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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수는 안녕하십니까? ①

2022 FIBA 여자농구월드컵을 앞둔 우리나라 대표팀의 강화훈련 소집이 실시된 지난 8월 1일.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팀의 에이스 박지수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유는 더 당혹스러웠다. 박지수는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아 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 없었다. 이미 소속팀 청주 KB스타즈의 훈련에서도 제외됐고,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국가대표 주축인 선수가 소집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신체의 물리적인 부상이 아닌 정신적인 문제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사실상 박지수가 최초였다.

치열하게 싸워온 박지수의 10대... 그는 아직도 스물 셋

박지수는 지난 몇 년간 우리 대표팀의 주축이자 에이스였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당분간은 박지수가 대표팀의 중심이다. 그런 만큼 박지수의 공백은 대표팀 전력에 큰 차질이다.


196cm의 신장에 뛰어난 수비력, 신장에 비해 민첩한 몸놀림과 정확한 야투를 자랑하는 박지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여자농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빅맨이다. 국제대회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혼자 골밑에서 고군분투하고, 높은 신장과 힘을 자랑하는 외국 센터들과 높이 대결을 마다하지 않으며 일대일로 싸우는 빅맨은 한국 여자농구에 박지수가 처음이다.


아시아 농구에서 가장 강력한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도 한쉬(208cm), 리유에루(201cm) 를 비롯해 신장이 190cm가 넘는 빅맨들을 돌려가면서 박지수를 상대한다. 현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센터다. 국내 농구인들이 박지수를 괜히 ‘보물’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정은(우리은행)은 박지수의 위력을 확실하게 증언한다.

“(박)지수와 대표팀에서는 한 대회만 뛰어봤는데, 정말 대단해요. 난 대표팀 선수로 뛰면서 중국이랑 경기하면, 항상 나보다 머리 1~2개는 더 큰 선수들이랑 싸우느라 힘들었거든요. 우리를 내려다보는 중국 선수들과 경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수가 뛰면서 완전히 바뀌었죠.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그런 농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중국의 그 큰 선수들이 지수와 상대하면서 불안해 하는 눈빛, 겁먹은 표정을 보이니까요. 내가 3~4살만 어렸다면... 아니면 지수가 조금만 빨리 태어났으면 대표팀에서 더 같이 해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박지수 한 명의 부재로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박지수의 공백으로 인한 대표팀의 전력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


박지수는 WKBL에서도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박지수는 지난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개인 7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2년 연속으로 정복했다. WKBL 2회 통합 우승을 비롯해 화려한 개인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1998년 생으로 여전히 만 23세 8개월의 젊은 선수다.


WKBL의 한 지도자는 “앞으로도 사실상 10년간은 박지수를 넘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누가 봐도 ‘부족함 없는 선수’, ‘남 부러울 것 없는 선수’가 박지수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도 번아웃이나 우울증과 같은 부분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런 정신적 부담과 가중된 고통이 박지수에게만 존재하는 문제일까? 대한민국 농구계, 혹은 스포츠에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선수가 과연 박지수 뿐일까?


많은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는 선수 관리 측면에서 예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수들의 멘탈 관리 부분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의 에이스였던 박지수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며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현재 그는 소속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으며 안정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의 에이스였던 박지수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며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현재 그는 소속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으며 안정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운동선수와 공황장애, 그리고 정신적 고통

우선 공황장애가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의 건강백과에 의하면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 즉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라고 한다. 공황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 증상’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의 공황장애 환자는 20만 명에 이르며, 매년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공황장애를 비롯해, 우울증이나 번아웃 증후군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선수가 운동을 하지 못할만큼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흔히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고, 또 운동선수의 필수 덕목이라 강조되는 정신력의 측면에서 볼 때, 정신적인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정신력’의 영역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운동선수가 물리적인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의 영역에만 존재할 뿐, 이런 문제로 인해 선수가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효근 원장은 이에 대해 “분명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일시적으로 우울할 수도 있고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과 우울증은 다릅니다. 전문의가 객관적 기준에 의해 진단을 내릴 정도면 의지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섭니다. 그렇기에 상담 치료나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일시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죠.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정신력’과 ‘개인의 의지나 노력’을 말하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운동선수들 또한 이런 상황에 놓이면 자기 관리로 경기력을 유지하고 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장애가 많을 것입니다.”

이효근 원장은 “직접 상담을 하거나 진료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박지수 선수는 이렇다’라고 말할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운동선수라는 직업이 정신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받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입시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있고, 또 그러한 경쟁이 일반에 모두 공개되고 노출되기 때문에, 직업적으로도 관리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박지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일?

이효근 원장의 지적처럼, 전 세계적으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선수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과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선수들이 이러한 어려움과 싸웠을까?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겪은 다니엘 바드(야구, 미국 콜로라도 로키스)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겪은 다니엘 바드(야구, 미국 콜로라도 로키스)

①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

야구와 미식축구(NFL), 골프 등에는 ‘입스(YIPS)’가 존재한다. 부담과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선수들이 평소에는 일상적으로 하던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던지고 치는 것’이 기본인 야구에서는 원하는 곳에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에이스로 1971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스티브 블래스는 1968년부터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고, 1972년에는 19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1973년, 갑자기 심각한 제구 난조에 시달리면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게 됐다. 원인과 치료에 실패한 스티브 블래스는 결국 1974년 은퇴했다. 이후, 그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 선수들에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투수 외의 다른 야수들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척 노블락, 마크 월러스, 돈트렐 윌리스, 릭 엔키엘, 리키 로메로, 다니엘 바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방영 중인 JTBC의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 야구’에 출연중인 이홍구(전 KT)는 방송에서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에 서는 원종현, 손아섭(이상 NC), 지시완(롯데),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 김주찬(두산 코치), 최대성(동아대코치), 홍성흔(전 두산), 홍상삼(전 기아) 등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공황장애를 극복한 헤수스 나바스(축구, 스페인 세비야 FC)

공황장애를 극복한 헤수스 나바스(축구, 스페인 세비야 FC)

② 공황 장애

박지수와 같은 공황장애를 겪은 선수들도 있다.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겪은 홍상삼은 2019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KBO리그 최다 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박용택(전 LG)도 양준혁(전 삼성)의 최다 안타 기록을 깨고 나서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방송에서 전한 바 있다.


