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루키는 서머리그를 어떻게 폭격했나
[이동환의 앤드원]
한국시간으로 지난 1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BA 2K23 서머리그가 막을 내렸다. NBA의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선수들이 코트를 누빈 가운데, 지난 6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탑3에 지명된 파울로 반케로(올랜도), 쳇 홈그렌(오클라호마시티),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휴스턴)도 팬들 앞에서 직접 기량을 선보였다.
올해 드래프트 탑3 유망주들은 서머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한 명씩 경기 장면과 함께 살펴보자.
두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2022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인 파올로 반케로다.
파올로 반케로 프로필
- 소속: 올랜도 매직
- 드래프트: 2022년, 전체 1순위
- 프로필: 206cm/포워드
- 기록: 2경기 30.1분 20.0점 5.0리바운드 6.0어시스트, 야투율 40.7%, 3점슛 성공률 50.0%
한줄평: 공격은 진짜, 올랜도의 인상적 활용법
이번 서머리그에서 파올로 반케로는 자신이 1순위에 지명된 이유를 직접 증명해냈다. 서머리그 데뷔전이었던 휴스턴전에서 17점, 이어진 새크라멘토전에서 23점을 기록하는 수준급 공격을 뽐냈다.
반케로의 가장 큰 장점은 윙과 빅맨이 펼치는 공격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트위너'라는 평가를 받으며 애매한 포지션이 문제가 됐을 터. 하지만 지금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오히려 각광받는 시대다. 반케로도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서머리그에서 반케로는 자신보다 신장이 작거나 파워가 약한 선수를 상대로는 빅맨처럼 포스트업 공격을 섞어쓰며 피지컬의 우위를 활용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발이 느린 빅맨들을 상대로는 3점 라인 안팎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림을 어택하고 점프슛을 꽂아넣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내고 자유투로 효율 높은 득점을 생산하는 장면도 끊임없이 나왔다.
위 장면은 반케로의 피지컬 활용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가드가 볼을 몰고 프런트코트로 넘어오자마자 반케로가 빠른 볼 스크린을 통해 상대의 스위치를 유도, 결국 미스매치를 유발한다.
미스매치 상황에서 자신에게 볼이 투입되자 지체없이 왼쪽으로 돌며 드리블 돌파 이후 덩크로 공격을 마무리.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안정적인 무게 중심 이동 능력과 신체 벨런스가 인상적이다.
반케로의 전형적인 림 어택 방식이 드러난 장면인데, 반케로는 다른 상황에서도 미스매치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작은 수비수를 등지고 빠르고 간결한 1대1로 득점을 올리거나 파울을 얻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케로의 공격 역할은 포스트업에 그치지 않는다.
위 장면처럼 올랜도는 서머리그부터 반케로를 2대2 게임의 핸들러로 활용하는 인상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
반케로가 탑에서 직접 볼을 핸들링하는 가운데, 키 작은 가드가 반케로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준다. 신장이 큰 핸들러와 신장이 작은 스크리너가 전개하는 인버티드 픽앤롤(inverted pick and roll, 가드와 빅맨의 역할이 바뀐 픽앤롤을 의미)이다.
이 과정에서 올랜도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스크린을 설 가드를 위해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제3의 선수가 먼저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이 보인다.
이 같은 작업을 펼치는 이유는 이후에 펼쳐질 2대2 게임의 단조로움은 줄이고 파괴력은 강화하기 위해서다.
스크리너를 위해 미리 볼 없는 지역에서 스크린을 걸어주면,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이후에 전개될 2대2 게임에 대비하는 것이 아무래도 한 박자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반케로가 핸들러가 되어 전개하는 2대2 게임은 그 위협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2대2 게임의 스크리너를 위해 미리 1차적인 스크린을 걸어주면서 2대2 게임을 전개하는 픽앤롤을 '램 픽앤롤(ram pick and roll)'이라고 하고 이때 나오는 1차적인 스크린을 '램 스크린(ram screen)'이라고 부른다.(탑이 아닌 사이드에서 같은 작업이 전개될 경우 웨지 픽앤롤, 웨지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혹은 위에서 보듯 시카고 액션(chicago action)*을 활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장면에서 반케로는 볼 없이 코너에 있다가 첫 번째 스크린을 받고 45도로 이동하고, 이어서 볼을 가진 선수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받으며 두 번째 스크린까지 받는다. 그리고 그 가속을 활용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다.
이때 또 다른 세 번째 선수가 볼을 가진 반케로를 위해 반케로를 막고 있는 선수의 등 뒤에서 스크린을 거는 백 스크린(back screen)까지 걸어준다. 오직 반케로를 위해 세팅된 공격 패턴이다.
*시카고 액션: 코트 한쪽 사이드에서 한 명의 선수는 핀다운 스크린, 한 명의 선수는 스크린&핸드오프 패스를 시도하며 볼을 잡는 선수를 위해 2개의 스크린을 세팅하는 공격법.
이처럼 올랜도는 반케로를 의도적으로 3점 라인 밖에서 2대2 게임의 핸들러로 활용하면서 반케로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림 어택 능력, 풀업 점퍼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모습을 서머리그 내내 보였다.
그리고 올랜도의 의도적인 실험 속에서 반케로는 매우 좋은 공격력을 발휘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케로는 여기에 스팟업 공격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위 장면처럼 다른 선수가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볼 없이 3점 라인에서 다른 3점 라인 지역으로 이동하는 슬라이드(slide) 동작을 통해 오픈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반케로의 슬라이드 동작에 대한 대처는 아무래도 슈터 수비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빅맨 포지션의 선수일수록 미흡할 수밖에 없다.
위 장면에서도 아직 외곽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휴스턴의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가 드리블러를 손질로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케로를 제대로 쫓아가는 것도 아닌 어설픈 수비를 하다가 반케로에게 오픈 3점 기회를 내주고 만다.(휴스턴의 3순위 신인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의 불안한 수비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살펴보자.)
어쩌면 다음 시즌에 올랜도 팀 오펜스를 주도하는 1옵션 파올로 반케로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콜 앤써니, 프란츠 바그너, 제일런 석스 주도로 이뤄지는 외곽 라인의 공격 기복이, 페인트존 공략까지 가능한 반케로의 합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케로가 스몰라인업의 4번, 빅 라인업의 3번 역할을 맡아주면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은 물론 2대2 핸들러 공격을 통해 상대 수비를 파괴하는 그림을 앞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심지어 반케로는 위 장면처럼 스팟업 점퍼를 던지는 상황에서의 볼 없는 움직임과 슈팅 감각도 좋기에 기존의 올랜도 공격 자원들과도 큰 혼선 없이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 시절 풋볼 쿼터백으로의 재능을 드러냈던 반케로는 서머리그에서 좋은 패스 능력까지 뽐내고 있는 상황.
올랜도 팬들의 반케로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올라갈 수 있는 여름이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