. 얼른 건강을 회복하셔서 다시 함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미스터 트롯'은 노래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막걸리 한잔'으로 아버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시청자들도 사랑해주셔서 더욱 감사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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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모님은 무슨 무대를 가장 좋아하시나?


A. 모든 무대를 좋아하셨다. 노래 잘했다고. 결승전 때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으시다 보니 오랫동안 앉아있는 게 힘드시다. 제작진이 제 무대만 보고 녹화장을 나가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는데 끝까지 보겠다고 하셔서 다 보고 가셨다. 좋아하셨다.


Q. 매 경연 선곡 능력이 탁월했다. 노래를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었다면?


A. 개인 경연에서 고른 노래들은 다 내 이야기다. 예선 때 부른 '사내'의 가사를 보면 "긴가민가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설마설마하면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 세상을 믿었다 나는 나를 믿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음악을 하면서 흔들릴 때마다 나 자신을 믿으며 달려온 과거가 생각났다. '막걸리 한잔'의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이라는 가사는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 같았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어릴 때 이모 손에서 컸는데 주현미 선생님의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하셨고 많이 불러주셨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골랐다. 결승전의 인생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은 "나 아픔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 있음은 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라는 가사가 노래만 바라보며 걸어온 지난 15년을 떠올리게 했다. 노래를 찾다 보니 내 삶과 닮은 가사에 자연스레 마음이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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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부른 '찐이야'가 음원 순위 100위 안에 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신곡이 아닌 오랫동안 활동해온 히트곡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소화력이 좋았다. 이 노래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A. 결승에 올라간 7인이 작곡가들의 노래를 다 듣고 난 후 준결승 순위대로 마음에 든 곡을 뽑았다. '찐이야' 역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Q. 유명한 노래도 있지만 유명하지 않은 노래도 많이 골랐다. 모든 선곡이 도전적이었다는 평가다.


A. '미스터 트롯'에서 부른 노래는 이제껏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곡들이다. 그래서 매 무대가 나 자신과의 싸움 같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라고 마음먹었다.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왜 지원했냐'고 물으셨는데 그때 했던 말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때문에 좀 가벼운 이미지의 가수로 인식이 돼있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다.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폭넓은 음악을 들려드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솔직히 결승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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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긴장했던 무대는?


A. 팀 미션으로 했던 '댄싱퀸'. 혼자 할 때는 못해도 남한테 피해는 안 주는데 팀 미션은 내가 못하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댄싱퀸'이 음역대가 높다. 게다가 화음에서 고음(2옥타브 C)을 맡아서 실수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즐겨 불렀던 휘성 선배의 곡보다 음이 높다. 연습할 때 목이 터지는 줄 알았다.


Q. 본인은 몸치라고 하지만 골반의 움직임을 비롯해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과한 겸손 아닌가?


A. 몸치 맞다. 춤도 못 추는 데다가 습득력이 떨어진다. 내 노래 '누나가 딱이야' 안무를 익힐 때도 안무 선생님이 "넌 몸치야"라고 했다. '댄싱퀸' 연습할 때도 동생들은 춤을 다 마스터했는데 내가 가장 느렸다. 그리고 춤선이 그리 예쁜 편이 아니다. '미트' 안무 선생님도 내 춤을 보더니 "영탁이 형은 춤을 노래방에서 흥에 취한 아저씨처럼 춘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태가 나지 않도록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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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려한 무대 의상과 세련된 사복 패션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A. '사내'와 '막걸리 한잔' 무대 때 입은 옷은 내 옷이다. 팀 미션의 경우 패션도 조화를 이뤄야 하기에 의상팀이 만들어주신 의상을 입었다. '미스 트롯'때부터 활약해온 팀이라 각 멤버의 취향과 체형에 맞게 옷을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결승 인생곡 미션에서 입은 흰색 수트는 앙드레김 선생님 옷이다. 노래 분위기랑도 잘 맞고 의상에도 힘을 싣고 싶었다. 연습 때 입은 옷들은 다 사복이다. 평소에는 캐주얼한 패션을 즐긴다.


Q. 방송을 통해 탁걸리, 인성탁, 리듬탁, 박폭스, 탁저씨, 비혼탁, 탁마에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어떤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드나?


A. 탁걸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박폭스는 무슨 뜻인지...?(기자가 나름의 예측으로 설명해주자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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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터 트롯' 참가자 중 두 번째 연장자였다. 후배들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절친은 누구인가?


A. 정말 하나같이 다 친하다. '미스터 트롯' 최고의 수확은 멋진 후배들을 만나게 된 거다. (장)민호 형이나 (임)영웅이나 (권)영기, 신성은 활동할 때부터 친했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김)호중, (이)찬원, (김)희재, (김)수찬, (남)승민, (안)성훈, (신)인선, (이)대원을 비롯해 모든 후배들과 친해졌다. (이찬원과 유독 친해 보인다고 묻자) 찬원이는 우리 집에 와서 자주 잔다. 항상 보면 코트와 구두만 신고 다니는데 구두가 많이 해졌길래 얼마 전에 내 운동화와 옷을 줬다. 신기하게도 체형과 발 사이즈가 맞더다. 노래 잘하고 귀여운 후배다.


Q. 2030 싱글녀 픽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비혼 선언도 했는데?


A.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2030 여성 분들이 왜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웃음) 비혼 선언은 라디오 방송 중에 얼떨결에 하게 됐다. 동생들이 "형 이제 결혼하면 큰일 나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비혼의 커트라인은 언제 까지냐?"고 물었더니 (동생들이) 최소 7년이라더라. 7년 후면 45살인데...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다. 연애도 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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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개월 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이제 경연의 부담감에서도 벗어나게 됐는데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를 찾는 무대와 방송이 있다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 무대에 서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하고 싶은 일이다.


Q. '미스터 트롯'을 마친 소감과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A. 트로트 가수로서 설 수 있는 무대가 폭넓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트로트 음악을 하는 많은 가수들이 조명받을 수 있었다. '미스터 트롯'의 출연과 그로 인해 받은 사랑은 내 인생에서 계획하고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감사하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묵묵히 열심히 노래를 해나갈 예정이다. 팬들이 주신 사랑 하나하나 잊지 않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가수가 되겠다. 그리고 함께 트로트를 하는 형, 동생들도 많이 사랑해달라.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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