그는 “양준혁의 대기록을 깬 뒤, 할 일을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공황장애가 왔다”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려 주차 후 한참동안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야 야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용택은 부모님에게도 이 사실을 비밀로 했고, 현역에서 은퇴한 후, 부담감과 야구에서 멀어지자 공황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안정환 해설위원 역시 현역시절 공황장애를 앓았다. 그는 “중압감이 컸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것도 전부 나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피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도 단답형으로 하거나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페인 세비야의 수비수인 또 다른 축구 선수 헤수스 나바스도 공황장애를 고백한 스포츠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원정 경기를 준비하던 중 아버지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를 불참한 적이 있는데, 이후로 세비야를 떠날 때마다 발작을 일으키는 등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었다. 이후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국가 대표에도 선발됐는데, 그는 “꾸준한 치료와 상담이 큰 도움이 됐고, 축구에 대한 사랑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공황장애를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NBA에서는 케빈 러브(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자신의 공황발작 증세를 에세이를 통해 밝혔다. 팀의 주축 선수였던 그는 2017년 11월 5일,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18분만 뛰었고, 4점을 득점하는데 그쳤다. 2018년 1월 21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경기에서는 출전 시간이 단 3분에 그쳐 많은 의문을 낳았다.


케빈 러브는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내가 벤치로 들어갔을 때,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호흡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마치 뇌가 머릿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모든 것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또한 공기가 무겁고 두껍게 느껴졌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코치가 수비적인 부분에 대해서 소리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후 그가 뭐라고 했는지를 듣지 못했다. 그때부터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 혼란에서 빠져나왔을 때 나는 경기에 다시 투입 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커룸으로 들어가서는 뭔가를 찾는 사람처럼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녔다. 마치 내 몸이 나에게 '넌 죽을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도 2018년 한 방송을 통해,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빛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축구, 일본 비셀 고베)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빛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축구, 일본 비셀 고베)

③ 우울증

2014년 농구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올스타에 5번 선정된 슈퍼스타 더마 드로잔(시카고 불스)은 우울증을 앓았다.


드로잔은 자신의 우울증을 인터뷰를 통해 공개하며, “매일 밤마다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겪어온 현상이다. 나는 매우 조용한 성격이고, 무언가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 내 개인적인 공간에 머문다”며, “우울증은 내가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미 내 나이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UFC 챔피언 출신인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 맥스 할로웨이는 이러한 드로잔의 우울증 고백에 공감을 남겼다. 할로웨이는 “더마 드로잔이 우울증에 대해 얘기했고, 그건 정말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며, “드로잔이 ‘돈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도록, 세상 사람들 모두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에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는 할로웨이 역시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인데, 그는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중들이 자신을 슈퍼 히어로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스스로 이를 회피하려 했다며, 그 방법이 매우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


“때로는 천천히 속도를 늦추면서 가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우울증 극복 비결을 전한 할로웨이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가족, 친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라. 삶은 순식간에 변하니 마음 편히 먹고 살아가라”는 말을 남겼다.


스페인과 FC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선수이기도 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도 우울증을 고백했다. 그는 2008-09시즌 바르셀로나의 6관왕이라는 화려한 역사의 중심에 있었는데, 시즌을 마친 후 무기력함을 느끼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여기에 절친한 동료였던 수비수 다니엘 하르케(전 에스파뇰)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자 큰 충격을 받는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약을 먹을 수 있는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UFC 챔피언이었던 맥스 할로웨이는 대중들이 자신을 슈퍼 히어로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UFC 챔피언이었던 맥스 할로웨이는 대중들이 자신을 슈퍼 히어로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④ 그 외

저니맨이었지만 NBA에서 14년간 활약했던 키온 둘링(전 멤피스 그리즐리스)은 어린 시절에 성폭행을 당한 후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겪었고, 이로 인해 병적으로 집착하는 망상과 환각으로 고통 받았으며, 이후 정신 건강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농구 선수로 성장한 하치무라 루이(워싱턴 위저즈)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베냉 출신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그는 오랫동안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악성 댓글과 싸워야 했고, 지난 해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 남자농구 대표팀이 부진하자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올림픽 이후 트레이닝 캠프에 불참했고, 시즌 개막 때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가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한 것은 시즌이 절반 가까이 지난 2022년 1월이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 중인 이대성은 울산 모비스 시절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이대성은 “우승을 하고, MVP를 받았다. 의욕도 높았고, 대표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는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데 플레이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우승하고 MVP 받더니 달라졌다’는 말도 들었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몰라서 대표팀 주치의께 상담을 했는데,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농구에서는 ‘레알 신한은행’의 ‘끝판왕’이었던 하은주가 번아웃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고, 웨이크업바디 운동센터의 대표로 있는 하은주는 압도적인 높이와 포스트 장악력으로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에 정점을 찍었던 선수다.


그는 “선수시절에 어려움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는데,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통합 6연패를 달성한 후였다. 우승을 한 후의 기쁨은 다음날 아침이면 사라진다. 할 수 있는 걸 다 한 것 같았고,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번아웃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불안 증상도 있었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병원을 다녔다”고 밝혔다.


②편에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로이터/뉴스1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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